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선수들에게도 숨겼던 위암투병, '창원축구 대부' 박말봉 감독 끝내 지다
상태바
선수들에게도 숨겼던 위암투병, '창원축구 대부' 박말봉 감독 끝내 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1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년 창단 감독으로 11년 동안 지휘…남몰래 투병생활, 4강 PO 뒤 열흘 안돼 별세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너무나 허무합니다. 선수단 누구도 감독님께서 위암 말기인 것을 몰랐어요. 지난 7일에서야 그동안 위암으로 투병하셨다는 것을 알았어요."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이말선 주무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박말봉(60) 감독의 별세 소식이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내셔널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창원축구의 대부'로 불렸던 박말봉 창원시청 감독이 별세했다. 

▲  2005년 창단 감독으로 11년 동안 창원시청을 이끌어왔던 박말봉 감독(가운데)이 11일 별세했다. 박말봉 감독은 2013년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23세 이하 및 내셔널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이뤄내 '내셔널리그의 퍼거슨'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진=내셔널리그 제공]

지난 2일 경주한국수력원자력과 내셔널리그(실업축구) 4강 플레이오프 때만 하더라도 벤치를 지켰던 고(故) 박말봉 감독이었다. 그러나 열흘도 안돼 너무나 빨리 정들었던 선수들, 그리고 그라운드와 영영 이별했다.

그런데 박말봉 감독의 별세 사유를 전해들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박말봉 감독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위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2013년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23세 이하 및 내셔널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을 이끈 박말봉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에 버금가는 전력으로 나선 홍콩, 중국, 일본, 북한과 맞서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을 목표로 할 정도로 전력이 약했지만 박말봉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이때부터 '내셔널리그의 퍼거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박말봉 감독은 창원축구의 대부다. 1977년 창원 연고 실업팀인 동양기계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박말봉 감독은 창원 상남초등학교와 토월중학교, 창원기계공고 팀을 맡았다. 동양기계를 제외하고는 모두 박말봉 감독이 창단한 팀이었다. 그가 키운 제자 중에는 김창수(전북 현대)도 있다.

또 2005년 창원시청의 창단 사령탑을 맡은 박말봉 감독은 2006년 내셔널선수권 우승과 함께 2009년 리그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창원축구의 대부'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말봉 감독은 최근 창원시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창원시의 운동부 축소 방침에 따라 예산이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하마터면 팀이 해체될 뻔도 했지만 박말봉 감독은 적은 선수단으로도 시즌을 원만하게 치러내며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도 이뤄냈다.

하지만 자신이 일궈내고, 사랑하는 제자들이 뛰고 있는 창원시청 팀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몸은 챙기지 못했다. 위암이 전이되고 나날이 쇠약해졌지만 박말봉 감독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선수들의 마음이 약해질 것을 두려워해 지난 2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까지도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코치와 선수들도 그저 건강이 조금 안좋아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2006년 창원시청 창단멤버로 11년 동안 박말봉 감독과 함께 했던 최명성 플레잉 코치는 "그저 건강이 최근에 많이 안좋아지셨다는 정도로만 알았지, 이정도로 많이 안좋으셨는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집에서는 거의 거동도 하지 못하셨다는데 정작 경기장과 라커룸에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으셨다"며 "그러고보니 4강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마지막 3경기에서는 경기장에 나오기 힘들었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 박말봉 감독(왼쪽)은 지난 2일 경주한국수력원자력과 내셔널리그 4강 플레이오프까지 선수들에게 위암 투병 사실을 숨길 정도로 팀 운영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사진은 내셔널리그 100승 기념상을 받고 있는 생전의 박 감독. [사진=내셔널리그 제공]

창원시청은 경주 한수원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0-2로 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경주에서 4강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돌아온 박말봉 감독은 바로 자택에서 쓰러졌고 불과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해 최 코치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더라면 지금도 감독님께서 살아계셨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고인의 빈소는 창원시립상복공원 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3일 오전 7시다. 장례는 창원시축구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