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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프로 7년만의 첫 승과 바꾼 5선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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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프로 7년만의 첫 승과 바꾼 5선발 희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11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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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전 5이닝 1실점 호투하고도 불펜 방화로 날려…내년 한화 5선발감 가능성은 확인

[사직=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동걸(31·한화)에게 2014년 10월 11일은 두고두고 속이 쓰린 날로 기억될 것 같다.

프로 데뷔 7년만에 통산 첫 승 기회를 손에 쥐었다가 불펜의 방화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이동걸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피안타 6개와 볼넷 1개를 기록했지만 삼진 4개를 잡아내며 호투했다.

이동걸은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자신의 승리투수 요건을 갖춰 나갔다. 1회초 김경언의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이 나왔고 5회초에는 정근우의 안타에 이은 송광민의 2점 홈런이 터지면서 3-0으로 앞섰다.

운도 따랐다.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막아내며 5회말까지 점수를 주지 않았다. 1회말에는 첫 타자 황재균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점수를 주지 않았고 2회말에는 1사후 전준우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도 다음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3회말에는 김민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도루 저지로 아웃시켰고 황재균에게 3루타를 맞았지만 협살로 역시 아웃시키는 등 행운이 함께 있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이동걸을 향해 웃고 있는 듯 보였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화 선발 이동걸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5회말까지 피안타 5개만을 기록하며 실점없이 잘 막은 이동걸은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첫 타자 정훈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곧바로 정민철 투수코치에 의해 안영명으로 교체됐다. 일단 승리투수 요건은 갖춘 뒤였다.

그러나 안영명이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손아섭과 최준석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가 됐다. 이어 루이스 히메니스의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3-2로 추격당했다. 이와 함께 이동걸이 내보낸 정훈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1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전준우의 타구가 우익수 플라이가 되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긴 했지만 2루 주자였던 최준석이 전력 질주, 3루에 들어가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1사 1, 3루가 됐다.

그래도 다음 타자 문규현을 병살로 처리하면 이동걸의 승리투수 요건은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끝내 하늘은 이동걸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문규현의 타구가 2루수 앞 땅볼이 되면서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끝나는 듯 했지만 유격수가 공을 1루에 던지지 못했다. 이와 함께 3루 주자 최준석이 홈을 밟았다. 3-3. 그대로 이동걸의 승리가 날아갔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화 선발 이동걸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6회말 첫 타자 정훈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운 마음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이동걸에게 이날 경기는 특별했다. 한화가 이날 롯데전을 마치면 3경기만 남기 때문에 사실상 그의 올 시즌 등판이었다.

이동걸은 2007년 2차 7라운드 52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185cm에 95kg의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시속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이 비교적 위력적이다.

하지만 이동걸은 7년 동안 단 1승도 거둔 적이 없었다. 삼성에서도 이동걸을 차세대 선발투수로 키워보려고 했지만 의외로 성장이 늦었다. 끝내 삼성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2차 드래프트 시장에 이동걸을 내놨고 한화가 그를 지명했다.

파란 유니폼에서 한화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이동걸은 심기일전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한화의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까지 했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화 선발 이동걸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6회말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4월 4일 SK전에서 2⅓이닝 동안 2개의 홈런을 맞고 7실점하며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이동걸에게 선발의 기회는 오지 않았고 6월부터는 2군 붙박이가 됐다.

지난달 다시 1군으로 올라온 이동걸은 네차례 구원 등판을 한 뒤 롯데전에서 자신의 두번째 선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5회말까지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통산 첫 승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불펜의 방화로 승리투수는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최준석이 홈을 밟는 순간 이동걸은 물을 들이키며 쓰린 속을 달랬다. 게다가 마운드에서 내려갔을 때 투구수가 73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마운드에서 내린 정민철 투수코치가 야속할 법도 했다.

그러나 이동걸은 롯데전을 통해 자신이 5선발로 경쟁력이 있음을 충분히 증명했다. 자신의 통산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수, 최다 삼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삼성에서 뛰던 지난해 6월 15일 NC와 마산 원정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진 것이 최다 기록이었다. 승리는 놓쳤지만 이동걸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 [사직=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화 선발 이동걸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6회말 3-3 동점이 되면서 자신의 통산 첫승이 무산되자 목이 탄 듯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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