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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동시 출전하면 프로농구 흥행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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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동시 출전하면 프로농구 흥행 보장된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0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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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즌부터 짝수쿼터 외국인 2명 동시출전…10개 팀 감독들 우려 한 목소리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프로농구가 6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내년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전이 짝수 쿼터에 한해 허용되면서 농구판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벌써부터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6일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과 관련해 2015~2016시즌부터 신장 제한은 2명 중 1명을 193㎝ 이하로 두고 출전 쿼터는 2, 4쿼터 2명, 1, 3쿼터 1명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 결정을 통해 나온 결론이었다.

이는 외국인 선수 2명이 1, 4쿼터에 함께 출전하고 2, 3쿼터는 1명씩 뛰었던 2008~2009시즌까지의 체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 KBL이 6일 내년시즌부터 3, 4쿼터에 한해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출전시키는 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SK 애런 헤인즈. [사진=스포츠Q DB]

이와 함께 이사회는 각 팀 외국인 선수 한 명의 신장을 193㎝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른 한 명의 신장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들은 이 안이 이사회를 통해 다뤄진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이사회보다 앞서 진행된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을 통해 외국인 선수 제도 개편 소식을 들은 대다수 감독들은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출전하면 점수가 많이 나고 볼거리가 생기는 등 농구의 재미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 한 명에게 경기의 절반을 내줘야 하는 국내 선수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에는 10개 구단 모든 감독이 한목소리였다.

특히 대학 선수들이 졸업을 앞두고 ‘선수생활을 계속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적잖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동남 KGC인삼공사 감독은 “외국인 선수 출전을 늘리는 것은 농구인의 앞길을 막는 처사”라며 “자신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면 중고등학교 선수부터 흔들릴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진 LG 감독도 “국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 국가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거들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 전창진 KT 감독은 "프로농구를 시작했을 때 취지와는 상반되는 제도다"며 외국인 선수 제도 개정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진=스포츠Q DB]

특정 포지션을 지정해 국내 선수가 고갈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 감독도 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매년 큰 규모의 국제대회에서 슈터(슈팅 가드)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하는데,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뛰고 그 중 한 선수의 키가 193㎝ 이하라면 국내 선수들이 슈터를 기피할 것 같다”며 “특히 대학 선수들은 슈터와 파워포워드 포지션을 기피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가뜩이나 농구선수의 취업률이 낮은데 앞으로 농구를 할 선수들이 줄어들 것 같다. KBL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경종을 울렸다.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투입한다고 해서 리그의 흥행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감독들도 있었다. 경기가 재미있어 지는 것과는 별개로 경기 상황에 어떤 변화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때때로 농구를 좋아하는 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었던 예전의 농구(농구대잔치 시절)가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동시에 투입하는 게 리그 흥행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매년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느끼는 거지만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옳은 결정인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전창진 KT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전 감독은 “프로농구를 시작했을 때 취지와는 상반되는 제도다”라며 “국내 선수들이 의기투합해서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는데 앞으로 이 선수들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프로농구 초창기 때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나왔었는데 그때 대학 선수들이 진로를 정하기 힘들었다. 이런 사례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 감독들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김영기(오른쪽) KBL 총재는 미디어데이 도중 자리를 떴다. [사진=스포츠Q DB]

하지만 현장에서 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KBL 수장인 김영기 총재는 귀를 막았다. 미디어데이 도중 자리를 뜬 김 총재는 결국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김 총재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거리가 생겼다. 리그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16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어떤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의 동시 출전은 국내 선수뿐만 아니라 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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