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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4) 배우 김종구, '이 무대의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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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4) 배우 김종구, '이 무대의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下)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10.25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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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이은혜·사진 최대성 기자] 벌써 11년 차 배우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시작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김종구는 ‘지하철 1호선’, ‘김종욱 찾기’, ‘빨래’, ‘모범생들’, ‘트루웨스트’, ‘여신님이 보고 계셔’, ‘나쁜 자석’, ‘비스티보이즈’, ‘구텐버그’, ‘스피킹인텅스’, ‘사의 찬미’, ‘로기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난쟁이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양한 캐릭터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김종구는 자신이 서 있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대학로 극장가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종구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 '배우' 김종구, 지금 행복하세요?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배우 김종구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데뷔 이후 꾸준히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오른 김종구는 “무대가 내 생명력”이라고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무대에 서서 행복함을 느끼는 것과 계속되는 체력 소모로 힘들어지는 것은 별개일 수밖에 없다.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는 것은 체력 소모뿐 아니라 정신까지 함께 소모되기 때문에 배우에게 휴식은 필수불가결한 시간이기도 하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김종구로서는 무대에서 오로지 한 인물에 집중해서 공연하는 게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사실 연습할 때가 더 힘들어요. 믿음도 확신도 없고 벌거벗은 상황에서 뭔가를 해야 하니까. 연습실은 관객도, 무대도 없잖아요. 전혀 피드백도 안 오고. 재미없어요. 그래도 여기서(무대) 행복하려고 거기서(연습실) 고생하고 있는 거니까. 안 힘드냐고 물어보면 힘들고,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행복해요. ‘힘든가’보다 ‘행복한가’가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많은 캐릭터를 다양하게 표현해 온 김종구에게 도전하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을까.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예전에는 있었다”는 과거형으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흐르고 배우로서 성숙해진 만큼 기준과 생각이 변화한 건 당연해 보였다.

“예전에는 제가 안 해본 인물, 잘 못 할 것 같은 인물에 도전하고 싶었고, 또 어떤 순간은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중점으로 했던 적이 있어요. 둘 다 장단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은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그게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에요”

◆ 김종구, 배우로서 어디쯤 걷고 있나요?

뮤지컬 '팬레터'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구 [사진= 스포츠Q 이은혜 기자]

초등학교 시절 시작한 연기는 김종구의 삶, 그 자체가 됐다. 안양예고 1학년 재학 당시 다소 불성실한 태도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김종구는 2학년 1학기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학교에서 진행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주인공을 맡게 된 것이다.

자신을 한 번 더 믿어준 주변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기했던 그는 당시 무대에서 느꼈던 감정과 박수 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후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대학로 무대에 뛰어든 김종구는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했다. 어느덧 11년 차 배우가 된 김종구는 배우 인생 어디쯤을 걸어가고 있을까. 이 물음에 김종구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라며 김광진의 노래 ‘편지’의 첫 구절을 읊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인 것 같긴 한데 명확한 목표 지점이 없어요. 그냥 매 순간, 한 역할, 한 작품이 다 첫사랑 같아요. 물론 11년 전보다 작품 속 인물과 사랑에 빠지기 위해 조금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김해진을 연기 중이니까 이 친구와 사랑하기 위해서 마음을 교류하고, 교감하는 부분들이 조금 더 섬세해졌고, 부드러워졌어요. 앞으로 10년이 더 흐르면 지금보다 더 진중하고 단단한 사랑을 할 수 있겠죠.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아, 참. 데뷔 초반에요. 대학 졸업할 때쯤에는 꿈이 영화배우였어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연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김종구는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김종구는 좋은 배우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매체에 나오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 했어요. 사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김종구’라는 이름을 들으면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굳이 찾으라면 그게 목표겠네요. 좋은 배우가 되는 거요. 아직 멀었네요(웃음).”

사실 배우에게 ‘목표’를 묻는 게 아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김종구의 ‘교과서적인 말’처럼 대부분의 배우는 특별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달려간다. 그리고 그들이 달려가는 길 끝에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 또는 좋은 캐릭터를 남기고 싶은 바람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자신의 목표를 차분하게 이야기하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던 김종구는 목표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취재후기] 인터뷰 당일 밤 공연을 앞두고 있던 김종구는 해진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로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뮤지컬 ‘팬레터’ 속 해진의 대사가 떠올랐다. 그의 대사처럼 내가 만난 현실의 김종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첫사랑 같은 배우였다.

☞ 상편도 함께 보세요.

[막간막후](24) 뮤지컬 '팬레터', 봄 같은 김해진 그리고 배우 김종구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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