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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닦던 소년이 제주의 가레스 베일로, K리그 영플레이어상 안현범의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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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닦던 소년이 제주의 가레스 베일로, K리그 영플레이어상 안현범의 인생 역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1.08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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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어려운 상황 겪은 사람들에 희망 줄 수 있어 기뻐, 더 발전하는 내년이 될 것"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3년 전 호텔에서 접시를 닦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안현범(22·제주 유나이티드)이 K리그 최고의 샛별로 떠올랐다. 영플레이어로 선정된 안현범은 과거를 회상하며 감격에 겨워했다.

안현범은 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총 104표 중 78.8%인 82표를 받아 경쟁자 김동준(성남FC, 15표), 송시우(인천 유나이티드, 7표)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영예를 누렸다.

프로 생활은 2015년 울산 현대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17경기에 나서 1도움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로 이적한 안현범은 다른 사람이 된 듯 훨훨 날아올랐다. 28경기 8골 4도움.

안현범은 “제주에 처음 왔을 때 지금은 수석코치가 되신 당시 조성환 감독님이 믿어주셨다”며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도 있었지만 이후에도 계속 기회를 주셨고 그걸 계기로 자신감이 커진 게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에 들어오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안현범은 “3년 전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호텔에서 접시를 닦을 때가 있었다. 당시 ‘나도 몇 년 뒤에는 저런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보다 맛있는 상을 받아 더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어려운 상황을 겪은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조성환 쌤(감독) 사랑합니다”라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평소 각별하기로 소문난 친 누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안현범은 “가계가 어려웠을 때 누나가 자신의 꿈까지 포기하고 나를 뒷바라지해줬다”며 “엄마 같은 누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나 생각이 나서) 상을 받았을 때 많이 울컥했다”고 전했다.

안현범의 장기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시원시원한 돌파. 이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 ‘제주 베일’이다. 곱상한 외모까지 더해 많은 여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도 시상식장 밖에서 선물을 들고 안현범을 기다리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 '제주 베일' 안현범은 "한 번에 커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천천히 기량 다듬으면 대표팀 승선 기회도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스포츠Q DB]

팬들과 마주한 안현범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밝게 웃으며 자신을 찾아와준 팬들을 마주했다.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영락없는 22세 청년이었다.

하지만 축구 이야기만 꺼내면 사뭇 진지해졌다. 안현범은 “제주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나가게 됐는데 더 큰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에 확 커야한다는 욕심보다는 천천히 기량을 다듬다보면 신인상을 받은 것처럼 대표팀 승선의 기회도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작년보다 올해가 나아졌듯이 올해보다 발전하는 다음 시즌을 맞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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