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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체육계의 명암] ② 김종 차관의 3년, 불도저식 날림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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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체육계의 명암] ② 김종 차관의 3년, 불도저식 날림 공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31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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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생활체육 통합 과정 날림식 밀어붙이기…산하 기관도 무작정 통폐합으로 불만 가득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좋긴 하죠. 그런데 과연 준비를 하고 진행한 것일까요? 제가 봤을 때는 날림식이에요."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A씨가 기자를 만나자마자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를 통폐합하는 과정이 잘못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A씨는 스포츠 정책 전반에 걸쳐 쓴소리를 많이 해왔던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으로 일파만파를 부른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2013년 10월 정부에 들어오자마자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스포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그대로 따라오라는 식이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를 하나로 합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긴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나 급박하게 진행됐다.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목소리는 대의명분이라는 헤게모니에 묻혀버렸다.

이에 대해 A 감독은 "엘리트와 생활 스포츠의 통합까지는 좋은데 그 과정을 날림식으로 하더라. 이렇게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문체부는 그대로 끌고 가고 대한체육회는 그대로 끌려가는 분위기였다"며 "지금 당장 각 협회와 연맹은 생활 체육에 대해 어떻게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활 스포츠가 그대로 묻힐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축구 감독 B 씨 역시 의견이 같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디비전 시스템 구축을 얘기했지만 과연 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생활 축구를 디비전 시스템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좋지만 모든 클럽이 이에 따를지는 미지수"라며 "만약 생활축구 클럽이 축구협회의 디비전 시스템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이나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볼멘 목소리는 비단 이들뿐이 아니다. 각종 스포츠 관련 기관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도 문체부가 그대로 밀어붙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때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현재 모 대학으로 건너간 C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스포츠산업을 신성장 동력이다, 창조경제다 해서 많이 띄웠는데 정작 스포츠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모두가 김종 차관의 불도저식 업무 추진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과학연구원은 2014년부터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기구가 축소된 이후 스포츠산업 전반에 관한 업무 추진은 문체부로 이관되고 스포츠과학 연구 역시 크게 줄었다는 것이 C 교수의 설명이다.

C 교수는 "장애인 스포츠와 스포츠마케팅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바뀐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연구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대학 교수 임용에 합격하자마자 미련없이 한국스포츠개발원을 떠났다"고 말했다.

스포츠Q의 취재 결과 C 교수만 볼멘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개발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D 연구원은 코리아 체조의 마무리 단계에서 갑자기 문체부가 늘봄체조를 국민체조로 채택하면서 한국스포츠개발원 전체가 '멘붕'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D 연구원은 "한국스포츠개발원 수많은 인력이 매달려 코리아 체조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문체부에서 늘봄체조를 채택한다고 통보해왔다"며 "정아름 씨가 늘봄체조를 직접 만들어 제의해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하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순전히 문체부의 '짜고 치기'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E 직원도 가슴을 치기는 마찬가지였다. E 씨는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해마다 스포츠 마케터 과정, 스포츠 에이전트 과정 등을 개설해 교육을 진행해 왔다. 2010년까지는 5만 원 정도, 최근까지만 해도 20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강의를 진행해 왔다"며 "스포츠개발원이 된 뒤 강의도 올 스톱됐다. 컨슈머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스포츠산업과 관련한 기능은 예전보다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 체육과학연구원이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연구와 관련 업무가 대폭 축소됐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또 체육인재육성재단은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이관됐다. [사진=한국스포츠개발원 공식 홈페이지 캡처]

체육인재육성재단을 없앤 것도 김종 차관이 추진했던 일이다. 공교롭게도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사라진 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발족됐다. 현재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업무는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이관됐다.

재단에서 근무했다가 통폐합 뒤 스포츠 현장을 떠난 F 씨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정부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늘 높은 점수를 받았던 기관이었다"며 "은퇴 선수들과 스포츠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에 대한 재교육에 앞장섰던 우수 기관이었는데 하루아침에 통폐합시켜버리더라.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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