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7:32 (화)
[모델과 시대](7) 노력하는 모델 최정은, 그의 교육자로서의 2막 인생
상태바
[모델과 시대](7) 노력하는 모델 최정은, 그의 교육자로서의 2막 인생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10.24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모델들은 각 시대의 미(美)를 대변한다. 유행과 패션의 최첨단에 서 있는 모델들은 시대가 원하는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표준이 되어 왔다. 따라서 모델계 역사의 흐름은 미의 흐름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Q는 김동수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한국 모델사를 이끌어 온, 혹은 앞으로 이끌어갈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김동수는 대표적인 1세대 해외파 모델로, 현재 동덕여대 모델과 교수이자 모델학회장으로서 한국 모델계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포츠Q(큐) 사진 이상민·글 주한별 기자] 흔히 성실함이란 최고의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꾸준함'과 '성실함'은 다른 재능에 비해 반짝임이 덜하기 때문에 때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폄하되기 일쑤다.

모델은 런웨이에서 반짝이는 직업이다. 그렇다보니 다수의 사람들은 런웨이 뒤에서의 모델들의 피나는 노력에 대해서 미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모델 최정은은 자신의 강점은 '성실함'이라고 강조했다. 모델계 은퇴 이후 교육자로서 그녀가 바라보는 '좋은 모델'이란 어떤 것일까?

♦ 음악 전공에서 모델로… 선배모델 김동수에게 감명 받아

최정은은 선배 모델 김동수가 자신의 모델이란 꿈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정은이 청소년 시기를 보낼 때까지 '모델'은 한국에서 주목받는 직업은 아니었다. 최정은 역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음악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런 최정은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 것은 선배 모델이자 국내 해외파 1세대인 김동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오르간을 배워서 종교 음악과를 가려고 했었어요. 사정이 생기고 고 2때 음악을 포기하며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죠. 당시 모델 김동수가 주목을 받고 있던 시기였고, 친구들이 저에게 모델을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죠. 그때부터 모델의 꿈이 시작됐어요."

최정은의 꿈을 적극 지원해 준 것은 어머니였다. 다수의 부모님들이 모델이란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것과 달리 최정은의 어머니는 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다.

"어머니가 제 꿈에 적극적이었어요. 제 학원도 알아봐 주시고, 그래서 저는 대학을 떨어진 이후 바로 모델학원에서 모델을 시작하게 됐죠."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 진학조차 모델의 꿈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최정은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대에 섰을 때의 '재미'에 빠졌다.

"그 전까지 종교음악을 전공해서 실기에만 집중했던 상황이죠. 그것마저 포기하다 보니 제가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모델 학원에 가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실제 무대가 아닌 학원 무대의 섰을 때도 재밌어서, 그때부터 꼭 모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시 서울 컬렉션 무대를 갔는데, 무대에 매료돼 꼭 저 대단한 무대에 서야겠다는 목표의식도 생겼어요."

♦ 내 장점은 '노력', 시행착오 경험이 교육자 됐을 때 도움 돼

최정은은 자신의 장점은 성실함과 끈기라고 말했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개성을 무기로 삼는 모델들만큼 각자 자신만의 강점이 있기 마련이다. 모델 최정은은 자신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없다"라는 대답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저는 강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얼굴이 작은 것도, 비율이 좋은 것도 아니었죠. 제가 잘 하는 건 노력이었어요. 선배들의 무대를 세밀하게 보고 어떻게 하는지 분석하고 흡수했죠. 첫 촬영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선배 모델을 보고 똑같이 따라했어요. 저는 창조를 못했기 때문에 모방을 열심히 했죠. 제게는 노력과 끈기밖에 없었어요."

최정은의 노력은 단순한 '열심'만은 아니었다. 모델로서의 트렌드 분석과 스타일의 다채로운 변신은 '노력'의 범주에 포함됐다.

"저는 제가 특별한 모델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특별한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했죠. 트렌드를 쫓기 위해 스포츠 머리를 하기도 하고 온 몸을 태닝하기도 했어요. 제가 '모델스럽게 보이는 것'이 중요했죠.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그 트렌드에 발 빠르게 맞춰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최정은에게 교육자의 길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실패담은 곧바로 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담으로 변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는 잘 하는데 학생들에게 전하는 건 서툰 모델들도 있어요. 교육자들이 다 톱모델 출신이 아닌 이유죠. 자신의 경험을 강단에서 잘 풀어낼 수 있는 게 교육자로서는 중요해요. 저는 톱모델은 아니었어요. 대신 제가 노력했던 점, 시행착오들, 성공했던 순간들을 효과적으로 제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죠"

