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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4) 뮤지컬 '팬레터', 봄 같은 김해진 그리고 배우 김종구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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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4) 뮤지컬 '팬레터', 봄 같은 김해진 그리고 배우 김종구 (上)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10.25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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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최우수 선정작 뮤지컬 '팬레터'는 경성시대 문인들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다. 김해진을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김종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작품 속 해진 선생님처럼 봄 같은 김종구 배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신인류’가 탄생한지 오래지만 사람들은 가끔 늦은 밤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던 때를 그리워한다. 동경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정성으로 쓰던 편지는 ‘팬레터’, ‘연서’라고 표현됐다.

뮤지컬 ‘팬레터’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상과 김유정, 경성시대 문인 모임 구인회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품은 인물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문학을 향한 열정을 그려내는 심리 드라마로 1930년대 경성의 신문사와 작업실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작품 속 ‘천재 소설가’이자 세훈과 히카루에게 존경과 사랑이 담긴 편지를 받는 김해진. 그를 연기하는 배우 김종구를 지난 18일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만났다.

◆ ‘팬레터’ 속 김해진 표현 위한 준비와 고민

뮤지컬 '팬레터' 김종구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폐병으로 요절하기 전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했던 김유정 작가의 삶은 뮤지컬 ‘팬레터’ 속 김해진이라는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그의 실제 삶을 그대로 재연한 것은 아니지만, 실존 인물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종구는 ‘김해진’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고민을 했을까.

“관객들에게 뭘 보여주면 좋을지 생각했어요. 세훈이가 해진이는 ‘봄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요. 그런 사람이 자기 일 혹은 사랑에 미쳐 본인의 생명이 꺼질 때까지, 영혼을 다해 매진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1차원적으로 해진이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순수하고 말투는 조곤조곤, 행동은 좀 느리고 유약했겠구나.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이니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성격일 거로 생각했죠. 그리고 어딘가에 빠졌을 때 얼마나 미칠 수 있는지 수위를 조절했어요. 해진이라는 인물이 세훈과 히카루에게는 ‘어떤 존재로 각인이 돼 있나’도 고민했죠”

김종구는 1930년대를 사는 해진을 표현하기 위해 말투에 신경 쓰기도 했다. 그는 경성시대 말투를 위해 무성·유성 영화를 찾아봤고,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차별화된 말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진이가 처음과 달리 뒤로 갈수록 한 지점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마지막 촛불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저는 그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의 봄 같은 모습에서는 ‘녀석, 조심해야지. 많이 다쳤니? 거, 종이 조심해야 한다’ 같은 시대적 말투가 매력. 그리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히카루와 함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글을 쓰고, 미학에 빠진 모습 자체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 ‘봄’ 같은 해진에게 ‘빛’ 같았던 세훈

[사진= 스포츠Q 이은혜 기자]

김종구는 작품 속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1막의 해진은 순수하고 다정한 느낌이 강하지만 2막에서는 깊어진 병세로 인해 다소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진은 악화되는 건강에도 히카루를 향한 존경과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죽음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도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아진 편지를 나누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몰입한다.

극 중 해진은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히카루를 사랑하고 존중하게 된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쌓인 마음이 깊어진 해진은 그 편지들이 자신을 죽음에 한발 다가서게 하는 것도 애써 외면한다.

“제가 문예 창작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했어요. 그때 느낀 건 글 속에 자신이 숨겨 놓은 뜻을, 혹은 그 글 전체에 담겨 있는 의도를 정확히 알아주는 사람들, 내 생각이나 사상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고마워요. 해진이도 그런 마음일 거예요.” 

“히카루가 ‘슬픔을 아시나이까?’라고 묻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쓰잖아요. 편지를 받은 해진이는 나와 내 모든 영혼을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히카루와 세훈이는 해진이에게 굉장히 특별한 존재죠. 글 속에 숨은 뜻을 알아봐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진실’은 늘 괴롭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진실을 알고 있던 유일한 인물 세훈은 고민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극 말미 해진 역시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고 외치며 고통스러워한다.

끝끝내 외면하고 싶던 진실을 마주한 해진은 입을 연 세훈을 원망한다. 그리고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을 것처럼 소리치며 그를 외면한다.

“해진이가 세훈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언젠가부터 깨달아 왔다’고 쓰잖아요.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해진에게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고, 그래서 그게 누구더라도 편지의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했을 거예요.”

“해진이에게는 ‘내 글의 존재’를 알아준 사람이 있었다는 게 큰 의미였던 거고, 그냥 그게 히카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겠죠. 그래서 진실을 애써 부정한 거고요. 세훈이에 대한 원망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뮤즈’라는 존재를, 글의 참된 가치를 알게 해 준 세훈이와 히카루를 미워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해진이는 시간이 조금 흐르고 세훈이의 그 예뻤던 마음을 안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빛’ 같은 존재였죠. 해진이에게 세훈이는.”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지난 8일 개막한 뮤지컬 ‘팬레터’는 오는 11월 5일까지 공연된다. 약 한 달 남짓한 짧은 공연 기간은 아쉬움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인터뷰 말미 김종구도 공연 기간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초연의 시행착오들을 조금 더 보완해서 예쁘게 올리면 관객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작품이 한층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재연되길 바랐다.

뮤지컬 ‘팬레터’의 재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을 발굴해 해외진출을 추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공모전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이니만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하편도 함께 보세요.

[막간막후](24) 배우 김종구, '이 무대의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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