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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 단풍 빛 남해 물미해안 도로 여행, 영화 ‘혼숨’ 떠올리는 몽환적 풍경에 환상적 남해 맛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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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 단풍 빛 남해 물미해안 도로 여행, 영화 ‘혼숨’ 떠올리는 몽환적 풍경에 환상적 남해 맛집까지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11.0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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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24절기로 볼 때 오는 7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입니다. 겨울은 다가오는데 국민들의 마음은 춥고 취업 절벽에 부닥친 젊은이들은 차리라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넋두리를 펴곤 합니다. 이런 때는 가슴을 확 틔워 줄 조용한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요?

남해물건방조어부림의 단풍. 11월 중순 절정. <사진= 커피집 '막싸도라의 커피여행' 제공>

경남 남해 물미해안은 바다와 단풍, 물안개를 접하며 마음껏 몽상에 젖어볼 수 있는 힐링 여행지입니다.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서 미조면 미조리로 이어지는 바닷가를 물미해안이라 합니다.

물미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아침마다 물안개가 자욱해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류덕환 주연 영화 ‘혼숨’의 배경처럼 다소 괴기스럽게 다가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준 높은 남해 맛집과 커피집은 미각의 즐거움까지 안겨줍니다.

물건방조어부림과 바다 <사진='막싸도라의 커피여행' >

수도권에서 물미해안으로 가려면 대개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우회전해서 사천IC에서 빠져나가 사천 도심을 통과하게 됩니다. 삼천포대교와 창선대교 덕분에 멀리 돌지 않고도 창선도를 지나 삼동면에 진입할 수 있지요.

창선·삼천포대교는 2007년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1등으로 꼽았던 곳입니다.

창선교를 지나 오른쪽 길을 택하면 가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고 왼쪽 길을 택하면 혼숨과 같은 몽환적 풍광이 있는 물미해안도로로 이어집니다.

삼동초등학교를 지나 산굽이를 돌면 그림 같은 물건리 해안이 펼쳐집니다. 오른쪽 산중턱에는 뻘건 지붕과 하얀 벽들이 있는 독일마을이 인사합니다.

이어 은점마을, 대지포, 노구마을, 가인포, 항도 등 이름도 정겨운 지명들이 나타나고 이윽고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자그마한 항구 미조항에 다다르게 됩니다.

물미해안에서 하룻밤 묵을 장소로는 물건리가 제격입니다. 물건리는 참으로 아늑한 어촌마을입니다. 수건을 휙 던져놓은 듯해서 마을 명칭이 물건리이지요. 뭍으로 바다가 크게 원만하게 파고들었고 방파제가 양옆에서 파도를 가로막아 마을 앞 수면은 잔잔한 편입니다.

독일마을 쪽에서 내려다보면 완만한 기슭에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해안을 따라 활엽수림이 무성하게 조성돼 있습니다. 그 숲은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방조어부림’입니다.

300여 년 전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푸조나무 팽나무 참느릅나무 말채나무 모감주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이팝나무 등 낙엽활엽수와 사철 푸른 후박나무 등을 심었다고 합니다.

 건강한 식생과 경관 차원에서 나무를 골고루 심은 것으로 보입니다. 나무가 8만 그루가 넘는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왜놈들이 목총을 만들려고 이 나무들을 베려 하자 주민들은 “숲을 없애려면 우리 먼저 죽여라”고 외치며 온몸으로 저항했다고 전해집니다.

물건리의 아침.

이곳에 단풍이 들 때면 색다른 장관이 펼쳐집니다. 몽돌이 깔린 해변을 걸으며 우거진 단풍숲을 감상하는 쾌감은 물미해안 물건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일 것입니다.

요즘은 물건리에 펜션도 우후죽순처럼 들어섰고 독일마을 민박집도 많아, 하룻밤 묵으며 휴양 겸 치유의 감정을 느끼는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물건리에 살지 않으면서 남해바다 물건리를 아끼는 사람으로는 시인 고두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곳이 바로 시인의 고향이기 때문이지요. 남해물건방조림 바로 뒤 자그마한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암자는 시인의 어머니가 살았던 곳입니다.

전국이 단풍 물결이 휩쓸고 바야흐로 만추의 서정이 짙어갈 즈음, 물건방조어부림 단풍은 절정을 맞습니다. 숲 언저리에서 ‘막싸도라의 커피여행’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계수씨에 따르면 다음주말인 12일쯤이 단풍절정기로 예상됩니다.

물건리는 고두현 시인의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의 배경 장소입니다.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라는 문장으로 시흥을 이끌어낸 시인은 ‘지난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이라며 흥겨움을 표출했습니다.

물건리의 새벽
물건리의 새벽

(이맘때쯤 물미해안에 가면 두미도 등 섬들이 물안개에 잠겨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혼숨의 공포스러운 섬이 연상되나요?)

그런데 물건리에는 그보다 더 감동적인 몽환적 장면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건 안개에 휩싸인 새벽 섬 풍경입니다. 요즘은 일교차가 심해서 안개가 끼는 날이 많습니다. 이른 아침 물건리에서 바다를 보면 수평선에 걸린 두미도, 욕지도 등이 물안개에 감싸여 몽환경을 빚습니다.

 시커먼 구름 아래 섬이 먹먹한 안개에 억눌린 광경은, 혼숨에서 야광월드 BJ 류덕환이 소녀를 찾아 떠났던 공포의 무인도를 연상케도 합니다. 여명이 바다에 깔리는 새벽 시간에 감상하면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독일마을.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막싸도라의 커피여행
 

(여행 마니아 이계수씨는 물미해안에 여행을 갔다가 바다가 환히 보이는 매혹적인 풍광에 매료돼 연고도 없는 물건리에 신혼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들은 남해 최초 커피 바리스타 부부로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손수 정성스레 볶은 커피로 추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양택조 씨 등 방송 연기자들도 즐겨찾는 명소입니다)

#물미해안 숙소와 맛집

물건리 숙박은 독일마을과 펜션을 이용하면 됩니다. 성수기가 아니므로 붐비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행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방값은 대량 10만원~15만원 수준입니다. 이 동네 남해 맛집으로는 토박이가 운영하는 ‘농가맛집 어부림(055-867-5558)’이 있습니다. 인근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를 비롯해 제철 자연산 생선과 채소로 버무린 맛깔스러운 음식은 tvN ‘수요미식회’나 KBS2 ‘생생정보통’에서 소개하는 맛집 음식에 비해 뒤지지 않습니다.

커피가 당긴다면 ‘막싸도라의 커피여행(055-867-6734)’을 추천합니다. 바리스타 부부가 정성스럽게 볶아 내놓는 커피의 향은 물건방조어부림 숲 향기, 바닷바람과 어우러져 더욱 그윽한 향미를 선사합니다.

남쪽으로 여행을 가거든 남해 물건리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날도 춥고 우울한데 따스한 풍경과 맛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것입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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