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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대학체육 특기가 아닌 특혜가 '괴물' 정유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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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대학체육 특기가 아닌 특혜가 '괴물' 정유라를 낳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0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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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맞지 않는 선수도 뒷돈만 대면 얼마든지 입학…정유라는 돈 대신 권력 이용한 것뿐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승마공주' 정유라와 스포츠 농단을 기획한 장시호라는 '괴물'이 나타났던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었다. 우리 사회의 썩은 부분에서 자라난 독버섯이 정유라와 장시호라는 괴물이 된 것이다. 오염되고 썩은 4대강에 큰빗이끼벌레와 독성이 밴 녹조가 가득하듯이.

MBC PD수첩은 지난달 30일 방송한 '누가 정유라를 승마공주로 만들었나'를 통해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체육특기생 입학을 두고 이화여대의 입시 비리 및 특혜와 최순실의 권력을 악용한 대한승마협회 장악이 만들어낸 결과로 규정했다.

▲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는 대학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체육특기생 입시비리의 일환이다. 다만 다른 것은 정유라와 최순실 씨는 권력을 이용했고 대부분 체육특기생 입시비리는 돈이 오간다는 점이다. [사진=SBS 방송 캡처]

이와 함께 PD수첩은 장시호의 연세대 입학도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과 같다고 규정하며 이 역시 입시비리라고 주장했다. 연세대는 현재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장시호의 입학은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은 장시호의 고등학교 성적 등을 토대로 역시 입시 부정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PD수첩은 장시호 주변인들의 증언까지 담았다.

PD수첩이 방영한 내용은 모두 검찰 수사 또는 언론의 보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아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일개 개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백을 등에 업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딸을 이화여대에 입학시킨 것에 대해 분노하고 허탈해했다.

여기에 PD수첩은 장시호와 정유라의 입시 특혜와 비리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학 체육특기생 입시비리로 연결했다. 실제로 대학 체육특기생 입시 비리로 눈물을 흘린 사람은 허다하다. 단지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대학 체육특기생 입시비리는 오래된 '관행'이다. 대학들은 조금이라도 우수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스카우트들을 고용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뛰어난 선수들을 자기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리로 변질되면서 뒷돈이 오가고 있다. 야구의 경우 서울 지역은 1억 원,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7000~8000만 원, 지방은 3000만~4000만 원의 뒷돈이 필요하고 브로커가 중간에 끼어 있다는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검찰이 지난 21일 정유라의 입시비리가 발생한 이화여대를 압수 수색한 뒤 증거물을 챙겨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대학들이 일찌감치 뒷돈을 내고 들어온 선수들로 일찌감치 입학생으로 결정지으면서 입시기준에 맞춰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벌인 학생들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합격을 하고서도 대학 감독이나 코치들이 대놓고 "선수로 받지 않겠다" 또는 "등록하지 마라. 등록한다고 해도 선수로 뛸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말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이미 야구 입시비리로 지난 2014년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특기생 선발과 관련해 돈을 받은 프로출신 감독이 징역형을 받았고 2013년에도 울산의 한 대학축구 감독이 고교 감독으로부터 1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혐의로 기소당하기도 했다.

체육특기생과 관련해 입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특정인에게 학생 선발권이 있기 때문이다. 체육특기생 전형은 종목에 따라 교수 또는 감독이 직접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인 점수가 아닌 서류와 면접 등 주관적인 평가 요소에 배점을 높여 특정 학생을 뽑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정유라, 장시호와 흡사하다. 다만 다른 것은 대부분 체육특기생은 교수, 감독에게 뒷돈을 쥐어주고 정유라, 장시호는 권력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정유라 특혜로 환기된 이런 문제는 이런 체육특기생 입시비리가 학원 스포츠를 망쳐놓는다는 점이다. 기준에 미달해도 허위로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종목 협회가 있고 뒷돈을 내고 들어오는 학생들을 받는 대학이 있기 때문에 실력있는 선수는 뒤로 밀리고 실력없는 선수가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 현명관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지난 22일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속 스포츠를 하려고 했던 착실한 학생은 대학 입학과 함께 아예 선수생활까지 포기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대학에 들어온 것으로 소기 목적을 달성해 역시 선수생활을 그만둔다. 이는 한국 스포츠에 크나큰 손실이다.

대학의 체육특기생 입시비리는 한국 사회를 멍들고 썩게할 뿐 아니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학원체육의 붕괴도 가져온다. 한국의 스포츠를 망치고 있는 주동자가 대학에 있는 지도자, 즉 같은 스포츠인이라는 점이 스포츠 현장에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정유라 특혜를 바라보면서 되짚어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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