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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도로공사 외국인선수 '왕따 논란' 일파만파, 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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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도로공사 외국인선수 '왕따 논란' 일파만파, 그 진실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1.29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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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전에서 논란 불거져…구단 관계자, "선수들 관계 이상 없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아무리 외국인 선수가 못해도 그렇지 차별이 심한 것 같다.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졌고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팀이 됐다.” (ID ‘우리는영원한최고’)

“선수가 부진하다고 해서 팀원들이 대놓고 집단따돌림을 시켜서야 되겠는가. 단체 스포츠에서 동료를 따돌리는 사상 초유의 팀이다.” (ID ‘458Italia’)

올 시즌 V리그에 느닷없이 외국인 선수 집단 따돌림 논란이 불거져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진출한 한국인 선수가 현지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를 집단으로 따돌린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 브라이언(위)이 팀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외국인 선수 집단 따돌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와 대전 KGC인삼공사의 2라운드 경기에서다.

일부 배구 팬들은 이날 도로공사 선수들이 외국인 공격수 케네디 브라이언(22)이 점수를 낼 때마다 그의 하이파이브를 일부러 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팬들에 따르면 브라이언은 팀이 9-12로 뒤진 4세트에서 중앙 공격에 성공했지만 소속 팀원들은 아무도 그의 하이파이브 동작에 맞춰주지 않았다는 것. 브라이언이 하이파이브를 하러 다가갔지만 팀원들은 자기들끼리 기쁨을 나누기에 바빴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팬들은 5세트 2-5로 뒤진 상황에서 브라이언이 오른쪽 공격을 성공했는데, 나머지 멤버들은 브라이언을 등지고 반대편으로 가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구 팬들은 “볼 배급도 잘 해주지 않았다”거나 “도로공사 선수들은 브라이언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 여러 차례 그의 하이파이브 동작을 받아주지 않았다. 브라이언이 작전타임 때 사기를 돋우기 위해 말을 걸어도 외면하기 일쑤였다”며 비판과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도로공사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를 집단으로 따돌렸다고 주장하는 경기는 또 있었다.

지난 23일 서울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도 브라이언의 하이파이브가 다른 멤버들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는 주장이다. 브라이언이 손을 맞추기 위해 선수들 사이를 지나가기도 했지만 아무도 하이파이브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

중계방송으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고의성이 다분하다”며 도로공사 선수들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부 팬들은 기사 댓글에는 물론 구단 홈페이지에 성난 팬심을 표출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에는 평소보다 5~6배 많은 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구단 홈페이지는 경기 직후 항의하는 팬들로 인해 트래픽 초과로 다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배구 관련 커뮤니티에는 도로공사 선수들을 질타하는 분노의 글이 쏟아졌다.

▲ 일부 배구 팬들이 브라이언이 하이파이브를 거절당했다며 각종 게시판에 올린 두 장면. [사진=KBS N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설상가상으로 몇몇 팬들은 도로공사의 베테랑 세터 이효희(26)를 집단 왕따의 핵심인물로 꼽고 그의 SNS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악플을 남기는 등 파장은 계속됐다. 이효희는 나름 해명에 나섰지만 팬들의 비난은 그대로여서 SNS 계정을 아예 닫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 왕따 논란의 주인공인 브라이언은 신장이 183㎝로 올해 초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지난 5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트라이아웃에 신청서를 냈지만 최종 24인에 들지 못해 이탈리아 2부 리그로 진출했다. 브라이언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아웃된 레즐리 시크라를 대신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외국인 선수 6명 중 득점과 공격성공률 모두 최하위에 그치는 등 대체 외국인 선수의 한계를 드러내 코칭스태프의 속을 태웠다.

팀이 6연패의 늪에 빠지며 꼴찌로 전락한 도로공사 구단 내부에서도 교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까닭에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도로공사 구단 관계자는 “브라이언의 교체를 두고 결정된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집단따돌림 논란에 대해서는 “선수들과의 관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선수들은 잘 지내고 있는데, 일부 팬들이 구단을 흔들고 있다”고 씁쓸해 하며 “경기의 일부분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이들과 포털사이트에 악플을 남긴 이들을 사이버 수사대를 통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브라이언은 미국에서 뛰었을 때에도 빙글빙글 원을 그리듯 코트를 돌면서 파이팅을 외치지 않았다. 한 가운데로 모여 파이팅하고 흩어지는 것에 익숙해 있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코트를 크게 돌며 파이팅을 외치는 것을 억지로 따라가다 보니 스텝이 엉키거나 (코트를 뛰는 것을 포기해) 혼자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브라이언이 유독 코트에서 겉도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해 해명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집단따돌림의 주동자로 몰려 비난의 화살을 맞은 이효희 등 선수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숨을 내쉰 뒤 “평소 이효희는 브라이언을 잘 챙겨준다. 쉬는 날에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누구보다 브라이언과 잘 지내려 노력한다. 이런 선수들이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돼서야 되겠느냐”며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 도로공사 배구단 홈페이지는 3일째 일일 트래픽을 초과해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배구단 홈페이지 캡처]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등 ‘팀 스포츠’에서 단결력은 승패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결력은 곧 ‘팀 스피릿(정신)’을 의미하며, 팀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아져야만 경기를 이길 수 있다. 혼자서 상대팀 선수들과 맞붙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 배구인은 “해외에서 맹활약하며 한국배구의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김연경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텃세를 부리며 외국인 선수를 따돌린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라고 강조한 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팬들에게 그런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섯이 한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배구는 협력과 배려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여자프로배구에 갑자기 불거진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집단따돌림 논란-, 죄 없는 선수들을 향한 마녀사냥일까. 아니면 한국배구의 부끄러운 민낯일까? 그 진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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