♦ 모델 교육자로서는 1세대… 시작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

IMF 당시의 어려움은 최정은을 '모델 교육자'의 길로 이끌었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정은은 이른 나이에 은퇴 후 본격적인 교육자의 길에 들어선다. 최정은은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990년대 중반, IMF가 왔어요. 경제가 어려우면 패션 산업부터 힘들어지죠. 그때 얼마나 어려웠냐면, 동료 모델과 떡볶이 노점상이나 대리운전을 하자고 했을 정도였어요. 물론 대리운전 회사에서 험한 일이라며 젊은 여자인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죠.(웃음) 당시 많은 모델들이 진로를 놓고 고민했을 거예요. 운 좋게도 99년도에 동덕여대 모델과가 생겼어요. 그리고 저에게 입시생을 가르치지 않겠냐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최정은은 가르치는 9명의 제자들 중 6명을 대학에 합격시켰다. 그리고 교육자의 길을 걷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 저는 고졸이었는데, 입시생들을 가르치려면 저부터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문대(현 국제대) 모델과에 입학하고 이후 동덕여대 모델과에 편입했죠. 당시 저는 모델 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선배·동료들이 제 선택을 비웃기도 했어요. 다들 모델이 되려고 가는 곳이 모델과인데 왜 지금 대학에 가느냐고 물었죠."

하지만 최정은의 모델과에서의 경험은 교육자로서 그가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제가 대학 강단에 처음 선 건 4학년 2학기 때였어요. 2004년도에 우송정보대에 있는 패션학부 모델전공을 가르쳤죠. 이후 모델과가 없어지면서 패션 전공 공부를 더 많이 했어요. 일을 할수록 교육자가 제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자연스럽게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대학원에 가고, 서울종합예술학교 전임 교수를 했죠. 이후엔 국민대에서 모델과를 맡게 됐어요. 한 단계 한 단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죠"

최정은이 처음으로 모델 교육계에 들어섰을 때는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모델학과'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기였다. '모델 교육계'의 개척자로서 최정은은 많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동덕여대를 제외한 다른 모델과에는 회의감이 컸죠. 스포츠와 함께 모델과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처음에는 운동을 하는 키 큰 친구들이 모델을 지망했어요. 이후 질 좋은 모델들이 점차 모델과에 들어왔죠. 패션계에서도 동덕여대 출신 모델들이 인정받기 시작하고, 모델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었죠. 모델이 하나의 직업군, 학문이라는 인식도 서서히 자리잡혀갔어요. 저는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 과정을 모두 봐서인지 모델학과의 성장이 뿌듯해요."

빠른 은퇴로 이른 시기에 모델 현장에서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해당 질문에 최정은은 "그렇다"며 솔직한 대답을 했다.

"처음에는 모델 일을 하면서 학교에 다녔지만 점차 학교에 치중해서 모델일과 멀어졌죠. 사실 시작은 사소한 거였어요. 쇼 뒤에서 제자랑 함께 옷을 갈아입는 게 제 입장에서 부끄러웠거든요. 그래서 정말 모델 교육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와서는 계속 활동하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요. 학생들에게 전해줄 게 좀 더 많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죠."

♦ 김양훈·여연희·이봄찬 등, 최정은의 '제자들'

최정은은 김양훈·여연희·이봄찬 등 모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18년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최정은에게 인상에 남은 제자들이 있냐고 묻자 그는 "너무 많다"고 대답하며 제자들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보였다.

"김양훈, 김한수, 여연희 세 친구는 지금은 톱모델이죠. 그 세 친구 모두 착실한 학생들이었어요. 밑부터 천천히 단계별로 올라간 친구들이 결국엔 인정받더라고요. 최근에는 이봄찬이란 학생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국민대에서 시작을 해서 최근 해외 컬렉션 18개를 해낸 친구죠. 큰 재능 없이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지만 언제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도적의식과 톱모델로서의 자신감이 있죠."

최정은은 훌륭한 제자로 이봄찬을 꼽은 이유에 대해 "도전의식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봄찬이는 해외에서 얼굴을 보자라는 메일만으로 해외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이메일 하나만으로 결심하는 친구들 많지 않죠. 얼굴 한번 보여주기 위해 밀라노로 간다란 결정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봄찬이는 밀라노로 갔고, 비비안웨스트우드 쇼를 그 해에 해냈어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도전해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셈이죠."

