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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구조파괴' 신막장 '왔다! 장보리' 마지막 아쉬움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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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구조파괴' 신막장 '왔다! 장보리' 마지막 아쉬움 남는 이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13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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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SBS '아내의 유혹' 등을 히트시키며 '막장드라마의 대가'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MBC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보리'의 끝은 그동안 신개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 놀라게 해 오던 저력에는 못 미치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장보리'의 마지막을 극 중 구조와 흐름, 캐릭터 비중을 통해 분석해 봤다.

▲ [사진=MBC '왔다! 장보리' 제공]

'막장'다웠던 초고속 해피엔딩 그리고 '권선징악'

12일 방송된 '왔다! 장보리' 마지막회는 막장 논란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작품답게 충격과 아쉬움이 모두 들어 있던 결말이었다.

이날 '장보리'는 그동안 막장 드라마들이 보여줬던 개연성 없는 초고속 해피엔딩을 보여주며 '역시'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항상 비운의 중심에 서있던 극의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는 단숨에 신데렐라를 뛰어넘는 최고의 행복을 맛봤다. 그는 한복 제작업체 비술채의 수석 전수자가 됐다.

장보리는 또한 자신이 가슴으로 키운 연민정의 친딸 비단이를 놓칠 뻔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비단이를 시아버지 동후(한진희 분)가 인정하기로 하면서 본인이 원하던 것을 다 가질 수 있게 됐다.

▲ [사진=MBC '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장보리는 심지어 양엄마 도혜옥(황영희 분)의 사랑까지 독차지했다. 간신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혜옥은 정신이 미쳐버리며 무의식 속에서 장보리를 자신의 친딸로 착각하며 모든 사랑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보여줬다.

약 6개월 동안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근 5개월을 넘게 구박과 음모에 제대로 편안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장보리가 단 2회분 만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막장'과 '비막장' 드라마의 차이를 구별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는 '내용상 구성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느냐 아니냐'다. 쉽게 말해 '개연성' 문제다.

하지만 '장보리'는 보리의 해피엔딩을 무리하게 그렸다. 모든 일이 한순간에 정리되니 '융단폭격급' 마무리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그만큼 구성면에서 마무리의 짜임새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 연민정(이유리 분). [사진='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장보리'의 대미를 장식한 '권선징악'의 부분도 결코 제대로 된 마무리는 아니었다. 극을 이끌던 최대 악역 연민정(이유리)은 갑작스러운 심정변화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것이다.

이날 연민정은 그동안의 죄 탓에 수감자로 전락했다. 게다가 남편 이재희와의 사랑을 지키고 싶은 욕심에 불구덩이 속에 던져진 반지를 찾다가 오른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까지 돼 버렸다. 하지만 연민정은 교도소 수감 직전까지도 뉘우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끝까지 악을 밀어붙이며 진정한 악역으로 거듭나는 듯했다.

그러나 수감 생활 이후 연민정은 느닷없이 착한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미쳐버린 엄마를 뒷바라지했고 버린 딸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도 했다.

연민정의 갑작스런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가 얼마나 급한 마무리를 선택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차라리 연민정을 끝까지 악인으로 처리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아쉬운 반응이 이어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 [사진='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극복 못 한 캐릭터 비중의 역전현상 '왔다! 연민정'

'장보리'는 마지막까지 캐릭터 비중의 '역전현상'을 바로잡지 못했다. 그동안 '장보리'는 캐릭터 비중을 놓고 주인공 장보리가 악역 연민정에게 가려지며 '왔다! 연민정'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연민정의 악행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다 보니 자연히 장보리의 역할은 축소됐다.

아울러 연민정에 대한 복수조차 느닷없이 나타난 문지상(성혁 분)이 대부분을 처리하다 보니 장보리는 말그대로 눈물만 흘리며 모든 사태를 관망하는 인물의 성격을 띠었다.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분명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의 연기는 박수 받을 만했다. 그러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주인공과 악역 간의 치열한 대립이다. 하지만 '장보리'는 대결 구도가 달랐다. 악역과 복수심에 불탄 대리인 간의 싸움으로 막을 내렸다.

장보리나 이재화(김지훈 분)의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던 팬들에게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극적으로도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첬다. 막바지 장보리가 40%의 시청률 벽을 넘지 못한 것도 이 부분에 기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 드라마는 '왔다! 장보리'로 시작해 '왔다! 연민정'으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였다.

▲ [사진=MBC '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 '복합막장' 시도는 평가받을 만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장보리'는 드라마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서사구조면에서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장보리'가 한참 방송되면서 받던 평가는 '신개념 명품 막장'이었다. 이런 특이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리나라 드라마들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전형적 막장 요소'를 모두 끌어다 완벽하리 만큼 극적인 조합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장보리'에는 출생의 비밀, 복수, 음모, 얽히고 설킨 가족관계, 권선징악 등 대한민국에서 방송된 모든 막장 드라마들의 요소가 들어 있었다. 앞서 많은 막장드라마들이 한두 개의 막장 요소만으로 극을 이끌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 [사진=MBC '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이런 부분 때문에 장보리는 40%에 육박하는 인기 고공행진을 이룰 수 있었다. 복합막장의 묘미를 시청자들이 느끼고 즉각 반응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복합막장'이라는 '신개념' 막장 구조가 막판 모두 흔들리며 큰 실망감으로 남고 말았다.

드라마가 너무 복합적인 막장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가 방대해졌고 마무리를 위한 시간부족 현상을 겪었다. 결국 '장보리'는 복합적인 막장 구조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수 없었고 '연민정 징벌, 그외 인물은 일방적인 해피엔딩'이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복합막장'과 '명품막장'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달려왔던 '장보리'의 아쉬운 결말이었다.

이처럼 '장보리'의 마지막은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는 갈증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잘하면 시청률 40%대를 깨버리고 막장드라마로서는 쉽지 않은 '국민드라마' 수준의 족적을 남길 수 있었지만 문턱에서 멈췄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렇게 단점도 많은 '장보리'였지만 우리에게 재미와 기대감을 준 작품이라는 점은 그대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분명 '장보리'는 인기드라마였고 오랜만에 국민적 인 관심을 끈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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