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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박태환 '몽니-외압에 수난', 이토록 닮을 수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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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박태환 '몽니-외압에 수난', 이토록 닮을 수도 있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11.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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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행정력 부재, 외로운 세계 최고 공통점... 문체부 등쌀에 고생까지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김연아(26)와 박태환(27)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김연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찍혔다”고 지인에게 말한 사실이 공개됐고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막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불모지 종목의 개척자다. 여태껏 국제경쟁력이 없었던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서 올림픽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을 안겼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프리스케이팅에서 퍼펙트 연기를 펼치던 날,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던 날 시청률은 무려 42%였다.

이들은 각 종목 연맹의 행정력 부재 속에서도 세계 최고 기량을 유지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김연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의해 금메달을 박탈당했음에도 제소를 미루다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박태환은 2013년 대한수영연맹의 올림픽 포상금 미지급 논란, 자비 호주 전지훈련 등으로 동정표를 받았다.

이젠 달갑지 않은 일에도 함께 연루됐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체육계 농단을 위해 이용한 김종 전 차관의 전횡에 희생되고 만 것이다. 박태환은 소속사 팀 GMP를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서 “당시엔 김종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다”며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차은택 씨가 주도해 만든 늘품체조 시연회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눈밖에 났다. 일정이 겹친 데다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체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누리꾼들은 “지난해 광복 70주년 행사에서 김연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은근슬쩍 뿌리친 것도 미운털이 박힌 이유일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이 내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 처분이 만료됐음에도 문체부의 딴죽걸기로 인해 속앓이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리우에 갔다. 약물복용은 잘못된 일이지만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 잡혀 시간을 허비했고 결국 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피겨스케이팅, 수영을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스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묘하게 닮은 삶을 살아 온 '국민 오누이' 김연아와 박태환. 이젠 문체부의 외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공통분모까지 갖게 됐다. 문화계처럼 체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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