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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지금 이 순간, '판도라'를 봐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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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지금 이 순간, '판도라'를 봐야만 하는 이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12.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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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불과 5년 전, 옆 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 대형 사고는 쉽게도 잊혀졌다.

원전사고의 위험성과 안전 시스템의 부재를 깨달은 것도 잠시, 역시 그때뿐이었다. 지난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한 후에야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공론화가 다시 시작됐을 정도다. 

개봉을 앞둔 '판도라'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과 안전 시스템 확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영화다. '판도라'는 국내 블록버스터로는 최초로, 원전을 소재로 삼았다. 대형 재난에 가족의 이야기를 더해, 가슴 먹먹한 휴먼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재혁(김남길 분)은 절체절명의 원전 사고를 맞닥뜨린다. 한반도 전체가 대규모 피폭 위기에 처하고, 재혁은 어머니(김영애 분)와 형수(문정희 분), 여자친구 연주(김주현 분) 등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선다.

[사진=영화 '판도라']

'판도라'가 구현해낸 원전사고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무섭도록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박정우 감독은 세밀한 관찰력으로 원자력발전소 내부 및 구조를 표현했고, 대규모 재난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원전사고로 허허벌판이 돼 버린 동네, 그로 인해 예민해진 사람들 사이 일어나는 균열까지 잡아냈다. 

'판도라'에는 재난 블록버스터에 으레 등장하는 '기적'이 없다. 그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읽어낼 뿐이다. 물론 '판도라'에도 희망은 있으나, 이는 드라마틱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 간 연대에 존재한다. 

그런데 위험천만한 장면이 펼쳐지는 와중, '판도라' 언론시사회장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가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강석호(김명민 분)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판도라'는 세월호 침몰사고나 경주 지진보다 훨씬 이전에 촬영됐음에도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모습이었다. 관객으로선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사진=영화 '판도라']

'판도라'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직접적이다. '판도라'는 노골적인 대사들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방사능의 위험성,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 왜 늘 잘못 없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걸까… 그런 대사들이 또박또박 현실과 오버랩된다. 또한 발전소 소장(정진영 분)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역설한다. 

재난영화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훔치게 되는 장면도 있다. 이른바 '신파'적 요소다. 그러나 '판도라'에서만큼은 이 신파가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 최근 한반도를 휩쓴 커다란 사건사고를 통해, 이 재난이 더이상 가상 아닌 현실이란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리라. 

현실이 답답하기 때문일까, 요즘은 비현실적이더라도 시원시원한 내용의 드라마·영화를 원하는 관객이 많은 것 같다. 극 내용이 조금만 답답해도 "꽉 막힌 고구마 같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반응이 쏟아지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판도라'는 먹먹하고 가슴 아픈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판도라'는 분명 우리의 현실이고, 원전 밀집도 1위 국가인 한국에 살고 있는 이상 봐야만 하는 영화다. 모두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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