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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 최강 김한수·정호원, '따로 또 같이' 이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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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 최강 김한수·정호원, '따로 또 같이' 이변은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13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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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아시안게임 D-5] 세계 1·2위 기량…광저우 이어 인천서도 금·은 놓고 경쟁

[이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패럴림픽 등 장애인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이 세계 최강의 기량을 자랑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보치아다. 보치아에서는 한국을 따라올 경쟁국이 없다. 세계 1위와 2위 선수가 모두 한국 선수이기 때문이다.

보치아 대표 정호원(28·속초시장애인체육회)과 김한수(22·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보치아 종목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고 다툴 경쟁자이자 동료다. 1인조 경기에서는 메달 색깔을 놓고 다투지만 2인조에서는 호흡을 맞춰 함께 금메달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이들은 4년 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 색깔을 놓고 다퉜다. 정호원은 개인전 A조에서 4경기를 치르면서 42-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8강에 올랐고 김한수 역시 C조 3경기에서 합계 득실 점수 30-1을 기록했다.

토너먼트에서는 김한수가 4강전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을 뿐 비교적 쉽게 결승까지 올랐다.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는 김한수가 이겼다.

아시아는 너무 좁다. 세계에서도 이들의 기량은 최강이다.

세계선수권에서 김한수와 정호원은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다. 지난해까지 세계 1, 2위였던 두 선수의 위치는 지금은 1위(김한수), 3위(정호원)로 바뀌긴 했지만 아시아권에서 정호원의 뒤에 있는 선수인 누루 모하메드 타하(싱가포르)가 11위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협할 선수는 없다.

이들이 호흡을 맞춘 2인조 역시 지난해까지 세계 1위였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영국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픈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점수에서 약간 손해를 보는 바람에 영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세계 최강인 것은 분명하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팀이 싱가포르(5위)다.

▲ [이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한수(오른쪽)와 어머니이자 경기 보조요원인 윤추자 코치가 함께 이천종합훈련원에서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한수 - 어머니와 완벽한 호흡, 눈빛만으로 알아요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장애인들이 표적을 향해 바닥에서 공을 굴리는 방식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기술과 두뇌의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볼링과 비슷하고 동계 스포츠인 컬링과도 연고나이 있어 보인다.

김한수와 정호원이 함께 출전하는 종목은 보치아 세부종목 가운데 가장 장애가 무거운 선수들이 출전하는 BC3다. 손으로 공을 집을 수 없기 때문에 입에 문 막대로 홈이 파인 홈통 미끄럼틀을 통해 공을 원하는 위치로 굴린다.

이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경기 보조요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보조요원은 선수의 작전 지시에 따라 홈통의 위치와 방향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한수의 경기 보조요원은 윤추자(54) 코치. 김한수 선수의 어머니다.

김한수는 태어났을 때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뇌성마비를 앓았다. 6세 때까지 앉아있을 수도 없는 심한 장애를 겪은 그는 특수학교인 주몽학교에서 교사의 권유로 처음 보치아를 접했다.

윤추자 코치는 "처음에는 재활 운동의 일환으로 보치아를 시작했다. 아들이 운동에 재능은 없는 것 같지만 스포츠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김한수는 보치아를 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언어 장애까지 있기 때문에 윤추자 코치에게 언어로 지시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윤 코치는 숫자판을 만들었다. 1부터 8까지 적혀있는 숫자판에 의미를 부여해 김한수가 막대로 숫자를 찍으면 그 지시에 맞추는 것이다.

김한수의 목표는 당연히 장애인 아시안게임 2연패다. 이후 목표는 역시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이다. 김한수는 런던 패럴림픽에도 참가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최예진(24·충남장애인체육회)에 0-8로 완패, 4위에 그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런던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겠다고 벼르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해왔던 김한수는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꿈을 키워왔다"며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정)호원이 형과 호흡을 잘 맞춰 2인조 금메달도 따내고 2회 연속 금메달도 따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이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정호원(왼쪽)이 이천종합훈련원에서 권철현 코치와 함께 보치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정호원 - 한때 은퇴했다가 복귀 "실업팀 많이 생겼으면"

정호원은 충주숭덕학교에서 처음 보치아를 접한 뒤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일궈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항상 그의 곁에는 보조자이자 스승인 권철현(41) 코치가 있다.

최중증 장애인인 BC3 선수들은 혼자 밥을 먹을 수도 없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언제나 그의 곁에는 보조역할을 하는 코치가 따라다녀야 한다. 권 코치는 정호원에게 스승이자 생활도우미와 같은 존재다.

정호원은 한때 운동을 그만두고 자립을 위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다시 보치아의 길로 돌아왔다. 그리고 권철현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해 2005년부터 다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정호원과 권철현 코치의 호흡은 언제나 완벽했다. 2006년 브라질 세계보치아선수권대회 개인전 5위, 페어 금메달, 말레이시아 아‧태장애인경기대회 개인전 동메달, 페어 금메달의 성적을 올렸다. 결국 2년 후인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 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2 런던 패럴림픽 은메달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정호원은 다시 은퇴를 고민했지만 권철현 코치가 마음을 잡아줬다.

정호원의 바람은 실업팀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의 보치아 실력은 세계 최강이지만 실업팀은 몇몇 시도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체육회 팀 외에는 없다. 중증 장애인인데다 보조자가 한 명씩 붙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드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물론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부족한 투자 역시 실업팀 창단을 가로막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호원은 "일단 현재 목표는 금메달을 따내 보치아를 스포츠 팬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금메달도 따내고 널리 알린다면 실업팀 창단도 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정호원과 권철현 코치(왼쪽), 김한수와 윤추자 코치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보치아 종목 개인전에서는 우승을 놓고 선의 경쟁을 벌이지만 2인조전에서는 금메달을 함께 일구는 동반자다. [사진=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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