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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가려진 시간' 강동원 "큰 성공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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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가려진 시간' 강동원 "큰 성공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중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12.07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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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지난달 개봉해 현재 상영중인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흥행'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흥행과 작품성이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가려진 시간'은 독립영화 '잉투기' 등으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어린이였던 주인공이 멈춘 시간 안에서 며칠만에 성인이 돼 돌아왔다는 신선한 이야기와 이를 구현해낸 모양새, 강동원·신은수의 연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해 봐야 할 작품이다.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에서 주인공 '성민' 역을 맡았다. 어린 성민(이효제 분)은 며칠 사이 성인(강동원 분)으로 훌쩍 자라 되돌아온다. 그러나 성민은 어린이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친구 수린(신은수 분)만이 그를 믿는다. 이 독특하고 기묘한 영화는 강동원의 출연으로 한결 더 주목받을 수 있었다.

'가려진 시간' 강동원 인터뷰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동원의 말투는 영화 속 '성민'과 똑같았다. 유머가 묻어있으면서도, 꾸밈없고 단순했다. 뭔가를 설명할 땐 천진한 눈빛으로 큼직한 제스처를 취했다. 엄태화 감독은 "성인이면서도 아이의 느낌을 가진 배우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강동원이 떠올랐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데뷔 때와 변함없는 '소년'같은 외모뿐 아니라 그의 이런 성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가려진 시간'에 대한 강동원의 애정은 무척 커 보였다. 이는 그의 평소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다.

"이건 데뷔 때부터 생각해온 책임감인데요. 큰 성공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요. 어렸을 때도 '퇴마록'처럼 신선한 소재의 영화가 많이 기대되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분들에게도 새로운 영화를 소개해 드리고 싶고, 한국영화에 실망하지 않게끔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 "'가려진 시간', 비현실적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

'가려진 시간'은 이론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을 중심에 놓은 영화다. '말이 되지 않는 이 영화를 어떻게 관객에게 믿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이 어려운 도전에 오히려 강동원은 흥미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특히 멈춰진 세계를 구현해내는 내용에 관심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CG 작업이 중요했다.

"'전우치' 때도 요괴와 싸우는 CG 장면이 있었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제가 휙, 휙(칼을 마구 휘두르는 흉내를 내며) 휘두르는 대로 후반작업이 입혀졌고. 그런데 멈춘 세계를 구현하는 그림은 한국에서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흥미로웠어요. 참여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가려진 시간' 속 멈춰진 세계를 구현하는 데는 강동원의 아이디어가 상당수 반영됐다. 성민이 비누 조각을 깎다, 깎인 비누 부스러기들이 허공에 멈춰 있는 부분이 그 중 한 예다. 이는 세심한 관찰력뿐 아니라, 기계공학을 전공한 강동원의 '과학적' 시선 때문일 것으로 보였다. "만약 영화 속 이야기가 실현된다면, 성민을 믿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강동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 안 믿죠. 과학적인 사람이라(웃음).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니까…. 그래도 증거를 들고 오면 믿지 않을까요? 어떤 분들은 성민의 지문 검사를 해 보라고 하시는데, 제가 영화 속 형사였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 지문 검사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하하."

'가려진 시간' 강동원 인터뷰 [사진=쇼박스 제공]

◆ '가려진 시간' 촬영장 분위기는?

'가려진 시간'의 강동원의 캐스팅에는 이견이 없었다. 성민은 초등학생에서 갑작스럽게 성인의 몸을 갖게 된 인물로, 성인의 외모로 소년의 내면을 갖고 있어야 했다. 또다른 주인공인 올해 나이 15세의 수린(신은수 분)과 마음을 나누고, 어린 성민 역의 이효제와의 싱크로율도 높아야 한다. 

'가려진 시간' 촬영장은 어땠을까? 강동원의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놀랍도록 이효제와 외모적으로 닮아보였는데 관련해 별다른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효제와 연기 관련해서 얘기는 전혀 안 했어요. 효제 연기하는 걸 좀 보긴 했는데 너무 둘이 다르면 안되니까 톤만 보는 정도였어요. 그냥 제가 준비한 대로 쭉 했죠. 촬영장에서 애들이 얘기하는 걸 보긴 했어요. 말투같은 거 보면서 음~(웃음) 하면서 구경했어요. 하하하. 애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들끼리 되게 친하고."

동갑내기인 엄태화 감독과는 스스럼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다만 호흡을 맞추는 신은수는 2002년생으로, 눈높이에 맞는 얘기를 나누기 위해 강동원은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 걸그룹 이름도 검색해 알아보고, 괜스레 장난을 걸기도 했다. 

강동원은 신은수의 연기에 대해 "욕심없고 순수하고, 심플하게 연기해서 좋더라"며 "쑥스러움도 많지만 당차고 어른스럽다. 촬영장 스태프들이 다들 좋아하는 배우였다"며 웃었다.

'가려진 시간' 강동원 인터뷰 [사진=쇼박스 제공]

◆ 강동원의 안목, 그 비결은?

300:1의 경쟁률을 뚫고 수린 역에 발탁된 신은수의 캐스팅에는 강동원의 안목이 영향을 미쳤다. 강동원은 신은수의 사진을 보고 그가 클로즈업에 강할 것 같다며 의견을 냈다. 신은수는 최근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 아역시절을 연기하고,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에 캐스팅되는 등 활발히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등 작품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안목있는 배우'로 떠오른 바 있다. 강동원은 안목, 감각을 갖기 위해 계속해 공부한다고 답했다.

"저를 계속 디벨롭시키려 해요. 공부하고, 전시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엔 패션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그때도 공부가 답이었어요. 집에 관련된 책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스타일리스트가 저희 집에 와보더니 '옷을 잘 입으려면 강동원만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할게' 하더라고요."

지금 강동원의 큰 관심사는 '건축'이다.

"의상에서 가구로, 가구에서 건축으로 관심사가 자연스레 연결되더라고요. 심오하면서도 재밌어요."

이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변화도 생겼다. 강동원은 과거 '신비주의 배우'로 손꼽혔지만, 이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적극적으로 어울리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예전엔 혼자 쌓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면,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때인 것 같아요. 제 고민에 대해 여쭤보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또다른 좋은 분들을 알고 계셔서, 초대를 많이 해 주세요. 그러면 어떤 자리인지 물어보지 않고 곧장 가죠.

돌이켜보면 엄청난 변화네요. 20대 때는 집에만 있거나 소수의 사람만 만났거든요. 혼자 고민도 너무 많았고, 꽁꽁 싸매는 편이었죠. 요즘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오픈하고 사냐'며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예요."

'가려진 시간' 강동원 인터뷰 [사진=쇼박스 제공]

[취재후기] 이런 변화와 함께, '신비주의 연예인'이었던 강동원의 근황을 이젠 보다 수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팬들은 이런 변화에, 과거 신비주의가 더 좋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전하자, 강동원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쾌활하게 웃었다. "뭐… 어쨌든,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죠. 하하하."

명쾌한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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