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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라이더' 이도연 "오늘의 도전을 있게 한 것은 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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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라이더' 이도연 "오늘의 도전을 있게 한 것은 세 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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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아시안게임 D-9] 국가대표 되기 위해 두번의 종목 전향…핸드사이클 입문 1년만에 세계 정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무엇이든 입문한 뒤 각고의 노력을 거쳐 몇 년은 지나야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입문한지 불과 1년만에 세계를 제패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철의 여인' 이도연(42·인천장애인사이클연맹)이 그 주인공이다.

이도연은 지난달 미국 사우스캐롤라니아주 그린빌에서 열린 국제사이클연맹(UCI) 장애인 세계사이클선수권대회 도로독주에서 30분51초의 기록으로 31분10초의 스베트라나 모시코비치(31·러시아)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UCI 등록 선수 가운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인 세계선수권자는 이도연이 처음이다.

또 이도연은 개인도로에서도 1시간40분13초를 기록하며 크리스티앤 레프(27·독일, 1시간37분47초), 모시코비치(1시간37분50초)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차지했다.

▲ 이도연은 핸드사이클 입문 1년만에 두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하며 세계 1인자가 됐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그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사진=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제공]

이미 이도연은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인 지난 5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도로독주 금메달과 개인도로 동메달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도연은 도로독주에서 26분17초를 기록하며 모시코비치(26분34초)와 세계 1위를 달리던 산드라 그라프(45·스위스, 26분53초)에 앞섰고 개인도로에서는 1시간59분26초로 모시코비치(1시간44분6초), 그라프(1시간49분14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급기야 7월에는 스페인 월드컵에서 도로독주, 개인도로 2관왕을 차지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도로독주에서는 17분57초로 레프(18분16초), 모시코비치(18분27초), 그라프(18분45초)를 제쳤고 개인도로에서도 1시간7분16초로 레프(1시간7분43초), 모시코비치(1시간7분45초), 그라프(1시간8분33초)를 눌렀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모두 1년 만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탈리아 월드컵과 스페인 월드컵에 이어 세계선수권이 모두 자신이 출전했던 국제대회의 전부였다는 점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특히 세계 1인자로 한동안 군림해왔던 그라프가 세계선수권에서 기권했다.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 월드컵에서 잇따라 이도연에게 연패하자 세계선수권에서는 맞대결을 피하려 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도연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 30대 중반에 시작한 스포츠, 탁구와 육상 거쳐 사이클까지

지금의 이도연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도연은 19세이던 1991년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상 생활을 했던 그에게 하반신이 마비가 돼 요추 아래에 장애가 있는 4등급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이 때문에 15년 넘게 바깥세상과 등을 지고 살았다.

바깥과 인연을 끊은 이도연이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생활체육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생활체육을 접하면서 6년 동안 탁구에 전념했다. 주변에서 함께 운동하던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돼 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기가 발동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신나게 탁구를 했다.

이도연은 "국가대표가 되는 선수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이도연은 19세 때 건물에서 추락, 하반신이 마비됐다. 15년 동안 두문불출했던 그를 이끌었던 것은 바로 생활체육이었다. [사진=인천장애인아시안게이조직위원회 제공]

하지만 탁구의 선수층이 너무 두꺼워 국가대표가 되기 힘들겠다는 것을 깨닫고 2012년 육상 필드로 전향했다. 이도연은 전향하자마자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서 창과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모두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육상 역시 벽에 부딪혔다.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지만 문제는 세계 수준 기록이었다. 기준 기록에 미치지 못하니 메이저 대회 출전할 수 없었다.

두 번의 좌절을 맛본 이도연은 무턱대고 류민호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팀 감독을 찾아가 핸드사이클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핸드사이클은 누워서 손으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경기다.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하고 특히 어깨 힘이 좋아야 한다. 창과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을 정도의 체격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은 가족 "아시안게임 금메달 바칠 것"

류민호 감독은 "평소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핸드사이클을 차에 싣고 다닌다. 종목에 대한 의지와 자세를 보기 위해 타보라고 시킨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핸드사이클을 타는 이도연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탁구와 육상을 통해 길러진 운동신경과 함께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열정, 긍정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후 하루에 6시간씩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그 혹독한 훈련을 묵묵하게 견뎌냈다. 자신에게 끝없는 힘을 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자신을 집 밖으로 나오도록 운동을 권유하고 후원해준 어머니가 있었고 자신을 계속 응원해주는 세 딸이 있었다.

이도연은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그 열망을 이해하고 응원해 준 가족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특히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꿈을 향해 가라며 도와주던 세 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또 이도연은 "큰 딸이 훈련장에 찾아와 힘든 과정에 도전하는 제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고 철이 들었다"며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이들도 이번 대회에 직접 와서 경기를 보고 삶의 어려움과 장벽에 부딪쳤을 때 자신을 믿고 과감히 도전하고 이겨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이도연이 스포츠에 발을 들이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용기와 격려,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은 역시 사랑하는 가족이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어머니와 세 딸에게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사진=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제공]

이도연의 목표는 당연히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개인도로와 도로독주에서 2관왕을 차지해 경기를 보러 올 어머니와 세 딸에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이다.

이도연은 입문 1년만에 세계랭킹도 3위까지 뛰어올랐다. UCI가 3일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164점을 받아 모시코비치와 레프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UCI가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아시아 선수는 이도연이 유일하다.

그렇기에 이도연의 꿈은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그치지 않는다. 2년 뒤에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이 있다. 패럴림픽에서도 목표는 당연히 2관왕이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패럴림픽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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