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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2016 청룡영화제' 비교적 공정했던 수상결과, 조금은 아쉬웠던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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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2016 청룡영화제' 비교적 공정했던 수상결과, 조금은 아쉬웠던 수상소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26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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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2016 청룡영화제'가 '내부자들'을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하며 2016년 영화계를 훌륭하게 결산해 냈다.

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한 시국을 반영이라도 하듯, 언론과 정재계 사이의 검은 고리를 그려낸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 이병헌의 6전 7기 남우주연상 수상

'2016 청룡영화제' 에서 '내부자들'로 일곱 번째 도전 만에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아카데미시상식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었다면, 청룡영화제에는 이병헌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높은 인기와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놓쳤던 것처럼, 이병헌 역시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등 다른 영화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유독 청룡영화제에서만 그간 여섯 차례나 후보에 오르고도 남우주연상 수상에 실패해왔다.

이병헌은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처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그해에는 '파이란'의 최민식이 절정의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2년에도 '중독'으로 연이어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공공의 적'의 설경구가 앞을 가로막았다. 2005년에는 '달콤한 인생'으로 올랐지만 '너는 내 운명'으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황정민에게 남우주연상을 양보했다.

2008년에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송강호와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추격자'의 김윤석이 있었고, 2010년에는 '악마를 보았다'로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70대 노인 연기를 펼친 '이끼'의 정재영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2012년이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청룡영화제까지 연속 제패를 노렸지만,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이 이번에는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여섯 번이나 수상에 실패하고 일곱 번째 도전 만에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 수상을 품에 안은 이병헌은 "25년 동안 연기를 하며 수없이 수상소감을 연습해 왔는데, 막상 이 자리에 서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제가 25년 동안 준비한 많은 수상소감들을 조금씩 펼쳐낼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하겠다"며 수상소감을 남겼다.

◆ '아가씨' 김민희의 예상치 못한 여우주연상 수상

김민희  [사진 = 스포츠Q DB]

2014년 '한공주'의 천우희, 2015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으로 2년 연속 파격적인 여우주연상을 선정해온 청룡영화제는 2016년에는 다른 의미의 파격적인 여우주연상 선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은 바로 '아가씨'의 김민희였다. 물론 김민희의 수상 자체에는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세상물정 모르는 얌전한 귀족집안의 처녀부터 도발적인 관능미가 꿈틀거리는 욕망의 화신까지 다양한 모습을 '히데코'라는 캐릭터 안에 녹여내며 그야말로 인생연기를 펼쳐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김민희의 수상을 예상치 못한 이유는 바로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 사이의 스캔들 때문이었다. 김민희는 '아가씨' 개봉 직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호흡을 맞춘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이 불거졌고, 이로 인해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보통의 영화 시상식에서는 유력한 수상후보가 불참할 경우 의도적으로 수상을 배제하고 시상식에 참석한 다른 후보에게 수상을 안겨주는 전례가 많았지만, 청룡영화상은 여우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불참한 김민희에게 그대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사실 제37회 청룡영화상의 여우주연상 후보는 그 누구에게 상이 돌아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덕혜옹주'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로 흥행과 비평을 모두 거머쥔 손예진과 '굿바이 싱글'에서 오랜만에 힘 뺀 연기로 갈채를 받은 '청룡의 여신' 김혜수도 충분히 수상권의 후보였다. 

또한 저예산 독립영화인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이나 '최악의 하루'의 한예리 역시 '한공주'의 천우희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에게 2년 연속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청룡의 파격을 고려할 때 역시 연기 하나만큼은 수상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청룡영화상은 참석이냐 불참이냐의 문제가 아닌 심사위원들의 판단 그 자체를 믿고 불참자인 김민희에게 기꺼이 상을 수여했다.

◆ 박정민과 이병헌의 용기 있는 수상소감, 하지만 그 외는 "뭣이 중헌디?"

박정민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청룡영화상은 그간 정치의식이 넘쳐나는 수상소감들이 유독 자주 등장했었다. 한국의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불리는 대종상영화제가 영화계의 원로들이 주축이 되어 비교적 보수적 성향이 짙게 드러나는 반면, 청룡영화상은 대종상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11년과 2012년 '최종병기 활'과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2년 연속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이었다. 

류승룡은 한미 FTA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겁던 2011년에는 "만주어로 연기해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역시 청룡영화제의 공정성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 공정성 있는 심사가 내년에는 설마 미국 사람들이 맡지는 않겠죠?"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따. 또한, 대선을 앞둔 2012년에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가정에 대한 소통을 그린 영화고, '광해'는 나라와 국민에 대한 소통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정말 큰 소통을 이뤄야 할 날이 오는데, 여러분들도 자신들이 킹메이커라 생각하시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었다.

이외에도 2011년 '부당거래'와 2015년 '베테랑'으로 감독상을 두 차례 수상한 류승완 감독은 하필 촬영 중이어서 두 차례의 수상에는 모두 불참했지만, 대신 아내인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에게 부탁해 "세상 모든 불공정한 거래에 반대한다"며 정치적 색채가 가득한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청룡영화제이기에 사실 25일 열린 제37회 시상식에서도 이런 어지러운 시국을 반영한 배우들의 수상소감을 내심 기대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심히 어지러운 현시국에서 배우들이 직접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수상자 중 사회성 있는 수상소감을 남긴 것은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동주'의 박정민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내부자들'의 이병헌 정도가 고작이었다.

박정민은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후 "불과 70년 전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남모르게 피흘리며 싸우신 수많은 이름들이 계시다"며 영화 '동주'의 내용과 연관해 언급한 후 "제가 '동주'를 하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지금 이 순간, 70년 후에 이 세상을 살아갈 많은 분들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많이 깨달았습니다. 나라가 많이 어수선한데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배우로서 이 상과 이 상을 받도록 해주신 송몽규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연기하고 살아가겠습니다"라며 국민의 선택과 행동을 촉구하는 듯한 수상소감을 남겼다.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도 "'내부자들'이란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사회를 극적으로 몰고가려고 애쓰는 것 같아 약간 과장된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것 같은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병헌은 "소신발언 이런 것은 아니고, TV를 보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전 그 장면을 보며 아이러니하게 언젠가는 저것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병헌과 박정민의 수상소감은 분명 지금의 사회현실에 의미심장했지만, 그래도 좀 더 직접적이고 용기있는 발언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 제37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리스트

▲ 작품상 : '내부자들'
▲ 감독상 : '곡성' 나홍진
▲ 남우주연상 : '내부자들' 이병헌
▲ 여우주연상 : '아가씨' 김민희
▲ 남우조연상 : '곡성' 쿠니무라 준
▲ 여우조연상 : '검은 사제들' 박소담
▲ 신인남우상 : '동주' 박정민
▲ 신인여우상 : '아가씨' 김태리
▲ 신인감독상 : '우리들' 윤가은
▲ 각본상 : '동주' 신연식
▲ 편집상 : '곡성' 김선민
▲ 음악상 : '곡성' 장영규 
▲ 미술상 : '아가씨' 류성희
▲ 기술상 : '부산행' 곽태용
▲ 촬영조명상 : '아수라' 이모개
▲ 최다관객상 " '부산행'
▲ 인기스타상 : '아수라' 정우성, '곡성' 쿠니무라 준, '덕혜옹주' 손예진, '터널' 배두나
▲ 단편영화상 : '여름밤'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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