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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막장드라마 인기요인 ' 비극적 카타르시스'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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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막장드라마 인기요인 ' 비극적 카타르시스' 주목하라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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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막장드라마들이 우리 안방극장을 뒤흔들고 있다. 복합장르 드라마들과 가족극 중심이던 분위기 속에서 막장드라마들이 높은 관심과 시청률을 챙기고 있다.

우리는 왜 '말도 안되는 얘기'라면서 막장드라마에 푹 빠져들곤 하는 걸까? 이런 인기 비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막장드라마들만이 가지고 있는 '악인'과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비극적 카타르시스'에 주목할 만하다. 심리학적 측면이라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막장극의 인기와 연결해 분석해 봤다.

▲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절대 악역 연민정(이유리 분). [사진=MBC '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최근 안방극장을 점령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 막장드라마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와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다.

두 작품은 현재 각각 37%와 19%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의 시청률 강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소위 '막장드라마'라고 일컬어지는 이 드라마들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청자들 사이에서 대세 드라마임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 드라마의 결정적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그동안 많은 인기 요인 분석들이 나온 바 있다. 이중 이런 요인들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 속 '순화론'과 '정화론'에 대입해 보면 쉽게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 [사진=MBC '왔다! 장보리' 제공]

순화론적 측면 일반인들에게 주는 '공포와 연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작품 속 카타르시스 이론에서 첫 번째로 주목하는 부분은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순화론적 측면이다.

순화론적 측면이란 관객들은 극 중 비극의 주인공(악역)이 겪게 되는 고통에 연민과 쾌감을 느끼고, 그와 같은 운명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공포와 연민은 결국 관객들에게 '비극적 카타르시스'라는 모호한 통쾌함을 주게 된다.

이런 측면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들을 통해 해석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현재 막장드라마로 분류되는 '장보리'와 '뻐꾸기 둥지'에는 절대 악역이 각각 등장한다. 바로 연민정(이유리 분)과 이화영(이채영 분)이다.

▲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 역을 맡고 있는 이유리. [사진=스포츠Q DB]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상대를 음해하고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한 거짓말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자식을 쉽게 버리고 정적을 살해하려는 시도까지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악행의 연속이다.

두 캐릭터는 드라마 속 확실한 악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악행은 일반인들이 쉽게 상상하고 실행에 옮기기 힘든 것들이다. 이 부분이 막장드라마를 '비극적 카타르시스' 이론에 대입해 해석할 수 있는 키포인트다.

이론대로 라면 '연민정'이나 '이화영'을 통해 시청자들은 쾌감,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내가 진짜 할 수 없는 복수와 악행 혹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극 중 악역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소리다.

이렇게 악역에 몰입된 시청자들은 심지어 연민까지 느끼며 강력한 몰입도를 갖게 된다. 입으로는 악역들의 행동을 욕하지만 "나도 저런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울림이 악역 캐릭터에 대한 연민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다.

CJ 전 PD 출신 이모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실제 막장드라마들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청자들의 이런 부분을 자극하기 위해 현실감있는 듯 하지만 기이한 악역 캐릭터를 계속해 연구한다"며 "악역이 완벽하면 막장드라마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사진=KBS 2TV '뻐꾸기 둥지' 제공]

'정화론'적 측면 '권선징악', '악역의 심판은 내가 한다'

막장드라마를 통해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던 시청자들은 마지막에 들어서는 '심판'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씻어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비극적 카타르시스의 또 다른 측면인 '정화론'이다.

권선징악이라는 기본 바탕 위에서 시청자들은 악역들에게 닥칠 고통과 파멸의 원인을 찾아내며 스스로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다.

분명 시청자들 본인도 악역을 통해 몰래 공감하고 느꼈던 연민과 쾌감이 마지막에 와서는 급격하게 이성적으로 바뀐다. 결국 극 중 악역이 끝내 파멸하고 죗값을 치르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악역을 통한 쾌감을 숨기고 잔인한 재판관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막장드라마가 갈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나의 막장드라마를 계속해 보던 시청자들은 악역의 악행에 대한 마지막 징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보리'와 '뻐꾸기 둥지'에서도 연민정과 이화영의 파멸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늘어가고 있고, 이는 시청률 급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 제작진 역시 시청자들의 이 같은 심리를 노리고 연민정과 이화영의 파멸을 준비 중이다. 두 드라마가 현재 비극적 카타르시스의 마지막인 '정화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 KBS 2TV '뻐꾸기 둥지'의 악역 이화영 역을 맡은 이채영. [사진=스포츠Q DB]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충족시켜줄 양질의 콘텐츠의 필요성

이처럼 막장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이런 심리적 반응을 이용한다. 시청자들이 악역을 통해 느끼는 연민과 공포, 쾌감이 커질수록 드라마에 몰입하고 시청률은 쑥쑥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잘 간파한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주입할, 보다 강력한 자극을 위해 더욱 현실과는 동떨어진 악역을 생산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시청률을 위한 엉뚱한 막장드라마 생산만 증가시키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꼭 막장드라마만으로 이런 색다른 쾌감을 줄 수 있다는 틀에 갇힌 생각을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진정한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양질의 콘텐츠를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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