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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대학 졸업장이 대수일까, 김영란법이 부추기는 '얼리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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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대학 졸업장이 대수일까, 김영란법이 부추기는 '얼리 드래프트'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0.24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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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등의 이유로 졸업장 의미 흐릿해져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성균관대 2학년 세터 황택의 지명하겠습니다.”

“중부대 3학년 세터 하승우를 뽑겠습니다.”

24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시즌 프로배구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구미 KB손해보험과 서울 우리카드가 전체 1, 2순위 선수를 부를 때 이렇게 외쳤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선수들이 숱한 졸업반 선배들을 제치고 전체 1, 2순위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얼리 드래프티가 전체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건 지난 시즌 나경복(우리카드)에 이어 두 번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체 3순위로 인천 대한항공의 부름을 받은 레프트 허수봉은 경북사대부고 3학년이었다. 고교 선수가 1라운드에 뽑힌 역대 최초 사례. 4순위도 인하대 3학년 레프트 김성민이었다.

이날 드래프트에 참가한 전체 37명의 선수 중에서 10명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는데, 이 중 40%인 4명이 1라운드 1~4순위에 선택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대학을 나와야만 높은 순위에 선택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저학년이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면 프로에 입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도 종종 성인 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에 나가고 있기 때문에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대학 2, 3학년 선수가 드래프트에 나가 프로팀 입단이 확정될 경우 이를 취업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2, 3학년 선수가 프로에 입단할 때는 교수의 양해를 얻어 특정 수업의 학점을 인정받는 것이 관례였지만 교수도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되는 만큼, 이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수업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주지 않아 얼리 드래프티 제도가 폐지된다면,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은 대학을 자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이유로 일찍 프로에 뛰어드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얼리 드래프티를 줄일 수 있는 김영란법이 오히려 일찍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을 늘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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