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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배구' 박미희호의 유쾌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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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배구' 박미희호의 유쾌한 도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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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여우' 박미희 감독 DNA 이식...지난 시즌 흥국생명 승률 0.233 씻을 '대반란' 준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0.233.

그저 그런 야구선수의 타율 같은 이 수치는 지난 시즌 한 V리그 여자 배구단의 승률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7승 23패라는 끔찍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규리그 3연속 우승까지 차지했던 그들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올해는 다르다.

7년간 잡았던 마이크를 내려놓고 지휘봉을 잡은 박미희(51) 감독의 지도 아래 대반란을 꿈꾸고 있다. 지난 7월 프리시즌 무대였던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에서는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준결승에 오르며 이미 가능성을 보였다.

▲ 박미희 감독은 '끈기'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해 말했다. 이른바 '거미 배구'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심산이다. [사진=KOVO 제공]

박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화려한 입담을 뽐냈다. 전직 해설위원답게 취재진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뼈가 담긴 멘트들을 날렸다.

우선 새 시즌 흥국생명 배구를 한 단어로 정의했다. 이른바 ‘거미줄 배구’다.

그는 “흥국생명만 만나면 상대팀이 ‘지겹다’, ‘힘들다’, ‘까다롭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고 싶다”며 “여우같으면서도 빠른 배구를 하는 팀을 꾸리겠다”고 다짐했다. 현역 시절 작은 키(174cm)로도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를 눌러버렸던 ‘코트의 여우’답게 제자들 역시 ‘여우’로 변모해주기를 바랐다.

1년 후에는 “앞자리에 앉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V리그 미디어데이의 앞선 3자리는 지난 시즌 3강이 앉는다. 박 감독은 GS칼텍스 이선구 감독,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KGC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의 자리를 뺏겠다며 은근한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도 세련되게 돌려 전했다. 박 감독은 “‘오늘의 선수’가 많이 뽑혀서 기뻐하는 선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훈 선수가 많으려면 승리는 필수. 박 감독은 자신의 전 직장인 KBS N 스포츠가 매 경기가 끝나면 선정하는 코너에 흥국생명 선수들이 자주 이름을 올리기를 바랐다.

박 감독의 첫 공식 경기였던 지난 7월 22일 KOVO컵 KGC인삼공사전에 3-0 완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흥국생명 프런트가 왜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그를 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한데다 소신이 뚜렷한 박 감독은 패배 의식이 팽배했던 팀을 ‘끈끈한 팀’으로 돌려놨다.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흥국생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고교 최대어’ 이재영을 데려왔다. 현대건설로부터는 김수지를 영입해 센터진을 보강했고 아제르바이젠에서 돌아온 김사니의 반대 급부로 수준급 레프트 신연경도 데려왔다. 리그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 고교 최대어 국가대표 레프트 이재영의 영입은 어떤 파급효과를 몰고 올까. 이재영의 프로 무대 적응 여부에 따라 리그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사진=KOVO 제공]

문제는 신연경과 이재영의 부상 여부다. 신연경은 KOVO컵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고 국가대표 이재영은 지난달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왼쪽 발목이 돌아가 한 달 가량 훈련을 쉬었다. 주전 레프트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시즌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박 감독은 “신연경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재영은 부상에서 회복히 이제 연습한지 사흘 정도가 지났다. 개막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이재영의 경우 우리 팀뿐만 아니라 많은 배구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빨리 복귀해서 뛰어주길 바란다”라며 제자들의 상태를 설명했다.

김연경(페네르바체), 이효희(한국도로공사), 한송이(GS칼텍스), 황연주(현대건설) 등이 함께 뛰며 배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흥국생명은 이제 없다. 이제 ‘야무진 여장부’ 박미희 감독의 지도 하에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내려가야 한다.

‘박미희호’는 내년 봄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흥국생명의 유쾌한 도전, 이번 시즌 여자 배구를 즐기는 관전포인트로 강력 추천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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