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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Q] 정우성·유아인 그리고 수지·박보검, 연예인들의 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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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Q] 정우성·유아인 그리고 수지·박보검, 연예인들의 정치사회학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11.2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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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나는 표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직,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연예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동안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남북이 갈라진 분단국가인 이 나라에서는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 등 이념 논쟁과 편 가르기가 매우 심해 한 쪽 진영에 밉보였다간 꼬리표가 붙어 유형무형의 제재와 박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탄압 받은 연예인 수가 적지 않고 최근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하니 그것은 여전히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는 이 땅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정치적 사회적으로 소신 있는 행위를 하는 ‘소셜 엔터테이너’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연예인이 아닌 한 시민으로서 최순실 차은택 김종 장시호 등등의 전 방위에 걸친 국정농단 파문이 기가 차서일까? 아니면 동시대 대중과의 진한 소통과 교감을 위한 몸짓일까? 물론 여기서는 정치를 하려고 적극 나서는 연예인들이 아니라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서 정치 및 사회적 발언을 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진= 스포츠Q DB]

최근 영화 ‘아수라’ 팬 행사에서 극중 명대사인 “박성배 시장 앞으로 나와!”를 “박근혜 앞으로 나와!”로 바꿔 외친 정우성, ‘선악 구분이 뚜렷한 구성이 더럽게 조악한 뻔한 영화’라고 꼬집으면서 “악인들이 심판받고 이 영화 빨리 끝냅시다”고 ‘쓴 소리’한 윤종신. 또 지난 19일 4차 촛불 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유아인과 이준 등이 대중의 시선을 모았다.

이번 촛불시위를 비롯해 광우병 촛불 시위, 故노무현 대통령 노제, 반값 등록금 시위, 사드(THAAD) 배치 문제, 세월호 문제 등 사회 문제를 논하는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김제동, 최근 최순실게이트로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 국민을 위해 촛불시위 무대에 나오고 ‘길가에 버려지다’ 음원을 무료 배포하기도 한 이승환과 전인권 등 다수다.

그밖에도 배우 신현준과 김의성, 전혜빈, 2PM 황찬성, 오상진 등이 현 시국에 대해 유의미한 표현을 해 국민의 가슴을 다소나마 위로해주기도 했다.

과거에는 거의 없거나 일부 극소수에 한정됐던 연예인의 세상에 대한 외침과 발언은 점차 적극적으로 변했고 그 분야도 다변화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사회의 문제에 대해 조용한 몸짓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데 정치 사회적 이슈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소셜테이너’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들은 소소한 행동과 패션 아이템 등으로 자기 의사를 함축적으로 드러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미스에이 수지나 배우 곽동연, 박보검, 윤박, 조진웅, 비스트, 엑소 등은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되는 휴대전화 케이스, 팔찌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 세월호, 환경 문제, 결식아동 돕기 등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 ‘개념스타’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먼저 수지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심달연 할머니의 압화 작품 ‘병화’를 제품화 한 케이스를 사용했고, 수지의 공항 사진이 화제 되며 해당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수지는 팬 사인회 현장에 ‘평화의 소녀상’ 배지를 달고 참석해 주목 받기도 했다.

최근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한 곽동연과 박보검 또한 위안부를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SNS나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했다. 박보검은 ‘1박 2일’ 당시 착용한 티셔츠가 위안부 후원과 관련 됐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 비스트와 엑소 등 아이돌 역시 ‘희움’ 팔찌를 자주 착용하고 등장해 관심을 받았다.

배우 윤박과 조진웅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노란 리본을 달고 시상식에 등장했다. ‘대중문화예술상’에 참석한 이광수, 송중기, 송혜교는 각각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빈 의자, 꽃다발, 나비 배지를 착용하고 등장해 시선을 잡은 바 있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이런 움직임은 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연예인 이미지 만들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폄하하고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스타와 같은 아이템을 착용하기 위해 ‘공구’(공동구매)를 시작하거나 관련 단체에 기꺼이 기부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증가와 관련 단체의 지원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 측 관계자는 “수지 씨나 박보검 씨의 경우 임팩트가 강렬했다. 수지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케이스는 당일 품절됐고, 박보검 씨가 ‘1박 2일’에서 입고 나온 티셔츠는 여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품절됐다”며 “두 분 외에도 많은 연예인 분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많은 팬덤에서도 관심을 가져준다”고 밝히며 연예인들로 인한 홍보 마케팅 효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전했다.

[사진= 스포츠Q DB]

이어 관계자는 “블락비, 샤이니, 인피니트, B1A4 팬덤의 경우 배지를 공구하고, 가수들의 이름으로 수익을 기부하기도 했고, 엑소 등 많은 그룹의 팬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며 팬클럽의 선행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외에도 마리몬드 측은 굳이 협찬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지 않아도 연예인들이 제품에 담겨 있는 좋은 의미를 알아주고 자의로 사용하고 있다며 ‘연예인 협찬’이 따로 나가는 제품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오래 전부터 대통령 후보나 특정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폴리테이너(politainer)로서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연예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의 발달로 대중과의 소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그들과 호흡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발언도 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연예인의 발언은 대중의 정치 사회적 관심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으며 그 발언의 진의를 의심하고 ‘좌파’ 또는 ‘우파’라는 꼬리표를 달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비난을 가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색안경을 쓰고 무조건 비난하는 행위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민주사회다. 그 사회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 “대한민국의 국민인 연예인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정치를 자기들만의 것으로 여기고 대중의 관심보다는 무관심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순실게이트’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촛불민심, 더불어 정우성 유아인 등 연예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요즘, 연예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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