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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살아나는 정통가드 김태술, '삼성 가드왕국' 부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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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살아나는 정통가드 김태술, '삼성 가드왕국' 부활 이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0.24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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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완급조절로 공격 진두지휘, 이상민 감독 "1라운드 지나면 제 기량 더 발휘될 것"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경기 도중 감독에게 패스를 하는 선수, 황당한 표정을 짓는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인터넷 상에서 놀림거리가 된 장면이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닌 최근 몇 년간 삼성이 지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 상황이었다. ‘왕년의 가드왕국’ 삼성은 팬들의 한숨을 불러일으키는 가드진을 보유한 구단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과거 화려했던 가드왕국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정통 포인트 가드 김태술(32)이 있다.

▲ 서울 삼성 김태술(왼쪽에서 4번째)이 23일 울산 모비스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왼손 훅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KBL 제공]

◆ 가드 왕국 삼성 부활 이끄는 김태술, 모비스전도 맹활약

김태술은 23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10득점 4어시스트를 기록, 팀의 88-73 대승을 이끌었다. 가드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모비스는 양동근이 전날 손목골절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반면 삼성에는 김태술이 있었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상대가 모비스이고 개막전이라 걱정했다. 양동근의 부상으로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질 것도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라면서도 “경기 전 강조했던 것처럼 초반 5분 동안 경기를 잘 풀어나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김태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김태술은 경기 시작과 함께 문태영의 3점슛을 어시스트했다. 이어 미들라인에서 7-2로 달아나는 점프슛을 터뜨렸고 임동섭의 3점슛까지 도왔다. 10-2로 리드를 잡은 삼성은 이후 크게 리드를 유지하며 경기를 손쉽게 따냈다.

김태술은 속공이 필요할 때는 빠른 패스를 건넸고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았을 때는 노련하게 완급조절을 했다. 최근 몇 년간 삼성 농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김태술이 채우고 있었다.

▲ 서울 삼성 김태술이 23일 울산 모비스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국내 최고 가드로 성장중인 김태술, 삼성서 명예회복 선언

김태술은 2007년 서울 SK에서 프로에 입단하면서 신인왕애 올랐다. 2011~2012 시즌을 앞두고 주희정과 맞트레이드돼 안양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김태술은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4년 전주 KCC 유니폼을 입은 뒤 깊은 부진에 빠졌다.

자신이 전적으로 리딩을 담당했던 이전 팀들과 달리 전태풍, 안드레 에밋 등과 함께 역할을 분담해야 했다. 또한 빠른 농구를 펼쳤던 이전 팀들과 달리 하승진을 적극 활용해 펼치는 고공 농구도 김태술의 적응을 힘들게 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까지 속을 썩였다.

결국 김태술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현민과 트레이드돼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뛴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후 김태술은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경기 시작 후 처음 건넨 패스를 문태영이 3점슛으로 연결시켜줘 긴장이 풀렸다. 전체적으로 득점도 잘 이뤄져 의미있는 경기였다”며 “몸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닌데 예전 좋았던 리듬이나 패스, 슛 감각 등이 올라오려면 경기에 많이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쿼터 팀이 여유있게 앞서 나가자 김태술은 자신의 장기인 미들라인 뱅크슛으로 득점을 쌓아갔다. 김태술은 “감을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뱅크슛을 던진 부분도 있다. 그 슛이 들어가야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술은 베테랑 답게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삼성은 인사이드에 강점이 있는 팀 색깔을 가지고 있다. 감독님께서 연습 때도 안으로 공을 많이 넣으라고 주문하시는데 쉽지 않았다”면서도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외국인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스크린 플레이 후 움직이면서 공을 잡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대화를 많이 했고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팀들도 포스트 수비를 강하게 나올 것”이라며 “그럴 때 외곽 선수들이 좀 더 활발하게 도와주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인사이드에 주력하는 팀 스타일에 잘 맞춰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삼성 김태술(왼쪽에서 3번째)이 23일 울산 모비스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임동섭(왼쪽에서 2번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민완가드 출신 이상민 감독의 전폭 신뢰, 김태술의 삼성이 무서운 이유

이상민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가 상당하다. 이 감독은 “태술이가 완벽한 몸이 아닌데 오늘 경기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1라운드가 지나면 제 기량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라틀리프도 김태술의 합류에 대해 “모비스에서 양동근과 함께 뛰었는데 그 당시부터 김태술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양동근은 1, 2번을 모두 소화했기 때문에 포인트가드로서는 김태술이 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틀리프의 말을 들은 김태술은 악수를 청했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이좋게 활짝 웃었다.

지난 18일 열린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이상민 감독은 연세대 출신 가드인 천기범과 성기빈을 뽑았다. 누구보다 가드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상민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삼성의 가드는 총 12명. 지나치게 가드만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삼성은 어린 가드들이 성장하기에 더 없이 좋은 상황이다.

삼성 가드진에는 김태술 외에도 살아있는 전설 주희정이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베테랑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제2의 이상민, 주희정, 김태술로 성장하는데 더 없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김태술의 부활 날갯짓이 삼성의 가드왕국 재건을 기대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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