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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지동원 골, '임팩트' 하나로 먹고 사는 사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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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지동원 골, '임팩트' 하나로 먹고 사는 사나이라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2.05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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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25)이 골을 폭발했다.

안정환의 이탈리아전 헤딩골,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UFO 슛.

극적인 순간 터진 짜릿한 골, 혹은 슛 자체로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골이 있다. 요새 말로 ‘인생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정환과 카를로스의 이 인생골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지동원은 5일(한국시간) 안방에서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 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오른쪽)이 5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2016~2017 독일 분데스리가 홈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개월여 만에 리그 골을 멋진 골로 완성했다. [사진=아우크스부르크 공식 페이스북 캡처]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지동원이 침착히 슛으로 연결했다. 골문 왼편으로 정확히 향한 공에 상대 골키퍼는 손도 뻗지 못했다.

지동원은 축구팬들의 뇌리에 남는 임팩트가 큰 골을 자주 터뜨리는 공격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지동원이라는 축구선수를 대중적으로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에 패해 이란과 3, 4위전에서 만난 한국은 경기종료를 3분 남기고 2-3으로 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서정진이 크로스를 올렸고 지동원이 높게 솟구쳐 올라 헤딩 슛, 동점골을 터뜨렸다.

홍철의 부상으로 전반 33분 교체 투입됐던 지동원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지동원은 1분 뒤 리플레이를 의심케 하는 헤딩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한국은 4-3으로 이기고 동메달을 수확했다. ‘침대축구’를 펼친 이란을 상대로 한 극적인 역전승이어서 더욱 짜릿했다.

이 지동원 골의 임팩트 때문이었을까. 지동원은 2011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향한다. 행선지는 선덜랜드. 첫 시즌 19경기 2골에 그쳤지만 2골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지동원의 데뷔골은 강호 첼시를 상대로 한 골이었다.

하지만 지동원의 2호골은 더욱 강렬했다. 맨체스터 시티전 후반 교체 투입된 지동원은 후반 추가 시간 침투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치고 결승골을 뽑아낸다. 기쁨에 취한 지동원은 홈팬들을 향해 달려갔고 한 극성팬은 지동원을 껴안고 찐한 입맞춤을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맨시티전 골보다도 국내팬들을 열광케한 지동원 골은 따로 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8강전에서 축구종주국 영국을 만났다. 개최국 영국은 우승을 위해 라이언 긱스를 주장으로 내세워 다니엘 스터리지, 조앨런(이상 리버풀), 아론 램지(아스날) 등 호화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지동원은 전반 28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힘이 실린 공은 골키퍼 잭 버틀랜드의 손을 맞고도 골 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승부차기 끝에 영국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지동원 골의 후광효과는 강렬했고 결국 한국축구는 사상 최초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선덜랜드에서 쉽사리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듬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떠났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동원은 17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부활했다. 특히 리그 최종전 그로이터 퓌르트전에서 2-1로 앞서던 후반 막판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 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선덜랜드에 복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아우쿠스부르크 재임대를 거쳐 2014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유니폼도 입었지만 부진은 계속됐다. 결국 지동원은 지난해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했다.

지난 2시즌 리그에서 지동원은 골이 없었지만 올 시즌은 페이스가 좋다. 리그 2골, 독일축구협회(DFB) 포칼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넣은 1골이 모두 탄성을 자아낼만한 멋진 골이었다. 특히 뮌헨전에서 헛다리 개인기 후 마누엘 노이어를 꼼짝 못하게 만든 왼발 슛은 큰 박수를 받았다.

지동원은 지금까지 ‘임팩트’ 하나로 먹고 사는 선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게 받았다. 꾸준한 활약보다는 특정 경기의 활약 덕분에 이적을 하고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것이었다. 공격수는 강력한 임팩트보다는 골로 증명해야 한다.

욕심쟁이 지동원이 골 사냥로 올 시즌 화려함과 실속을 동시에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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