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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배구, 오빠 리더십' 초보 사령탑들의 발칙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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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배구, 오빠 리더십' 초보 사령탑들의 발칙한 약속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14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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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 '끈끈한 배구', 30대 양철호 감독 소통 강조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거미줄 배구’?, ‘오빠 리더십’?

14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는 초보 감독들의 발칙한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흥국생명 박미희(51) 감독과 현대건설 양철호(39) 감독이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지난 7월 막을 내린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비록 우승컵은 들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7승23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V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확 달라진 플레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 감독은 “흥국생명만 만나면 상대팀이 지겹다, 힘들다, 까다롭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오늘의 선수’가 많이 뽑혀서 기뻐하는 선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직 해설위원다운 센스 있는 답변이었다.

▲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거미줄 배구'로 끈끈함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KOVO 제공]

흥국생명 배구를 한 단어로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답변을 이어갔다. 박 감독은 ‘끈기’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내뱉으며 “여우같으면서도 빠른 배구를 하는 팀 말하자면 ‘거미줄 배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밖에서 봤을 때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느꼈는데 막상 감독이 되보니 그다지 준비할 시간이 없을만큼 빨리 흘렀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성적순에 따라 뒷줄 오른쪽 끝에 배치된 박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앞에 앉고 싶다. 많은 응원 해주시면 좋은 플레이로 잘 해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KOVO컵을 거머쥐며 이번 시즌 다크호스 1순위로 떠오른 현대건설 사령탑 양철호 감독도 신조어를 만들었다. 만 나이로는 아직 40대가 되지 않은 그는 ‘오빠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 것을 다짐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득이 될 것이다. 선배 감독님들이 많으시지만 어리다고 해서 우승 못한다는 법은 없다”며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진에서 동석한 염혜선에게 ‘오빠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다소 짖궂은 질문이 나왔다. 스물셋 염혜선은 “나와 감독님은 나이차가 많이 난다. 삼촌같은 느낌이다. (한)유미 언니나 (김)세영 언니한테는 오빠 리더십이 될 것 같다”며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현대건설 양철호(왼쪽) 감독은 '오빠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다독이겠다고 말했다. 염혜선은 '삼촌 리더십'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KOVO 제공]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5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전통의 명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였다. 양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며 하나되는 모습에서 기대하는 마음이 커졌다”며 “양효진은 건재하고 폴리(외국인 선수), 염혜선, 한유미가 있다. 전 같은 모습 보이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지난 시즌 하위권을 형성한 2개 팀의 사령탑들이 만들어낸 유쾌한 신조어. 박 감독과 양 감독의 약속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 여자 배구를 만끽하는 큰 즐거움이 될듯 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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