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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상위 스플릿 이끈 조성환-노상래 감독 수석코치 강등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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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상위 스플릿 이끈 조성환-노상래 감독 수석코치 강등된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14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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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아직 A급 자격증이어서 P급 보유한 김인수-송경섭 감독 선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에서 각각 제주와 전남을 상위 스플릿으로 이끈 조성환 감독과 노상래 감독이 지휘봉을 놨다. 제주와 전남이 모두 스플릿라운드를 앞두고 감독을 교체했다.

그러나 이들이 완전히 팀을 떠난 것은 아니다.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은 아니다. 모두 수석코치로 '강등'됐다. 소속팀을 상위 스플릿으로 이끌어 상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수석코치 강등은 무슨 일일까?

제주 구단은 14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성환 감독을 수석코치로 내리고 김인수 전 포항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에 전남도 "노상래 감독을 수석코치로 내리고 송경섭 전 FC서울 코치를 새로운 감독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 조성환 제주 감독(왼쪽)과 노상래 전남 감독이 14일 모두 수석코치로 내려갔다. 이번 조치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해야만 팀을 지휘할 수 있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사진=스포츠Q(큐) DB]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 감독'이 된 조성환 감독과 노상래 감독으로서는 날벼락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수석코치직을 받아들였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지도자 자격증 때문이다.

현재 제주와 전남은 모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선두 전북 현대와 2위 FC 서울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이 있는 3위를 놓고 울산 현대와 제주, 전남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6위 상주 상무는 군 팀이라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8월말(연맹)과 지난 13일(협회), 두 차례에 걸쳐 클럽 라이센싱 자격 심사를 진행했다. 클럽 라이센싱 자격 가운데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팀 감독이 반드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조성환 감독과 노상래 감독은 A급 지도자 자격증만 갖고 있다. 이들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지휘할 자격이 없다.

이 때문에 제주와 전남은 서둘러 P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김인수 감독과 송경섭 감독을 선임했다. 수석코치는 A급 자격증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그대로 조성환, 노상래 감독이 수석코치로 내려간 것이다.

같은 이유로 부천FC도 "송선호 감독과 정갑석 수석코치의 보직을 맞바꿨다"고 발표했다. 부천 역시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에 올라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다. 송선호 감독은 A급 자격증만 갖고 있지만 정갑석 수석코치는 P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축구 전문가들은 "김인수 감독과 송경섭 감독이 명목상 팀을 이끌게 됐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조성환, 노상래 수석코치가 갖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려면 2년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2년 동안 감독 이원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제주와 전남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계속 나가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계속 상위권을 유지한다면 조성환, 노상래 감독이 P급 자격증을 따기 전까지는 감독과 '감독급' 수석코치라는 다소 기형적인 코칭스태프 구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는 대학에도 있었다. 지난해 초 성균관대 축구부 지휘봉을 잡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던 설기현 감독은 자격증이 없어 벤치에 앉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AFC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받으면서 비로소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하게 감독으로서 성균관대를 이끌고 있다. 마틴 레니 감독이 서울 이랜드에서 경질됐을 때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대한축구협회 1급 자격이나 AFC A급 자격만 갖고 있어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P급 자격증만 가능하다"며 "이미 AFC는 2013년에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지했고 연맹도 2014년부터 계속 구단들에 상기시켜왔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은 구단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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