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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태환 김연아', '어, 손연재 양학선'··· 또 다른 눈물이 없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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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태환 김연아', '어, 손연재 양학선'··· 또 다른 눈물이 없으려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2.0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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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변호사 "체육회 자립이 급선무", 강신욱 교수 "입시제도 등 시스템 개선 필요"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나는 참 김연아를 안 좋아해.”

이미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박태환 측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때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 전 차관의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대한 기본 인식을 읽을 수 있는 씁쓸한 대목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김연아는 물론 박태환과 손연재, 양학선 등 스포츠 영웅들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김연아는 정부가 주도한 늘품체조 행사에 불참한 이후 지난해 스포츠영웅 심사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로 최종 후보에서 제외되는 등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 '피겨 여왕' 김연아는 정부 주도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연아 본인은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지만 소속사 대표는 정말 찍힌 게 맞는다면 2012년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행사에 불참한 이후부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태환은 권력의 농간으로 2016 리우 올림픽행이 무산될 뻔했고 손연재와 양학선은 소속 체조협회의 요청으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가했다가 괜한 구설에 올랐다.

이는 스포츠스타들이 정치권력에 휘둘린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박태환, 김연아, 손연재, 양학선 등 스포츠스타들도 이럴진대 이들보다 힘이 없는 스포츠인들은 어떨지 기가 찰 노릇이다. 각종 인사 개입과 정책 농단을 떠올리면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박태환 김연아와 같은 제2의 희생양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스포츠Q는 체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박지훈 변호사는 문체부가 체육계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갖는 데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다.

박지훈 변호사는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 제6항은 ‘대한체육회의 회장은 정관에 따라 선출하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7항은 ‘회장선출에 관한 관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실질적인 임면권은 문체부 장관이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 박태환은 약물 도핑 검사에서 적발돼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에도 다시 한 번 대한체육회의 제재로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 했다. 김종 전 문화제육관광부 차관은 박태환을 만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 [사진=스포츠Q DB]

이어 박 변호사는 “대한체육회는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국가의 체육에 대한 지원은 헌법상 도출되는 국가의 의무로 그것이 대한체육회의 자주성 또는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는데도 문체부는 예산지원을 하고 있으니 정권의 뜻대로 체육계를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정치, 경제적으로 외부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가 자립 자율적인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체육계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돼 체육계의 문제를 체육인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도로 정부의 역할을 제한한다면 체육인이 권력자의 노리개 또는 먹잇감이 되는 폐습도 차차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택 국민대 교수(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는 “현재 우리 사회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남들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나의 소신 있는 결정을 하기 힘든 구조”라며 “특히 체육계는 오랜 시간 타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문화가 지속돼 왔고 그래서 누군가는 경험적 판단을 통해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대택 교수는 “특정 정부 행사에 참여했다고 못나고, 불참했다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타의에 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진 문화가 잘못”이라면서 “국민체육진흥법 혹은 대한체육회 정관 등을 보면 대다수가 국가주도적인 내용이다. 선수들의 권리를 위한 조항들은 거의 없다. 선수들의 발언권, 행동 등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 또는 각종 규정들의 지향점을 새롭게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법과 규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한 변화, 선수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강신욱 단국대 교수(체육시민연대 고문)도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적인 교육에 소홀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선수들이 지혜롭게 상황들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2번째줄 가운데)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대택 교수는 이러한 것이 타의에 의한 결정이었을 확률이 크다며 선수들의 행동 자체를 비판할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강신욱 교수는 “체육계는 물질만능이나 명예, 승리 지상주의 등에 계속 노출돼 있어 이기고 지는 데만 익숙하다”며 “스스로 운동을 벗어난 가치판단에 약할 수 있다. 학부형들도 선수들의 교육을 강조하면 ‘왜 공부를 시키려고 하느냐. 운동만 잘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도자들도 선수들을 인격체로 바라보고 대하는 것보다 그냥 운동선수로서만 대하는 경향이 있다. 체육계 전체가 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승부조작 등으로 유명 선수들이 한 순간에 명예를 실추하는 것을 보며 이것이 더 큰 위험에 대한 경고 표시는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면서 “운동을 통한 인성 교육도 중요한데 실력만을 강조하는 게 현실이다. 운동만해서 대학에 갈 수 있게끔 한 것도 문제다. 체육특기자를 뽑을 때 실적만 가지고 뽑기보다 내신을 좀 더 많이 반영해서 대학 입학에 반영토록 하는 등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사격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던 이은철 트레저데이터 지사장은 선수들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의 그릇된 의식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선수들이 교육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적다. 시스템적으로 이를 막고 있다. 학습과 선수생활을 병행하겠다던 한 체육인은 국가대표에서 내쳐진 적도 있다”며 최소한의 학습권 보장을 강조했다.

이은철 지사장은 “우리는 늘 문제만 생기면 규제를 통해 해결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의 체계는 유지하되 교육적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선실세 최순실과 김종 전 차관에 의해 그 어느 분야보다 농단이 심한 체육계가 재발 방지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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