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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식종목 휠체어 럭비의 몸싸움 상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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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식종목 휠체어 럭비의 몸싸움 상상력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14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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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아시안게임 D-4] 몸싸움 허용하는 휠체어럭비, 장애인 스포츠 가운데 가장 거칠어…저변확대 시급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장애인이라고 거친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확 바뀌실걸요. 비장애인럭비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박진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직접 와서 보세요."

장애인 선수가 럭비를 한다.

장애인이라고 편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 사람들도 다칠까봐 기피하는 스포츠가 럭비다. '럭비는 위험한 운동'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장애인 선수가 럭비를 한다면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럭비는 거친 운동이긴 하다. 휠체어럭비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 스포츠 가운데 가장 거친 종목으로 꼽힌다.

대부분 장애인 스포츠에서는 몸싸움을 하지 않는다. 휠체어농구는 자리 싸움은 하지만 세게 와서 휠체어를 받으면 파울이 된다. 그러나 휠체어럭비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휠체어럭비 선수들이 덜 장애가 있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경추장애를 갖고 있다. 다리는 물론 손이나 팔, 등, 목 이하 신체 기능이 상실돼 사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이다.

▲ 휠체어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이천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직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휠체어럭비 대표팀은 12명의 선수가 모두 소속팀이 다르지만 하나로 뭉쳐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가득차있다. [사진=인천장애인APG조직위원회 제공]

◆ 휠체어럭비하면 중증장애인이 자동차 운전까지 가능

하영준(47·경북 아틀라스 감독) 휠체어럭비 국가대표팀 감독은 편견을 거부한다. 휠체어농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그는 경추장애인의 열악한 재활 시스템을 보면서 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휠체어럭비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휠체어럭비를 꾸준히 하면 운동능력이 향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 감독은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럭비를 꾸준히 하다보면 굉장한 운동능력을 갖게 된다"며 "처음엔 휠체어에 앉지도 못했던 선수들이 휠체어럭비를 하게 되면 스스로 휠체어를 자동차에 넣고 내리기까지 하고 혼자 운전도 한다. 전혀 상상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휠체어럭비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됐다. 휠체어럭비는 일반 럭비와는 또 다른 룰을 갖고 있다.

하영준 감독은 "휠체어농구는 일반 농구와 비슷한 룰이지만 휠체어럭비는 '뉴스포츠'라고 할만큼 다양한 종목이 혼합돼 있다"며 "휠체어농구의 일부분과 아이스하키 룰도 있다. 전술적으로는 럭비와 비슷하지만 기술 같은 것은 핸드볼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 휠체어럭비는 아직 한국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함께 휠체어럭비가 보급되어 있기도 하다. 경추에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이 휠체어럭비를 하게 되면 혼자서 운전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사진은 국내에서 열린 휠체어럭비 경기 직전 심판의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선수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럭비는 트라이를 하게 되면 6점이 주어지지만 휠체어럭비는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키 에어리어를 통과하면 1점을 준다. 인원도 4대4로 경기한다. 그런데도 럭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역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 선수발굴부터 지도자·트레이너 등 인프라 확충 중요

휠체어럭비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지만 패럴림픽에서는 이미 2000년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는 시범종목으로 치러지기도 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휠체어럭비는 걸음마 단계다. 사실 아시아에서 휠체어럭비를 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2012년까지는 국제휠체어럭비연맹이 발표하는 세계 랭킹이 한국과 일본 말고도 중국이 잡혀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랭킹에서 사라졌다.

아직 패럴림픽 본선에 올라본 적이 없다. 패럴림픽 뿐 아니라 세계휠체어럭비선수권에도 참가한 적이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2010년 대회에서 3위에 오르고 올해 열렸던 대회에서도 4위를 차지하는 등 휠체어럭비에서 앞서가고 있다.

지난 8월 10일 국제휠체어럭비연맹이 발표한 26개국 세계 랭킹에서 일본이 4위, 한국이 24위에 있다.

▲ 휠체어럭비는 장애인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몸싸움이 허용되는 종목이다. 몸싸움 뿐 아니라 휠체어로 받아도 상관이 없다. 사진은 국내에서 열린 휠체어럭비선수권 경기.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휠체어럭비를 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 만큼 일본과 대등하게 싸워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 다른 팀에서 모인 12명의 선수가 하나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주장을 맡은 이명호(35·서울)는 "선수층이 얇아 평소에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기 때문에 많이 부딪히거나 의견 충돌하는 일은 없다"며 "그러나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 성향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리더로서 책임감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감독 역시 메달에 대한 기대감과 욕심을 숨기지 않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휠체어럭비에 필요한 것은 인프라 확충이라고 말한다.

하 감독은 "이번 대회 메달도 중요지만 이번 대회 이후 휠체어럭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선수발굴은 물론 지도자, 트레이너 등 인프라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4년 뒤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휠체어럭비가 계속 정식종목으로 유지되려면 휠체어럭비가 더 많이 보급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휠체어럭비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거친 몸싸움이 허용되는 휠체어럭비에서 한국은 세계휠체어럭비연맹 26개국 가운데 24위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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