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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기분 좋은 날' 착한드라마 한계 보여준 쓸쓸한 퇴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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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기분 좋은 날' 착한드라마 한계 보여준 쓸쓸한 퇴장 왜?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06 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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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막장 요소가 없는 '착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매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 아쉬운 부분은 막장드라마라고 평가받고 있는 드라마 '왔다!장보리'와의 정면 맞대결에서 완패했다는 점이다. 큰 인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원인을 분석해 봤다.

▲ [사진=SBS '기분 좋은 날' 제공]

5일 방송된 '기분 좋은 날'은 마지막까지 '착한 드라마'였다.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던 이순옥(나문희 분)과 김철수(최불암)는 끝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변함없는 배려와 믿음으로 내용을 마무리했다.

철수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순옥을 요양보호사 자격증가지 따가면서 끝까지 사랑을 이어갔다. 중년의 뒤늦은 사랑을 보여줬던 남궁영(손창민 분)과 한송정(김미숙 분) 역시 결국 사랑을 이루는 데 성공하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송정이 인생을 걸고 성장시킨 자식들 역시 행복한 결말을 이어갔다. 서재우(이상우 분)와 정다정(박세영 분)은 아이를 낳으며 부모가 됐다. 김지호(홍빈 분)와 정다인(고우리 분) 역시 우여곡절 끝에 커플이 됐다.

이처럼 '기분 좋은 날'은 착한 내용에 착한 결말까지 착한 내용으로서는 흠잡을 데 없는 가족드라마였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호평을 이끌어냈던 드라마였다.

▲ [사진=SBS '기분 좋은 날' 방송 캡처]

그러나 문제는 낮은 시청률보다 무서웠던 시청자들의 '무관심'이었다. 이 드라마는 제작 전부터 큰 성공은 바라지 않는다는 겸손한 자세로 착한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런 낮은 기대감조차 채울 수 없었다. 5%도 안 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실망감을 남겼다.

심지어 올해 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3%대)을 기록하며 조기 종영 위기에 몰렸고 실제 (100% 시청률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2회가 축소돼 마무리됐다. '기분 좋은 날'의 제목만큼 시청자를 기분 좋게 만들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도대체 '기분 좋은 날'이 시청자들에게 이토록 외면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요인은 '시간대 편성에서의 실패'와 '착하지만 식상했던 내용 구성' 때문으로 진단할 수 있다.

우선 '기분 좋은 날'의 편성 시간대 문제다. 이 드라마가 같은 시간대 정면으로 맞대결을 펼친 작품은 '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 였다.

'장보리'는 공교롭게도 현재 막장논란에 휩싸인 드라마다. 착한 드라마를 표방했던 '기분 좋은 날'과는 완벽하게 대비돼는 막장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자극성과 분노를 유발하는 이 드라마의 막장 요소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두 드라마가 정면으로 맞붙는 순간부터 승부는 이미 갈렸던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막장을 끌어다 쓴 '장보리'와 진정한 가족애와 사랑을 이야기 하려고 고민하던 '기분 좋은 날'이 애초부터 싸움이 안 됐다는 소리다.

▲ [사진=SBS '기분 좋은 날' 제공]

결과도 뚜렷하게 비교됐고 내용도 처참했다. '장보리'는 최고 시청률에서 40%에 육박하는 성적을 냈다. 반면 '기분 좋은 날'은  3%대까지 시청률이 추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드라마 '장보리'가 살인을 저지르고 거짓말과 각종 음모와 술수를 부리는 내용이 나올 때 '기분 좋은 날'은 한없이 평온했다.

아예 시청률을 무시하고 공익성만을 추구했다면 비판하기 어렵겠지만 시청률을 생각했다면 편성의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력한 자극성을 가진 드라마와 자극성은 커녕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가려던 드라마를 맞붙여 놓은 것이 실수 아닌 실수였던 것이다. 단순하게 시청률로만 드라마의 성패를 가릴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부분만을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다.

'기분 좋은 날'이 외면당한 이유는 또 있다. 내용 구성이 그동안 방송된 착한 드라마들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착한 드라마 공식'을 따랐다. 우리나라에서 착한 드라마라고 하는 작품들 대부분은 가족 간 헌신, 특히 부모나 자식의 희생이 중심이 된 내용이 많다. '기분 좋은 날' 역시 모든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의 중심에는 '엄마의 희생'이 중심이었다.

시청자들이 '기분 좋은 날'의 이런 구조를 보고 느꼈을 것은 딱 하나다. 식상함이다. 참신한 내용을 갖춘 착한 드라마들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실망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사진=SBS '기분 좋은 날' 방송 캡처]

흥미 유발 요소가 적었던 '기분 좋은 날'이 내용까지 식상하다는 평가까지 받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봐도 '기분 좋은 날'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들이 많다는 의견이 잇고 있다.

결국 '기분 좋은 날'은 이런 두 가지의 약점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과 무조건 착했던 내용만으로는 약점 극복에 역부족이었다. 착한 드라마가 막장드라마와 정면으로 싸워서 이겨주길 바랐던 많은 사람에게는 매우 아쉬운 결과다.

극단성과 자극성이 주도하는 드라마 풍토에서 착한 드라마의 제작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착한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흥미유발 요소가 있어야 한다. 시대가 공감하는 감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표현한다거나, 힘든 세상을 대처하는 트렌드한 유쾌함을 담는다거나, 평범함 속에서도 기발함과 감동이 살아 숨쉬는 식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제작될 착한 드라마들은 이런 사례를 제대로 연구해 막장드라마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착한 드라마'를 완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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