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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벼랑끝 치닫는 '슈틸리케 경질론', 대책없이 감정싸움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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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벼랑끝 치닫는 '슈틸리케 경질론', 대책없이 감정싸움만 할 것인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14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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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경기력 비판에 자기방어만…일부 언론도 '경질 주장' 논란만 부추겨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을 두고 감정싸움만 격해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 일부 언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대안은 놓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지난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유효슛 한번 날리지 못하고 0-1로 패해 조 3위로 떨어지면서 본선행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달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이 대표팀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일전이 됐다. 만약 최종예선 반환점을 도는 우즈베키스탄전서도 이기지 못한다면 조 3위마저 위태로워져 자칫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서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이나 일부 언론과 팬 모두 대책을 내놓지 않고 감정싸움만 하고 있다는데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을 흔드는 것으로 오해하고 '자기방어'에만 급급하고 일부 미디어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불쑥 경질론까지 들고 나왔다. 양쪽 모두 '중헌 것'은 보지 않고 있다.

◆ 경기력 논란 갑작스럽지 않다, 감정 자제하고 대안 제시해야 할 슈틸리케

불과 지난 봄까지만 해도 '갓틸리케'로 불렸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짠물 축구로 '실학자 슈틸리케'라는 찬사를 받았다. 언론 역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또 언제 어디서나 현장에 나타나는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에 호의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꿀맛 같은' 허니문은 길어졌다.

하지만 조그만 구멍이 둑을 무너뜨리듯 불길한 징조는 분명 있었다. 차두리 은퇴 이후 오른쪽 풀백 자원을 찾지 못했고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가 동시에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잃어버림으로써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포백 포메이션에서 빌드업을 해줘야 할 2명의 측면 수비수가 동시에 경기력이 떨어지니 대표팀 전력 역시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오른쪽 풀백에 꾸준히 장현수(광저우 푸리)만 기용해 왔다. 장현수가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에 특화된 선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였다. 장현수가 오른쪽 풀백에서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옴에도 그랬다. 아집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또 비어 버린 왼쪽 풀백에는 오른쪽 풀백 요원을 기용하는 우를 범했다. 새로운 왼쪽 풀백을 찾는데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측면 수비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체 밸런스가 무너지니 경기력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설상가상 중앙 수비까지 홍역을 겪고 있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부상 때문에 올 시즌을 접었고 홍정호(장쑤 쑤닝)와 김기희(상하이 선화) 등은 '중국리거화 논란'에 휘말렸다. 두 선수 모두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포백 라인이 동시에 무너지니 전력이 100%일 수 없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3-2로 역전시킨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이란에 가지 말아야할 것 같다"는 볼멘 소리만 했다. 경기력 논란이 있고 비판 받을 것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언론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분명 취임 일성으로 "공격이 강하면 승리하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한다"고 말했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은 2년 전 자신이 했던 말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길이 아닌 곳으로 가고 있는데 언론이 비판한다고 반박하는 것은 독선이다.

언론학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전략과 대안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다. 기업이 위기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것처럼 축구대표팀도 이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악화일로만 걸을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무엇이 잘못됐는 지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이란전 뒤 귀국한 자리에서 "지난 12년간 A대표팀을 거쳐 간 감독이 몇 명인지 아는가. 10명이다. 평균 재임기간이 15개월에 불과하다"며 "나가라면 나가겠지만"이라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속된 말로 "못해먹겠다"는 의미로 비춰지는 이 발언은 너무 경솔했다.

◆ 전쟁 중의 경질론, 대표팀 사기는?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장수'다. 그에게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맡기기로 계약했다면 끝까지 믿고 나가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선수들 컨디션과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비판을 넘어서 경질부터 먼저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용기를 불어넣고 과연 무엇이 잘못됐는 지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중앙 수비수들의 경기력이 크게 저하된 것에 대해 섣불리 '중국 현지화' 얘기를 꺼내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해당 선수들의 경기력이 실망스러운 것은 맞지만 실체가 없는 얘기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얘기를 꺼낸 당사자 역시 와전됐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미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현지화'라는 족쇄가 채워졌다.

일각에서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까지 나오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이 무색무취하고 온통 아집으로 뒤덮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을 때 과연 대안이 있는 지는 의문이다. 당장 대표팀 전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때도 조광래 감독을 퇴진시킨 뒤 지도자를 구하지 못해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을 최종예선까지만 치를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강희 감독을 뽑은 이후 초반에는 잘 나갔지만 카를로스 케이로즈 감독이 이끄는 이란에 2전 전패했다. 하마터면 조 3위로 밀려 플레이오프를 치를 뻔 했다.

최종예선 모든 경기가 결승전과 같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10경기 가운데 한두 경기는 놓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조 3위가 되면서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에서 승리한다면 반전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또 5차전을 치른 뒤 내년 봄까지는 4, 5개월의 정비 기간이 있다.

앞으로 6번의 전쟁을 남겨둔 장수에게 경질론을 꺼내고 거취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은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언론이 왜곡 또는 잘못된 주장이나 정보를 제공할 경우 위기는 더욱 증폭된 형태로 나타나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경질은 최후수단이자 극약처방이다. 위기에 대한 치밀한 진단과 날선 비판에 앞서 경질론으로 감독과 감정싸움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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