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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은 어머니를 위해" 김세진이 일으킬 '사랑의 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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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은 어머니를 위해" 김세진이 일으킬 '사랑의 물보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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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AG D-10] 재활로 시작한 수영, 이젠 당당한 국가대표…"기대지 않고 기대받는 사람 될 것"

[300자 Tip!] 인천 아시안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우리의 국가대표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그들이다.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인천에서 열리는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은 23개 종목에 걸쳐 41개국 6000여명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게 된다.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종합 2위를 노리는 한국 선수단에는 대회 열흘을 남겨놓고 메달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태극전사들이 있다. 수영 종목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는 김세진(17·성균관대)도 열정의 물보라를 일으키며 역영을 다짐하고 있다.

[이천=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노민규 기자] "저를 끝까지 믿어주신 어머니께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메달을 바치겠어요."

김세진의 눈이 반짝였다. 7일 이천종합훈련원에서 만난 김세진의 입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넘쳐나는 자신감의 기운이 가득했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부분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갖고 있다. 남들에 비해 약간 불편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연이 있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런 사연들은 대부분 슬픈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의 고난은 자양분이 되어 더욱 정신력을 탄탄하게 만든다. 김세진도 그렇다.

▲ 김세진은 재활을 위해 9세부터 시작한 수영이 너무 좋아 전문 선수가 됐다. 중증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힘든 상황과 조건 속에서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거듭났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에게 바치겠다는 각오다.

◆ 오늘날 김세진을 있게 한 '강한 어머니'

김세진의 사연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소개됐다. 김세진은 지난해 SBS TV 프로그램 '땡큐'를 통해 선천적인 장애를 딛고 태어났지만 네살 때부터 '로봇다리'를 착용한 뒤 겪었던 온갖 고통과 고난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1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로봇다리 뿐 아니라 키가 계속 크기 때문에 체격에 맞는 로봇다리를 바꿔줘야 하고 로봇다리 착용을 위해 다리 부분의 뼈를 6번이나 깎아내는 수술을 받는 등 온갖 힘겨움을 토로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 방송으로 인해 '로봇다리'라는 별명을 얻었고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주자로 참가하기도 했다.

김세진은 선천성무형성장애라는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두 다리와 오른쪽 세 손가락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났다. 일부에서는 '흉측하다'거나 '보기 싫다'고 하지만 김세진은 자기 자신을 단 한 번도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병원에서도 포기했을 정도의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그는 오히려 행복했다. 항상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지원해준 어머니 양정숙(45)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양씨는 김세진이 세살 때 병원에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진단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팔아 수술과 티타늄 의족을 해줬다. 김세진은 살과 뼈를 깎는 수술을 견뎌냈다.

성인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그를 잡아준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걷는 연습보다 매트에서 넘어지는 연습을 더 많이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네가 걷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 김세진은 물에만 들어오면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 자유로움에 매료돼 수영선수가 됐다. 전문선수가 된 뒤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3관왕 등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김세진의 의족은 오늘날 수영선수 김세진을 있게 했다. 의족 하나가 3.5kg씩 7kg이나 된다. 의족을 달기 위해서는 이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재활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9세 때 수영을 시작했다. 물 속에만 들어가면 자유로움을 느꼈고 이에 매료되고 흥미를 갖게 된 김세진은 어머니에게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흔쾌히 허락했다.

2006년에 시작한 수영은 김세진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다줬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19세 미만부에서 접영 50m과 자유형 150m, 혼영 200m를 석권해 3관왕을 차지했다.

◆ 15세에 대학 입학, IOC 위원 목표까지 '무한도전'

수영선수로 활약했지만 전문 코치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 때문에 자기 스스로 코칭을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관련 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다.

김세진은 독학으로 고입 및 대입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뒤 2012년 15세에 최연소로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했다. 학과에서 배우는 지식은 그에게 또 다른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줬다.

김세진은 어린 나이지만 학업 성적도 뛰어나다. 그만큼 목표의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웬만한 과목은 A+를 받는다. 낮에 운동을 하고 새벽 늦게까지 혼자 남아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를 모두 이겨내면서 받은 성적이다.

김세진은 "코칭론이나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심리학 등을 배우면서 느낀 것도 많다"며 "이번 학기에도 모든 과목이 A+였는데 프로그래밍 과목 시험을 망쳐서 평점 3.8(4.5점 만점)을 받은 것이 아쉽다"고 씩 웃어보였다.

아직 17세에 대학교 3학년생인 그의 목표는 벌써 미래를 향해 있다. 스포츠 심리학자가 되고 싶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가 해왔던 모든 것이 어려워보였지만 모두 해냈기에 그의 이런 꿈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 김세진이 이천종합훈련원 수영장에서 가진 훈련에서 역영하고 있다. 김세진은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까지 노리고 있다. 또 스포츠심리학자, IOC 위원 등 욕심이 많다.

◆ 롤모델은 어머니와 경쟁자들

김세진이 출전하는 종목은 자유형 400m다. 이 종목은 박태환(25·단국대)의 주종목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2009년 박태환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세진의 롤모델은 박태환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태환을 만나는 소원이 있었을 정도이니 롤모델이 누구냐고 할 때는 박태환이라는 답을 예상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김세진은 "박태환 선수를 존경하고 좋아하긴 하지만 그를 보고 수영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롤모델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내게 롤모델은 당연히 어머니다. 어머니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말고 또 다른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와 경쟁하는 모든 선수"라며 "경쟁하는 선수는 모두 나처럼 또는 나보다 더한 힘든 것을 이겨내고 물살을 가른다. 나의 경쟁 상대이기도 하지만 롤모델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의 이런 자세는 어머니의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양정숙 씨는 "세진이가 수영을 하면서 금메달을 100개 정도 땄는데 그 메달을 모두 갖고 있지 않다"며 "최하위로 들어온 선수에게 자기가 따낸 금메달을 걸어주면서 항상 모든 사람들이 승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들이지만 너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 김세진이 이천종합훈련원 수영장에서 가진 훈련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세진은 검정고시를 통해 15세에 대학에 입학, 스포츠과학을 공부하고 있을 정도로 공부에도 열심이다.

김세진은 "세상에 기대하지 말고 세상이 기대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내 좌우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앞으로 10년 안에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세상이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다. 지금껏 흘린 나의 눈물과 땀이 나의 열정을 태우는 연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을 넘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까지 그의 역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취재후기] 김세진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어머니께 전화 한번 걸어줄 수 없느냐'고 기자에게 요청했다. 신문기사나 방송을 타게 되면 꼭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양정숙 씨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옛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전해져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와 적지 않은 기사를 통해 그의 옛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양정숙 씨는 너무 이런 부분이 부각되는 것이 탐탁지 않다는 것이다. 김세진의 과거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의 현재 모습, 그리고 지금까지 오기까지 노력이었기에 양정숙 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만큼 그에게는 아직까지 세상의 편견이 있다. 그의 역영은 이런 편견까지 단번에 날릴 수 있을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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