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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잘 나가던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 하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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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잘 나가던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 하락 이유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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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tvN에서 방송된 '응답하라 1994'가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10%의 시청률에 올랐던 것이 불과 작년 일이다. 이어 올해 상반기 방송된 후속작 '응급남녀'는 최고 7.3%까지 치솟았고 ‘갑동이’를 비롯해 '연애 말고 결혼' 등은 2~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2014년 하반기 현재, 케이블 드라마들은 전작들에 비교해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방영중인 월화드라마 '마이 시크릿 호텔', 금토드라마 '아홉수소년', 일요드라마 '삼총사'는 모두 1% 안팎 시청률에 머문다.

TV 시청률로 인기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온라인 반응 역시 미지근하다. 또한 '황금거탑'은 20부작 기획에서 총 11부작으로 조기종영했고, '잉여공주'는 기존계획 14부에서 10부로 변경해 마칠 예정이다. 방송국 측은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라고 조기종영의 이유를 밝혔지만 대개 조기종영 드라마들이 시청률 면에서 고전해 왔다는 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시청률 10%라는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기록을 보여줬던 tvN '응답하라1994'. [사진=CJ E&M제공]

◆ 케이블만의 강점 약해져지상파로 옮겨 오는 '장르물', '높은 수위', 'CG기법' 등

이 현상의 이유로는 케이블 드라마만의 강점이었던 부분을 이제 지상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케이블 드라마는 ‘장르물(특정 장르나 직업군에 대해 전문성있게 다루는 드라마. 여기서 로맨스는 주가 되기보다 부수적인 기능을 한다)’ 제작이나 강한 수위 측면, 독특한 장면 연출 등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을 해 왔다.

tvN '갑동이', OCN ‘신의 퀴즈4’ 등은 어떠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수사, 미스터리 해결에 중심을 둔 드라마였다. 현재 방영 중인 '리셋' 또한 연쇄살인사건을 맡은 검사의 이야기다. 이런 ‘장르물’은 케이블 드라마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장르물’은 이제 지상파로도 많이 옮겨간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SBS의 ‘신의 선물:14일’, ‘쓰리데이즈’, MBC의 ‘호텔킹’, ‘트라이앵글’, KBS2의 ‘골든 크로스’, ‘개과천선’ 등이 방송됐다. 이들 드라마는 스릴러, 복수극, 법정극 등의 모습을 취했다.

더불어 ‘강한 수위’ 또한 지상파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KBS에서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이다. KBS는 지상파 3사 중 알게 모르게 가장 보수적인 채널로 꼽힌다. 이 드라마의 극본은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의 정현정 작가가 집필한다. ‘로필’은 거침없는 대사 수위와 현실적인 연애 묘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연애의 발견’ 제작발표회에서 ‘KBS의 주 시청자는 연령이 높은 편인데 솔직하고 노골적인 드라마를 방송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김성윤 PD는 “‘연애의 발견’은 젊은 드라마를 해보자는 모토로 제작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주 시청층의 연령이 어려 눈에 띄는 시청률 상승은 없지만 활발한 온라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케이블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던 CG기법이나 독특한 장면 연출도 지상파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KBS2의 '아이언맨'에는 몸에 칼이 돋는 설정의 인물이 등장한다. MBC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첫날밤을 뜻하는 장면을 떡방아 CG로 코믹하게 그리기도 했다.

▲ 10회로 조기종영을 결정한 tvN 드라마 '잉여공주'. 20대의 연애와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그렸으나 시청률, 화제성 면에서 고전했다. [사진=CJ E&M제공]

◆ 일요드라마 등 주 1회 편성, 시청자들은 아쉽다

편성에서의 새로운 시도 역시 고정 시청자를 끌어모으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드라마의 주 1회 방송은 새로운 시도다. '황금거탑'은 수요드라마, '잉여공주'는 목요드라마, '삼총사'는 일요드라마다. 주 1회 방송은 다음 편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고, 그만큼 흐름이 끊긴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1회 방송이라 아쉽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주 2회 방송한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식으로 나뉜다. 가끔 방송을 건너뛰어도 줄거리를 이해하기 쉬운 일일극과는 달리 주 2회 편성되기에 시청자들은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방송을 보는 '본방사수'를 한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요일을 일주일의 낙으로 삼고 기다리기도 한다. 고정 시청자들의 축적은 곧 시청률로 이어진다.

물론 주 1회 방송의 장점은 있다. ‘삼총사’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주 1회 드라마인만큼 보다 완성도있는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중인 배우 이진욱은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연기에 대해서도 좀더 고민할 수 있다. 방송 시간에 쫓겨 찍게 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삼총사’는 연기, 조선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배경과 세트에서의 촬영, 독특한 편집 등으로 완성도 면에서는 호평받고 있다.

▲ tvN 드라마 '삼총사'의 경우는 주 1회 편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편성 또한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사진=CJ E&M제공]

◆ 평준화된 재미 속 ‘개성 극대화’해야… 특이한 소재의 ‘나쁜 녀석들’ 호평

저조한 시청률은 완성도와는 다른 문제다. 흔히 '재미가 없어서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와는 상관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청률 면에서 고전하는 작품들 중 유난히 수준이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는 경우는 없었다.

tvN 월화드라마 ‘마이 시크릿 호텔’의 경우 흥미로운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 실제 호텔을 방불케하는 촬영장 등 빠지는 것이 없다. 앞서 시청률이 잘 나오던 드라마와 비교하면 완성도나 연기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완성도가 평준화된 상황에서 크게 발전한 측면이 없다는 점은 곧 시청률 하락의 이유로 따져볼 수 있다. 흔해진 ‘장르 드라마’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비슷한 속성들을 갖게 되고, 처음의 신선함은 식상함으로 바뀌게 됐다.

비슷해진 작품들 속에서 시청자를 잡기 위해서는 더욱 특정 작품만의 강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 예로, 4일 OCN에서 첫 방송을 한 '나쁜 녀석들'은 최근의 드라마 중 눈에 띄게 호평받았다.

대부분의 수사물에서 선악의 대립을 그렸던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절대 선도, 악도 없다고 규정지었다. 범인 소탕을 위해 조직폭력배, 청부살인업자, 싸이코패스를 모아 '나쁜 녀석들'을 구성한 모습은 특이하다. 수사물 중에서도 차별성이 있고, 화려한 액션과 긴장감있는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나쁜 녀석들' 1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포함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평균 2.1%, 최고 3.2%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OCN, 채널CGV, 수퍼액션 3개 채널 합산) 뿐만 아니라 방송 후 드라마 제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며 인기를 보여줬다.

▲ OCN '나쁜 녀석들'은 최근 나온 장르물 드라마 중 눈에 띄게 호평받았다. 1회 방송 후 온라인이 뜨거웠다. [사진=CJ E&M제공]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인터넷 웹드라마까지 온통 드라마 판이다. 채널 선택권이 적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높았던 이유는 시청자들이 분산되지 않고 한 곳으로 몰리기 쉬웠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선택권이 넓어진 반면, 특정 드라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재미는 부족하다. 평준화된 재미 속에서 더 큰 재미를 찾고, 이 드라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과 개성을 살리는 것이 시청자를 잡을 수 있는 해답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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