최정은 교수는 어려웠던 시기를 이겨내고 톱모델로 거듭난 제자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는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모델 김양훈도 계속해서 오디션에 떨어졌어요.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국내 오디션마다 떨어졌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훈이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자리에서 버텼어요. 지금은 훌륭한 모델이 돼서 대견하죠. 여연희 같은 경우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를 통해 잘 됐죠. 연희는 카메라와 잘 어울리는 친구였고, '도수코'를 통해 매력을 드러낼 수 있었어요. 스스로의 매력을 가식 없이 방송에서 드러내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최정은은 자신이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목표와 진로를 결정해 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제가 제자들에게 꼭 하는 말이, 해외무대를 경험해 보라는 거예요. 휴학하고 해외 나갔다고 오라고 하죠.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인생을 설계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델이란 직업이 학생과 맞는지, 모델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과를 전향해 목표를 수정해야 할지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하죠."

학생들이 '모델과'에 가지고 있는 안일한 생각에 대해서도 최정은 교수는 지적했다.

"학생들에게 졸업은 꼭 해야 한다고 말해요. 학생들이 모델 일과 병행하다 보면 학업을 게을리 하거든요. 졸업의 중요성도 모르고요. 모델 이후의 삶 또한 학생들이 고민하게끔 하는 게 교수로서의 제 역할인 것 같아요"

♦ 최정은이 생각하는 '좋은 모델'은? "인성과 노력 필요해"

최정은은 모델들에게 '노력'과 '인성'이 꼭 필요한 덕목임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정은이 생각하는 좋은 모델이란 무엇일까? 최정은은 '인성'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는 앞서 말했듯 뛰어난 재능이 있는 모델은 아니었어요. 제가 모델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최정은 성실해, 성격이 좋아'라는 칭찬을 꼭 들었죠. 업계 사람들에게 성실성과 인성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에요. 노승원 디자이너는 저를 꼭 메인 모델로 세웠죠. 제가 해당 쇼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도 있었지만 인성을 높이 사줬던 것 같아요. 저는 결코 약속 시간에 늦거나 지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모델에게 시간 약속은 중요하거든요. 스태프와의 원만한 관계도 신경써야 하죠. 모델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최정은은 앞으로 모델을 꿈꾸는 모델 지망생들, 또는 갓 데뷔한 모델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끈기 있게 계속해서 도전하는 친구가 많지 않아요. 일 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친구도 많죠. 자신의 기회가 올 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정말 기회가 와요. 단기간에 성과가 없다고 포기하는 건 너무 안타까워요."

최정은은 '끈기의 아이콘'으로 자신의 첫 제자였던 모델이자 배우인 이태곤을 꼽았다.

"이태곤 씨는 스물다섯, 늦은 나이에 모델 학원에 왔어요. 패션모델로는 승산이 없단 것을 알아서 홈쇼핑 모델로 시작했죠. 이후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그 이후 성공했어요. 꼭 패션모델이 아니어도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아줬음 해요."

♦ 최정은의 목표, 4년제 모델과를 개설하는 것

최정은은 4년제 대학에 모델과를 개설하는 것이 현재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당면한 목표는 제 제자들 중 대학원 진학한 친구들이 교육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자 양성을 하고 싶어요. 장기적인 목표라면 현재 두 개 밖에 없는 4년제 대한 모델과를 증설하는 거예요. 4년제 대학에 과가 개설되어야 모델계도 힘이 생겨요. 현재는 너무나도 개설된 모델과의 수가 적어요."

최정은 교수는 모델과에 대한 언급과 함께 롤모델 김동수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제가 모델학회에 들어가게 된 지 오래 됐어요. 지난 8월부터는 모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김동수 교수님과 모델학회에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게 기뻤죠. K모델 어워드 총 연출이라는 즐거운 경험도 했고요. 앞으로 선배님들을 돕고 후배들에게 더 나은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교육자가 되는 게 목표예요. 저는 모델 교육자 1세대인데, 사실 처음이란 게 굉장히 힘들어요. 제 후배들은 제가 만든 길을 평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취재후기] 지난 인터뷰가 모델 김양훈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최정은 교수는 제자 걱정을 하기 바빴다. "양훈이가 말실수 하진 않았죠?"라며 걱정 반 농담 반을 건네는 최정은 교수의 모습에서 제자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최정은 교수는 교육자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를 지탱해 온 '성실함'이 모델 최정은에 이어 교육자 최정은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서울 내 4년제 대학교 모델과 개설이 목표라는 그의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최정은 프로필

동덕여대 모델과 졸업
2004~2008 우송정보대 겸임교수
2005년 경문대학 모델과 외래교수
2009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패셜모델예술학부 학부장
現 국민대 평생교육원 모델연기전공 교수
現 모델학회 부회장 
現 한국 모델협회 교육위원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