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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FIFA, 양귀비 문양은 안되고 일본 전범기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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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FIFA, 양귀비 문양은 안되고 일본 전범기는 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1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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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인종차별 상징은 엄격하게 금지…일본 전범기는 대상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양귀비 문양은 안되고 일본 전범기는 가능하다? 

똑같은 군국주의 상징이지만 국제축구연맹(FIFA)는 양귀비 문양은 금지시키면서 우리가 흔히 욱일기라고 부르는 일본 전범기는 정작 금지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1일(한국시간) "FIFA가 12일 열리는 세르비아와 러시아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양귀비 문양을 착용하게 해달라는 웨일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웨일스는 검은 완장만 차고 뛸 계획"이라며 "그러나 12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간 유럽예선 맞대결에서 FIFA의 징계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양귀비 문양을 달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귀비 문양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을 전후해 영국인들이 추모의 의미로 달고 다니는 상징이다. 지난 주말 손흥민이 출전했던 토트넘 핫스퍼와 리버풀의 북런던더비에서도 선수들이 모두 가슴에 양귀비 문양을 달았다. 당시 손흥민도 이 양귀비 문양을 단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양귀비 문양을 영국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수들의 유니폼에 정치적,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상징을 유니폼에 달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당연히 FIFA도 이를 거부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바로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다. 하켄크로이츠는 비단 FIFA 등 국제축구계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터부시되는 문양이다.

상징을 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문구가 들어있는 속옷을 내보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경기 도중은 물론이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독도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가 징계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국민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독도가 한국 땅인데"라는 생각을 갖고 분통을 터뜨리고 가슴을 치지만 일본이 끊임없이 독도 찬탈을 꿈꾸며 분쟁지역으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국이 점령하고 있는 포클랜드 제도에 대해 아르헨티나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한 것이 벌금 징계로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6월 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던 평가전에서 "포클랜드는 우리 땅"이라는 정치적인 구호를 했다는 이유로 FIFA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의 전범기는 이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분명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고 욱일기는 분명 전범기이자 군국주의 상징이지만 FIFA는 이에 대한 징계를 하고 있지 않다. 일본 축구팬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범기를 흔들며 응원을 한다. 심지어 일본 대표팀 유니폼에는 욱일기 문양이 박히기도 했다. 양귀비 문양 논란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FIFA는 징계나 퇴출은커녕 오히려 전범기를 일본 축구의 상징처럼 쓰고 있다. 2014년에는 FIFA가 발간하는 주간지인 FIFA 위클리를 통해 일본축구를 조명하면서 욱일기를 그려넣기도 했다. 당연히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FIFA 양귀비 문양 금지 논란을 계기로 국제축구계에서 전범기가 퇴출되기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일본의 군화에 짓밟힌 아픈 기억이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연합해 욱일기가 전범기이자 군국주의 상징이라는 것을 FIFA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FIFA가 군국주의와 정치색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만큼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욱일기를 축구계에서 몰아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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