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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김연경 박인비 김희진 박성현, 네 여자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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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김연경 박인비 김희진 박성현, 네 여자의 공통점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1.11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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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언니의 매력, 스포츠계에 부는 '걸크러시' 열풍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 광경 하나. 김연경은 2016 리우 올림픽 경기 도중 스파이크한 공이 아웃되자 뒤돌아서서 ‘누가 봐도 알만한’ 욕설을 내뱉었다. 공인으로서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지만, 팬들은 “우리 언니가 욕도 시원하게 잘 한다”며 칭찬(?)했다.

# 광경 둘. 116년 만의 올림픽 골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양희영과 김세영, 전인지 등 동료들과 박세리 감독은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지만 정작 우승을 확정짓는 퍼트를 날린 박인비는 특유의 잔잔한 미소로 팬들의 환호에 답했을 뿐 눈물을 쏟지 않았다.

같은 여성에 대한 동경과 호감을 느끼는 것을 이르는 신조어 ‘걸크러시(Girl Crush)’. 소녀(Girl)와 ‘반하다’는 뜻의 크러시 온(Crush on)을 합성한 말로,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여성이 동성에게 느끼는, ‘성적인 감정이 수반되지 않은 강한 호감’이라고 정의한다.

걸크러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닮고 싶은 외모와 빼어난 패션 감각과 센스, 지성 등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해 일반 여성들의 ‘롤 모델’로 여겨진다.

김숙과 라미란, 그리고 제시와 이시영 등 센 언니들이 요즘 핫한 사랑을 받고 있는 엔터테인먼트계 못잖게 스포츠계에서도 ‘걸크러시’ 열풍이 불고 있다.

스포츠계 걸크러시 열풍은 ‘차분하고 다소곳한 여성이 아름답다’는, 오랜 세월 동안 남성들이 들씌운 전통적인 여성상이 점점 균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현실에서는 남녀 차별이 상존하는 시대의 또 다른 산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거친 풍파와 맞서 싸울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미남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우리 형’이라고 부르며 열광하는 것처럼, 여성들은 배구여제 김연경(28‧페네르바체)을 ‘우리 언니’라며 따른다. 이미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한 김연경이지만, 그의 보이시한 매력은 올해 리우 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직 상승했다.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첫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이며 양 팀 최다인 30득점을 폭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특유의 강 스파이크로 한국의 8강 진출을 견인하자, 여성 팬들은 “우리 언니 역시 대단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코트에서의 활약은 브라운관까지 이어졌다.

귀국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연경은 손톱에 영양제를 바르고 쇼핑몰에서 색조 화장품들의 컬러를 하나하나 테스트하는 등 코트에서와 상반된 매력을 발산했다.

그러자 여성 팬들은 포털 사이트 댓글을 통해 “언니 멋있어요. 방송 다 챙겨 보고 있어요.” “연경 언니 항상 응원할게요”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도 멋지지만 여성스러운 매력도 좋아요. 언니 사랑해요”라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연경의 팬클럽 ‘연경 홀릭’의 팬들 대부분이 여성인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다.

김연경이 대표적인 걸크러시 스포츠 스타이지만 박인비(28‧갤럭시아 SM), 김희진(25‧화성 IBK기업은행), 박성현(23‧넵스) 등도 이에 못잖게 여성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박세리 이후 최고 여성 골퍼로 손꼽히는 박인비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경기 스타일로 여성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승부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표정 변화 없이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이 탁월해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얻은 박인비는 시원시원한 퍼팅과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으로 여성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인터뷰 때 말을 시원시원하게 하는 것도 박인비의 매력 중 하나다.

박인비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모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난 내 외모에 80% 만족한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어 박인비는 “난 운동선수에 적합한 몸을 가졌다. 예뻐지기 위한 노력은 선수 은퇴하고 생각할 일인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말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 김희진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아래는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들. [사진=김희진 인스타그램 캡처]

배구스타 김희진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미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짧은 머리와 뚜렷한 이목구비, 무뚝뚝해 보이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말투가 여심을 끄는 비결이다. 물론 선수로서 경기력이 뛰어나기에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김희진이다.

IBK기업은행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김희진은 자신에게 몰려든 팬들의 선물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 팬들이 한꺼번에 사인을 요청해 미니 사인회를 열기도 한다.

김희진의 SNS 계정을 보면 여성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 지 알 수 있다.

김희진이 셀피 하나를 올리면 수천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데, 대부분 여성들의 흔적이다. “언니 귀여워요”, “언니를 보니 심장이 쿵쿵 뛰어요”, “뭘 입어도 잘 어울려요” 등 열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걸크러시라는 말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SNS가 김희진의 ‘걸크리시 지수’를 높이는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내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박성현은 미소년을 연상케 하는 외모로 눈길을 끌고 있다. 보이시한 매력에 화끈한 장타를 날리는 박성현은 눈에 띄는 상품성을 갖춰 많은 스폰서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남성 팬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팬까지 거느리고 있어 광고 및 홍보마케팅의 영역도 배가된다는 평가다.

현재 메인 스폰서인 넵스와 계약이 올 시즌으로 끝나는 박성현은 새로운 스폰서와 재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크러시 매력이 선수의 몸값을 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멋진 여성 선수들의 경기와 일상을 보면서 환호하는 여성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센 언니에 대한 열광이 여성이 차별받고 있는 시대의 또 다른 산물이라면 그 흐름이 바뀌지 않는 이상, 스포츠계의 걸크러시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 [WHY Q] 탈출구 없는 '걸크러시' 마력? 김연경-박인비에 열광하는 이유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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