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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대흥사 품은 해남 두륜산, 단풍 천지...고천암 갈대밭, 달마산 미황사, 해남 땅끝마을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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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대흥사 품은 해남 두륜산, 단풍 천지...고천암 갈대밭, 달마산 미황사, 해남 땅끝마을은 덤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11.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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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마을 인근 대흥사 구림구곡 총천연색...겨울 동백꽃 여행지로도 각광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은 이제 한반도 최남단까지 본격적으로 물들였습니다. 해남 두륜산 단풍이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영암 월출산에서 해남 흑석산, 가학산을 거쳐 한반도 남서해안의 끝자락인 해남 땅끝마을을 바라고 내달리던 지맥이 해남반도의 한가운데에서 불쑥 솟아오른 곳이 두륜산 도립공원입니다. 해남읍내에서 남쪽으로 녹우당 마을을 지나 2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유서 깊은 남도여행 명소가 두륜산이지요.

장춘길 단풍(사진=해남군청)

이맘때 해남 대흥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숲길은 청정 무진의 세계입니다. 하늘을 가리며 훤칠하게 자란 나무가 다채로운 단풍 색을 발산해 비경이 따로 없습니다.

참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무성하게 자라는 품이 선계를 떠올립니다. 깊은 숲의 기운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드는 장소가 바로 이곳 두륜산 장춘구곡입니다.

두륜산 대흥사 초입의 울창한 10리(4km) 숲길은 흔히 ‘장춘길’로 불립니다. 장춘은 ‘봄이 길다’는 뜻인데, 무성한 숲 덕분에 뜨거운 여름이 와도 여전히 서늘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행정지명은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입니다. 두륜산 대흥사로 들어가는 이 길은 아홉 번 굽이치는 계곡이라는 뜻에서 ‘구림구곡’이라고도 합니다.

대흥사(사진=해남군청)
대흥사 단풍(사진=해남군청)

해남 두륜산은 정상인 가련봉(703m)을 비롯해 두륜봉(630m), 고계봉(638m), 노승봉(능허대 685m), 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 연화봉(613m) 등 8개의 봉우리가 둥그렇게 늘어선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동쪽은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서쪽은 완만하게 산세가 뻗어 있습니다. 따라서 계곡물도 서쪽 사면인 장춘계곡이 가장 많습니다.

해남 두륜산 단풍이 절정에 이른 요즘 장춘길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 고우며 맑은 물도 쉼 없이 흘러 피안의 세계를 방불케 합니다.

해남 대흥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숲의 기운에 지배받습니다. 두륜산 단풍은 수많은 장점 중 하나에 불과하지요. 사실 두륜산은 다채로운 활엽수뿐 아니라 동백나무, 후박나무, 가시나무, 조록나무, 굴거리나무 등 난대성 상록활엽수도 상당히 많이 자생하는 생태보고입니다.

특히 겨울부터 붉은 색 정염을 토해내는 동백나무는 수백 년 수령의 위용을 뽐내며 보는 이의 시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뿐만 아니라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의 넓은 산마루금에는 억새 군락지가 형성돼 있어서 억새꽃이 겨울까지 나부낍니다.

완도가 환히 보이는 전망과 함께 하늘 아래 억새꽃밭을 거니는 기쁨! 적어도 하루 정도 넉넉한 시간을 두륜산 등산에 투여하는 사람들만 누리는 색다른 경험이겠지요. 물론 요즘 가면 해남 두륜산 단풍 감상의 막바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두륜산의 비경 속에 자리한 대흥사는 원래 이름이 대둔사였으며 근대 초기에 대흥사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불교계에서 두륜산 대흥사는 서산대사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서산 종문 종찰로 유명합니다.

서산대사는 두륜산을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이며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을 땅”이라고 여기며 그의 사후 의발을 두륜산에 전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기화이초(신기한 꽃과 풀)가 항상 빛나고 아름다우며, 옷감과 곡식이 없어지지 않는 곳. 북쪽으로 월출산이 있어서 하늘을 받쳐주고 남쪽으로는 달마산이 있어서 지축을 서리서리 맺어주는 곳. 산과 바다가 둘러싸 보호하고 골짜기는 깊고 그윽해 만세에 허물어지지 않을 땅.

이것이 바로 구림구곡을 포함하는 대흥사 일대의 지형과 지세에 대한 서산대사의 판단이었습니다.

대흥사 무염지. 오염이 되지 않는 연못이라는 뜻입니다.
고천암 갈대숲

수도권에서 워낙 멀기에 해남대흥사 단풍의 매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단풍은 설악산에서 시작해 해남 대흥사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벌어지는 이 가을의 색 잔치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번 주에 가보시기 바랍니다.

인근 해남 땅끝마을과 해남 미황사 상록수림, 고천암 갈대밭에서 가을의 미련을 느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천암 갈대숲은 청둥오리가 하늘을 덮을 듯 몰려들어 군무를 펼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고천암에 가시면 인간과 철새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알력도 알아보면 재미있습니다. 서울 도심으로 내려와 사람을 위협하는 멧돼지와 들판의 곡식을 난도질하는 철새들의 처지는 비슷합니다.

달마산 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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