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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마리텔' 김구라의 실세 조영구, 눈치없음이 만들어낸 기묘한 정치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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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마리텔' 김구라의 실세 조영구, 눈치없음이 만들어낸 기묘한 정치풍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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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뉴스보다 예능이 더 낫다는 말이 정말 괜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발한 후 친 새누리당 성향의 보수 종편언론들까지도 앞다투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현실에서, 지상파인 MBC가 유독 침묵을 지키면서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직하락하며 1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지만, 지상파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MBC는 사건의 사안에 비해 보도를 자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은 종편채널인 JTBC가 손석희 앵커를 정점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아젠다를 모두 선점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사진 = MBC '마리텔'(마이리틀텔레비전)  화면 캡처]

하지만 MBC 보도국이 아닌 예능국의 풍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이미 지난 10년 보수정권에게 민감한 정치풍자로 여러 번 미운 털이 박힌 '무한도전'은 물론, 네티즌들과의 실시간 소통으로 이런 정치적 성향이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마리텔' 역시 MBC 예능국의 풍자 최전선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다.

26일 방송된 MBC '마리텔'에서는 김구라가 총대를 짊어멨다. 김구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심히 뒤숭숭한 정국에서 하필이면 '트루 리더 스토리'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정치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김구라의 방송에서 의외로 정치풍자를 주도한 것은 '김구라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단골 게스트 조영구였다. 평소 김구라의 방송에서 '눈치없음'과 '시끄러움'을 전담하며 '샌드백' 역할을 하는 조영구는 아예 팔뚝에 '실세'라고 써진 완장을 차고 등장해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조영구가 사실 '실세' 완장을 차고 나온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조영구가 과거 최순실의 집안행사에서 두 차례 사회를 보며 최순실과 관련된 연예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었던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조영구는 '마리텔'에서 코믹하게 공개 사과를 하며 "이제 돈 많이 준다고 해도 그런 행사는 가지 않겠다"고 읍소해 웃음을 만들어 냈고, 네티즌들 역시 조영구의 사과에 대해 "조영구가 실세면 주식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머러스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조영구는 아예 이 '실세'를 콘셉트로 잡고 나온 것이다.

[사진 = MBC '마리텔'(마이리틀텔레비전)  화면 캡처]

조영구의 이날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세계 각국의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게스트로 이성주 작가가 등장하고 김구라가 '저술가'라고 소개하자 "점술가?"라고 말하며 무언가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워런 하딩과 그 뒤를 이은 캘빈 쿨리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캘빈 쿨리지의 많은 수면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잠이 보약이라고, 잠 잘 자면 정치 잘하잖아요"라며 네티즌의 댓글을 그대로 읽어 김구라에게 제지까지 당했다.

또한 로마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그냥 나 왕 안 한다고 하지 왜 그래?"라며 정말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패러디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였고, 제국이 기틀을 잡기 위해서는 3대까지 선왕이 나와야 한다는 말에 "우리도 이승만 대통령부터 3대가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죠?"라고 말해 모두를 KO 시켰다.

여기에는 물론 '마리텔'만의 자막도 한몫을 했다. 네티즌들의 발언 중 민감한 요소만을 쏙쏙 골라내는 것은 물론, 이경규의 개방에서도 강아지 이름으로 굳이 '길라임'을 골라내는 등 현 정치상황에 대한 풍자를 인터넷 방송의 특수성이라는 핑계로 물 흐르듯 풀어냈다. 이 정도면 정말 MBC 뉴스가 하지 못하는 일을 예능국에서 다 한다는 탄식이 괜히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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