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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맨유 루니 사과, 축구종가 잉글랜드 '술에 취한' 흑역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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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맨유 루니 사과, 축구종가 잉글랜드 '술에 취한' 흑역사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1.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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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부진에, 부상에, 음주까지. 설상가상이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웨인 루니(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음주 논란 후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사태는 좀처럼 잠잠해질 줄 모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16일 “루니가 지난 12일 스코틀랜드와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승리한 뒤 축하 파티를 가졌다”며 음주로 인해 눈이 풀린 루니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의 음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캡틴 루니는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 루니의 행태에 사과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 웨인 루니(왼쪽)이 음주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루니는 17일 대변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12일 스코틀랜드전 승리 후 파티를 즐기고 있는 루니. [사진=더선 홈페이지 캡처]

루니의 대변인은 17일 영국 매체 PA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루니가 대표팀 일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특히 어린 팬들에게 더욱 미안해 하고 있다”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대행과 댄 애시워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이사에게도 사과했다”고 밝혔다.

FA는 루니의 책임을 인정하며 향후 A매치 기간 동안 자유시간을 주는 것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루니 사과에도 영국 언론의 반응은 차갑다. 과거 음주 잔혹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 잉글랜드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았던 폴 개스코인이 가장 대표적이다. 개스코인은 잉글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핫스퍼, 이탈리아 라치오, 스코틀랜드 레인저스 등을 거치며 활약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57경기 10골을 넣기도 했다.

유로 1996 개막을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홍콩으로 원정을 떠났는데 선수들은 펍에 몰려가 술을 마시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 펍은 술을 직접 입 안으로 넣어주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일명 '치과의사의 의자'로 불리던 바였다. 그 사건도 모자라 개스코인은 영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폭주를 하더니 만취 상태에서 기내 기물까지 파손해 파문을 일으켰다.

개스코인은 유로 1996 스코틀랜드전에서 축구황제 펠레의 고난도 묘기를 연상케 하는 환상골을 넣고 ‘치과 의자 세리머니’를 펼쳤다. 골을 넣은 개스코인은 피치에 드러누워 입을 벌렸고 동료들은 저마다 페트병을 들고 와서 개스코인의 입안에 술을 넣어주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음주가 자신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항변하는 또 다른 기행의 골뒤풀이였다.

하지만 개스코인의 전성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끊임없이 따라다닌 알콜 중독을 이겨낼 수는 없었기 때문. 1998년 미들즈브러로 이적한 개스코인은 2시즌 동안 41경기에서 4골을 넣는데 그쳤다. 음주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체중은 자꾸 불어났다. 결국 이후 에버튼과 번리, 중국 슈퍼리그 간수 티안마, 잉글랜드 하부리그 보스턴 유나이티드를 떠돌다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생활 말미에는 마약에도 손을 대며 불행의 나락에 빠져들기도 했다.

루니 사과로 떠오르는 이름 앤디 캐롤(27·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음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선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골 감각을 뽐내며 2011년 3500만 파운드(508억 원)의 이적료에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캐롤은 잉글랜드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지만 음주에 빠져들다보니 개스코인보다 전성기는 더 짧았다.

2011년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캐롤을 향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음주를 줄여야 한다”며 “어리기 때문에 처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표팀 동료였던 존 테리(첼시)도 “빅클럽에서 뛰는 캐롤은 미래가 밝은 선수”라며 “나도 어렸을 때 술을 많이 마셔 몸을 망칠 뻔했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게 되더라”라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캐롤은 이후 리버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웨스트햄에서 한 시즌 임대 생활을 한 뒤 완전 이적했지만 과거의 기량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다.

루니 사과는 '그 때뿐일 것'이라는 의구심 속에 영국 현지 반응은 냉담하다.

축구종가 영국에서는 역대로 비운의 스타 조비 베스트, 지미 그리브스 등은 알콜중독 선수로 꼽힌다. 삼사자군단의 캡틴이었던 보비 무어, 브라이언 롭슨 등도 두주불사형이었다. 음주에 관대했던 영국 군대의 전통과 겨울 혹한을 이겨내려고 위스키 한잔으로 몸을 데우고 맥주잔을 부딪히며 피로를 푸는 선수들의 오랜 습관 등이 어우러져 음주에 대한 경각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축구종가다.

1990년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에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커리어를 오래 이어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알콜 홀릭의 뿌리는 완전히 뽑히지 않고 있다. 특히 강행군으로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를 벗어나 A매치 소집 때 긴장이 풀리면서 술잔에 손이 가는 행태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스코인과 캐롤의 폭음을 통해 아까운 자원을 잃었던 잉글랜드. 루니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기에 팬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부진과 부상, 음주 논란까지 겹시련에 놓인 루니가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길은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경기력으로 건재함을 확인시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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