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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Q] 장수예능의 비밀, 같은 유재석인데 '무한도전'과 '런닝맨'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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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Q] 장수예능의 비밀, 같은 유재석인데 '무한도전'과 '런닝맨'이 다른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12.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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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예능 프로그램(이하 예능)은 마치 살얼음판과 같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때 잘 나가다가도 제 풀에 지치거나 또는 타 방송사 예능의 날카로운 공세로 한순간 폭삭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능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오랜 시간 안방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장수 예능도 적지 않다. 

먼저 장수 예능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세월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예능이 점점 급변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3년 정도만 돼도  장수 예능이라고 칭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3년이 지난 장수 예능이라고 해도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07년 1월 첫 선을 보인 SBS '스타킹'은 지난 8월 9일 만 10년을 코앞에 두고 막을 내렸다. 

2015 'MBC 방송연예대상' 포토월에 섰을 때의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 스포츠Q DB]

이는 장수 예능 또한 ‘산 넘어 산’의 험난한 여정을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요즘 일부 장수 예능의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진짜 사나이'(2013년 4월 첫 방영)는 지난달 27일로 일시 종영을 선언했고 SBS '런닝맨'(2010년 7월 첫 방영)은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며 '폐지론'마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MC’ 유재석이 간판으로 나선 ‘런닝맨’과 MBC ‘무한도전’이 엇갈린 행보를 드러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런닝맨'과 '진짜 사나이' 등 장수예능의 부진 이유? 

'런닝맨'은 2010년부터 방송된 장수 예능이지만 최근 1년 간 극심한 침체기에 빠져있다. [사진 = SBS '런닝맨' 제공]

'런닝맨', '진짜 사나이' 등 몇몇 장수 예능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해당 프로그램들이 오랜 방영으로 인해 '예능 유행'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고정 멤버로 구성된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였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과는 달리 요즘 예능의 유행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근 몇 년 동안의 예능의 흐름은 MBC '아빠 어디가'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대표되는 육아 예능, 이후 tvN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불러온 여행 예능, 최근에는 '백주부' 백종원과 스타 셰프들이 '붐'을 일으킨 쿡방(요리 예능)으로 이어져왔다. 한동안 인기몰이를 하던 '쿡방'마저 시들해지고 스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하는 MBC '나 혼자 산다'나 KBS 2TV '미운우리새끼' 같은 ‘관찰 형 예능’이 득세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장수 예능들은 고정 멤버, 비슷한 포맷으로 매주 진행 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색다름을 선사하기 힘들다. 결국 고정 멤버들의 예능감이나 스타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며 장수 예능의 한계를 분석했다.

◆ 사랑받는 '장수 예능'의 성공 비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MBC '무한도전'과 KBS 1TV '전국 노래자랑' [사진 = MBC·KBS 1TV 제공]

물론 여전히 기세등등한 장수 예능도 있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MBC '무한도전'(2005년 4월)과 ‘라디오스타’(2007년 5월), KBS 2TV의 '1박2일'(2007년 8월), ‘해피투게더’(2001년 11월),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시청자들과 함께해온 KBS 1TV '전국 노래자랑'(1980년 11월) 등등이 손꼽힌다. 그 외에도 KBS 2TV ‘개그 콘서트’(1999년 9월) 등 숨은 강자들도 몇몇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독자적인 콘셉트로 경쟁력을 갖추거나 혹은 독특한 아이디어, 유연한 콘셉트로 현 예능 시류를 시시각각 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베일을 살짝 들춰보자. 

먼저 ‘전국노래자랑’이다. 유행 시류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개성과 콘셉트로 오랜 시간 사랑받은 프로그램이다. '전국 노래자랑'의 경우 매번 '노래 자랑'이 열리는 도시만 바뀔 뿐, 일반인 참가자들의 노래자랑이 펼쳐진다는 기본 형식은 동일하다. 

그러나 매주 같은 형식에도 '전국 노래자랑'은 국내 최고령 MC 송해의 노련하고 친근한 진행과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국민 방송'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또 주 시청자 층이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중·장년층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전국 노래자랑'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승부한다면 '유연함'을 무기로 삼는 장수 예능에는 '무한도전'이 있다. '무한도전' 같은 경우, 오랜 시간 토요 저녁 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수성하며 장수 예능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끈끈한 팀워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팬덤'을 형성했다. 또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김태호 PD의 아이디어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방송을 만들어내고 있다. 

'무한도전'의 강점 중 하나는 '무한도전 가요제', '무한 상사'와 같은 '무한도전'만의 코너를  매 해 새로운 매력으로 마치 시즌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무한 도전'은 '토토가'(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 프로젝트로 방송계의 '복고' 열풍을 이끄는 등 트렌드에 앞선 모습을 보이며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다.

무한도전의 팬인 30대 직장 여성 김미진 씨는 "팬들은 '무한도전'을 단순한 예능이 아닌 아이돌 그룹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캐릭터들의 개성과 관계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며 "'무한도전'은 매번 색다른 아이템과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로 시선을 끈다. 특정 테마가 정해져 있지 않기 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그래서 진부해 지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 한 때 주춤했던 '1박 2일'의 시청률 '대박' 비법은? 

장수 예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즌제'를 도입한 KBS 2TV '1박2일'과 MBC '진짜 사나이' [사진 = KBS 2TV·MBC 제공]

앞서 말한 '무한도전'과 '전국 노래자랑'이 팬덤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장수 예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면 KBS 2TV '1박 2일'은 시즌제의 훌륭한 운영으로 위기를 극복한 예다.

'1박 2일'은 2007년 국민MC 강호동을 메인으로 이수근·이승기·은지원 등이 활약, '무한도전'에 못잖은 인기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tvN에서 활약하고 있는 나영석 PD는 당시 '1박 2일'을 훌륭하게 이끌며 김태호 PD 못지않은 스타 PD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즌 1이 종료하고, PD와 멤버 교체가 이뤄지며 '1박 2일'은 예전의 명성을 잃고 만다. '1박 2일'은 당시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SBS 'K팝 스타'에 완패하며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수난을 겪었다.

'1박 2일'이 새롭게 부활하게 된 것은 시즌 3를 맞이하고서 부터다. 차태현·데프콘·윤시윤 등 새로운 얼굴로 재단장한 '1박 2일'은 새 멤버들의 활약과 매주 인기 스타들을 게스트로 출연시키며 다시 시청률이 반등했다. 현재 '1박 2일'은 일요일 저녁 예능 중 1위로, 10% 후반 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밖에 지난달 9일 500회를 맞은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의 뒷방 코너로 출발했다가 현재 수요일 밤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라디오스타’는 개성강한 MC들이 게스트를 무장해제시키며 이야기꽃을 피우게 하고, 재기발랄한 CG(컴퓨터 그래픽)로 눈을 즐겁게 한다.   

각 방송사는 간판 프로그램인 장수 예능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장수 예능이 앞으로도 계속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 줄지 그 행보에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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