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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싱 등 일부 종목 국가대표 돈 없어 훈련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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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싱 등 일부 종목 국가대표 돈 없어 훈련도 못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08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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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부터 문체부 예산 관리…훈련비 축소에 집행도 제대로 안 돼 일부 종목 울상

[스포츠Q(큐) 박상현·이세영·민기홍 기자] "유난히 겨울이 춥네요. 선수들은 훈련비가 모자라 동계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훈련비를 집행하니 이번 겨울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갑갑해요."

스포츠 현장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일부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비가 부족하거나 없어 국가대표 선수촌을 나와야 하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 스포츠 현장의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동계훈련에 들어가야 하는 기간이지만 복싱, 레슬링 등 일부 종목에서 훈련비가 집행되지 않아 선수촌에서 나와야 하는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복싱대표팀 선발전을 치르고 있는 선수들. [사진=스포츠Q(큐) DB]

하계 종목 선수들에게 겨울은 체력을 단단히 쌓고 비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 때문에  동계훈련의 중요성은 강조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동계훈련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일부 종목에서는 동계훈련비가 없어 선수촌을 퇴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박시헌 복싱 대표팀 감독은 "선수촌에 훈련비가 없다. 선수들을 위해 돈이 쓰여야 하는데 모두 어디로 빠졌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지난해까지 대한체육회에서 종목별로 배분했던 훈련비가 올해부터 문체부에서 직접 가맹단체에 내려 보내고 있다. 지난해는 12월까지 훈련이 가능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박시헌 감독은 "몇몇 종목은 이번 달 훈련도 못했다. 훈련비가 내려와야 12월에 동계훈련을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퇴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레슬링 지도자 역시 "동계훈련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성적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라며 "훈련비가 없으면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내년이 걱정된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모든 종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태권도나 탁구 같은 종목은 훈련비가 줄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관계자들은 밝힌다.

박종만 태권도 대표팀 감독은 "예산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일부 종목 감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얘기는 들었다"고 했고, 안재형 탁구대표팀 감독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일부 종목에서 훈련비 책정이 안 돼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훈련기획팀 관계자는 8일 "지난해 3분기까지만 우리가 예산을 관리했고 4분기부터 문체부가 57개 가맹단체에 개별적으로 훈련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훈련비 지급방식이 바뀌면서 체육회도 어떤 종목에 얼마가 배정되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한체육회가 직접 훈련비를 줬던 방식에서 가맹단체가 훈련비와 운영비를 문체부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것으로 바뀐 이유는 일부 단체에서 전횡과 비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4대악 근절'을 이유로 훈련비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또 훈련비가 예년보다 줄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문체부는 변함없이 훈련비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예산편성안에 따르면 최대 240일까지 지원되던 훈련비가 160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폭행과 횡령, 승부조작이 발생한 몇몇 문제단체에 대해 경기력 향상 지원금 등 훈련 예산을 깎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도, 레슬링 등 일부 종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투명성을 이유로 직접 종목단체에 훈련비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스포츠 현장에서 반발이 심했다. 또 훈련비도 예년보다 줄어들면서 리우 올림픽 성적 부진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태릉선수촌 전경. [사진=스포츠Q(큐) DB]

체육계는 당연히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훈련비 등을 직접 집행하는 이유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또 다른 의도가 있다는 말이 무성했다"며 "소요 경비를 문체부에 직접 요청하고 받으라는 것은 경기단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체육계 인사는 “문제의 출발점은 대한체육회가 아닌 문체부가 훈련비 지갑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예산을 갖고 대한체육회를 주물렀듯이 문체부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를 돈으로 조종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실제로 10개 이상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체육계는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는 반응들이었다.

경기단체 관계자 A씨는 "정부 주도의 체육계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문체부가 훈련예산을 직접 집행해 대한체육회를 압박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결국 문체부가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가 꺾였고 리우 올림픽에서 최악의 성적이 나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부 종목에서 동계훈련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문체부가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체부의 체육 정책을 이끌어왔던 김종 전 차관이 물러난 이후 내부 문제를 정리하느라 예산 지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 최순실 게이트로 스포츠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김종 전 차관이 사퇴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도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몇몇 종목단체에 따르면 전지훈련을 위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진천선수촌 전경.  [사진=스포츠Q(큐) DB]

아직 동계훈련비 지급을 받지 못했다는 경기단체 관계자 B씨는 "전지훈련을 위한 추가 예산을 문체부에 신청했는데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예산을 받아야 동계 전지훈련을 시작할 텐데 아까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체육정책과 경기단체 예산담당자는 "가맹단체가 신청하는 예산을 총액 범위 내에서 승인해줄 뿐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치했다"며 "문체부가 예산 내역을 조정해주지 않으면 경기단체가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는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큰 상처를 입은 체육계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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