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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빙상장 존치 배후, 최순득 딸 장시호? 망연자실한 빙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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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빙상장 존치 배후, 최순득 딸 장시호? 망연자실한 빙상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01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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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조카 장시호 개입, 강릉빙상장 사후활용 계획 관여…빙상계 "태릉 없애고 강릉 남기는 것 말도 안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강릉빙상장(강릉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을 원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존치로 바뀌더라고요. 지금 이것 때문에 빙상계가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올림픽대회 지원위원회를 열어 대회 관련시설의 설치 및 이용 등에 관한 변경 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강릉하키센터와 강릉빙상장이 당초 철거에서 존치로 입장이 바뀌었다.

▲ 당초 철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강릉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이 지난 4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를 통해 존치로 바뀌는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스포츠Q(큐) DB]

강릉하키센터와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2014년 6월 철거하기로 이미 문체부와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이에 합의가 되어 있었던 사항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철거에서 존치로 바뀌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철거 예정이던 강릉하키센터와 강릉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등 2개 신설경기장을 올림픽 유산가치, 동계스포츠 인프라 여건 등을 고려해 존치 활용하고 구체적인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강릉하키센터의 경우 문체부와 강원도, 강릉시,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대명그룹과 강릉하키센터의 사후 관리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강릉빙상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후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지난 1월 강릉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토토 빙상단이 창단돼 강릉빙상장을 훈련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 강릉빙상장이 존치되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가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사진은 이달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주관으로 열릴 예정인 동계스포츠 체험캠프 포스터. [사진=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페이스북 캡처]

여기서 나온 방안이 바로 태릉국제빙상경기장을 철거하는 것이었다. 태릉빙상장을 없애고 대표팀을 비롯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모든 훈련을 강릉빙상장으로 일원화한다는 의미였다. 때마침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태릉선수촌 철거 계획이 나왔고 문화재청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태릉빙상장 건물 두 곳을 모두 철거해 태릉과 강릉, 두 왕릉의 원형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빙상인들이 집단 반발했다. 한 빙상인은 "그동안 많은 빙상인들이 훈련해왔던 태릉빙상장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대부분 빙상 유망주들과 학생 선수들이 서울과 의정부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훈련장을 강릉으로 옮긴다면 훈련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강릉빙상장을 존치시키기로 한 것이 꼼꼼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최순득 딸 장시호 일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된 결과라는 것이 알려지자 빙상인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JTBC는 지난달 31일 보도를 통해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강릉빙상장의 존치와 사후 활용계획을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장시호 씨는 최순실 씨의 언니 최순득 씨의 딸이다.  특히 JTBC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강릉빙상장 활용 계획을 바꾸도록 앞장선 사실은 인정했다"고 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4월 정부 회의를 통해 존치로 바뀌었다. 사진은 지난 9월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공사 전경(위)와 경기장 완성도. [사진=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A 빙상 감독은 "태릉빙상장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빙상인들의 요구를 그렇게 듣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장시호 씨와 관계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빙상인들이 이용당한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모든 동계종목 정책이 최순실 씨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대사가 일개 개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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