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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안투라지' 막 나가는 발칙한 19금 코미디…태평양 건너자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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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안투라지' 막 나가는 발칙한 19금 코미디…태평양 건너자 진지해졌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0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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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일명 '미드'라 불리는 미국 TV 시리즈를 찾아보는 열혈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고, '미드'의 인지도도 제법 높아졌지만 의외로 한국 방송가에서 '미드'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일본 드라마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정작 '미드'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것은 지난 7월 방송된 tvN '굿와이프'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tvN이 '굿와이프'에 이어 '미드'를 리메이크한 두 번째 작품으로 4일 '안투라지'(극본 서재원 권소라·연출 장영우)를 첫 방송했다. '안투라지(Entourage)'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덟 개의 시즌으로 미국 HBO에서 방송된 TV 시트콤으로, '19곰 테드', '부기 나이트', '디파티드'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배우 마크 왈버그가 자신과 친구들의 할리우드 적응기를 모티브로 직접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tvN '안투라지' [사진 = tvN '안투라지' 방송화면 캡처]

법정 드라마로 비교적 한국적 정서와 얽힐 수 있는 요소가 다분했던 '굿와이프'와는 달리, tvN이 두 번째로 수입해 제작하는 '미드'가 '안투라지'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안투라지'는 미드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지만, '안투라지'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대부분 섹스나 마약과 같은 한국적 정서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19금 요소들이 넘쳐나 이를 도저히 순화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안투라지'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첫 방송의 문을 열었다. '시그널'로 tvN 10주년 어워드에서 연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조진웅을 필두로, '치즈인더트랩'의 서강준과 '응답하라 1988'의 이동휘, '런닝맨'과 '디어마이프렌즈'의 이광수, 영화 '동주'의 박정민 등 충무로와 여의도가 주목하는 유망주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또한 '안투라지'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메오에서도 첫 회에 거장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하정우, 김태리, 임필성 감독, 봉만대 감독, 이태임, 아이오아이(I.O.I)의 임나영, 마마무 등이 등장했고, 앞으로도 수많은 톱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다. 캐스팅과 카메오라는 측면에서는 일단 기대치를 충족시키고도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19금 코드와 이야기에 있어서는 첫 회 방송만으로는 상당한 물음표가 남는다. 미드 '안투라지'는 네 명의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19금 유머에 방점을 찍으며 이들의 파란만장한 할리우드 적응기를 그려내고 있다면, 한국판 '안투라지'는 연예계의 이면을 그려낸 블랙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 

원작이 한없이 가볍고 경쾌한 욕망의 배설구와 같다면, 한국판의 이야기는 자칫하면 연예계에 대해 돌이켜보는 진지하고 묵직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19금 유머 역시 '안투라지'는 첫 회에서 서강준과 이태임의 진한 키스나, 박정민의 베드신, 클럽에서 춤추는 미모의 여성들을 통해 제법 아찔한 수위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미드 '안투라지'의 수위에 비하면 장난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적 정서나 방송환경을 감안하면 원작처럼 강렬한 19금 코드를 소화해 내기도 어렵고, 심지어 마약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여기에 연예계 이면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원작과는 전혀 다른 주제의식까지 생겨날 판이다.

tvN '안투라지' [사진 = tvN '안투라지' 방송화면 캡처]

게다가 '안투라지'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편집 역시 시청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을 선사한다. 시트콤의 특성을 살려 유머로 완급조절을 한다면 이런 감각적인 편집도 괜찮겠지만, '안투라지' 첫 회에서 서강준과 박정민, 이동휘와 이광수 등 네 명의 배우들은 아직 유머로 완급조절을 할 만큼 자연스러운 케미를 선보이지도 못했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유머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안투라지'는 인기 미국 TV 시리즈를 한국화시키는 로컬라이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될 확률이 높다. 작품성에서 호평을 받은 '굿와이프'조차도 유지태의 캐릭터를 원작과 다르게 해석하다가 후반부에 캐릭터의 성격이 꼬이며 이야기의 진행이 주춤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안투라지'는 이런 부분에서 원래 캐릭터들의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대폭 수정해 한국적 정서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크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극적 요소들을 덜어낸다면 리메이크의 의미가 사라질 정도로 재미가 없을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원작을 살리자니 심의가 문제고, 심의에 맞추자니 재미가 없어지는 딜레마에 걸린 것이다. 과연 '안투라지'가 첫 회부터 불거진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안투라지'라는 작품은 한국식으로 쓸데없이 진지해질수록 그에 반해 재미를 급격하게 갉아먹는 작품이란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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