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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과 시대](8) 남성 슈퍼모델 1세대, 김재범의 키워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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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과 시대](8) 남성 슈퍼모델 1세대, 김재범의 키워드 '도전'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12.13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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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모델들은 각 시대의 미(美)를 대변한다. 유행과 패션의 최첨단에 서 있는 모델들은 시대가 원하는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표준이 되어 왔다. 따라서 모델계 역사의 흐름은 미의 흐름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Q는 김동수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한국 모델사를 이끌어 온, 혹은 앞으로 이끌어갈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김동수는 대표적인 1세대 해외파 모델로, 현재 동덕여대 모델과 교수이자 모델학회장으로서 한국 모델계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포츠Q(큐) 글 주한별 · 사진 이상민 기자] '슈퍼모델'이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단어였다. 최근에는 남성모델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남성모델들이 스타성이 인정받고 있지만 90년대 초반 시작된 '슈퍼모델 대회'는 오직 여성부만 있었다.

김재범은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선발된 '첫' 남성 슈퍼모델이다.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2011년부터 남성 모델을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이후 남성모델들 역시 슈퍼모델로 선발된다. 남성 슈퍼모델 1세대에 김재범은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 교사 지망생에서 모델이 되기까지

김재범 교수는 순천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최근 모델들은 10대 시절부터 철저한 교육을 통해 양성된다. 그러나 김재범은 모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일명 '촌사람'이었다. 순천에서 스무 살 까지 순천에서만 살아왔던 김재범이 '모델'이란 화려한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뭘까?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에요.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랐죠. 스무 살 때 대학도 순천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저는 당시 순천에서만 지내 와서 모델, 이런 건 잘 몰랐어요. 서울에서 순천으로 온 친구가 절 보고 "넌 모델하면 좋겠다"고 해서 모델에 대해 알게 됐죠."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김재범의 용기와 결단력은 남달랐다. 그는 교사의 꿈을 접고 대학에 휴학계를 낸 뒤 곧바로 상경한다.

"그때의 저는 속된 말로 미쳤던 것 같아요. 서울에 그저 무작정 올라왔죠. 하지만 서울에 올라와보니 집도, 돈도 없었던 거예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죠. 집에서 모델 일에 대한 반대가 심해서, 집안 분들은 제가 모델이 되려고 서울에 왔다는 걸 몰랐어요."

김재범은 '모델'에 대한 열망 하나로 힘든 서울살이를 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나중에는 희망이 없어졌어요. '여기서 돈이나 벌다 군대에 가자'고도 생각했죠. 그런데, 지하철에서 모델 학원 명함을 받게 된 거예요. 그래서 12시간씩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학원을 가면서 배웠어요."

김재범의 모델 재능은 남달랐다. 서울에 상경한지 1년 만에 그는 컬렉션에 서는 모델이 된다.

"스물 한 살 때 컬렉션을 하게 됐었어요. 운이 좋았는지 일도 많아 이전보다 먹고 살만은 했죠. 아버지에게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했어요. 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 너무 좋았어요."

◆ 김재범의 모델로서의 강점? '성실함'과 '열린 마음'

김재범은 모델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오픈마인드'를 꼽았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순천에서 상경한 청년, 김재범이 빠른 시일 내에 모델로 성공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범은 '성실함'과 '열린 마음'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저희 아버지가 엄하세요. 그러다보니 어른들에게 예의범절 지키기, 시간 약속 지키기 든 기본예절에 대해 엄격하게 교육받았어요. 그게 성실함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김재범은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점으로 '오픈 마인드'를 꼽았다.

"모델은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워킹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받아들여 타인의 장점을 흡수해야 하죠. 제가 배움이 빨랐던 이유가 그래서일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것을 다 흡수해서 내 걸로 만들자는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지 돌발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델이 될 수 있어요."

◆ 슈퍼모델 선발대회, "가장 절실했던 순간"

김재범은 201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남성모델 최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 뒤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준비 과정은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군대를 갔다 온 상태라 대회에 나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저는 그 당시 모델일을 포기하고 순천 내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그런 생각까지 했었죠. 당시 몸무게는 90kg이었어요."

그러나 악재에도 불구, 김재범은 자신의 장기인 '성실함'과 '오픈마인드'로 위기를 극복해 낸다.

김재범은 아르바이트와 '슈퍼모델 선발대회 준비'를 병행하는 치열한 노력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맨 처음에는 본선까지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을 빼기 위해 매일 세 시간을 뛰었죠. 돈을 벌어야 하니까 밤에는 동대문에서 짬뽕배달을 했어요. 짬뽕배달도 걸어서 했어요. 살을 빼기 위해서요."

결국 김재범은 노력에 힘입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당시 김재범은 어린 모델도 아니었고, 탁월하게 좋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김재범은 특별한 '마인드 컨트롤'로 열등감을 극복했다.

"나이도 어리고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모델은 몸으로 하지만 몸을 지배하는 건 두뇌다'라구요. 절실하고, 그만큼 열심히 했죠. 가장 절실했던 인생의 추억이에요."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무대를 보기 위해 김재범의 가족들 모두가 순천에서 올라왔다. 김재범은 우승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를 회상했다.

"운동선수들이 하는 세리머니, 그런 걸 제가 했더라고요. 부모님에게 제 성취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어요. 할머니가 대회 2년 전엔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가 하늘에서 주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죠."

김재범은 '슈퍼모델 선발대회' 이후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김재범에게 방송 출연은 자신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해주는 계기였다.

"당시 SBS '잘 먹고 잘사는 법'이란 프로그램을 김혜영 선생님과 1년 동안 했었어요. 방송일은 재밌었지만 모델일이 바빠져 포기해야만 했죠. 이후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모델 일 말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죠. 그때 제가 20살 때 가졌던 꿈인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다행히 모델일을 하다보니 학교에서 연락이 오고,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 교육자 김재범 "모델은 청춘을 파는 직업, 학생들에게 노력 강조"

김재범은 제자이자 후배인 모델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재범은 현재 호서예술전문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재범은 "교육자로서 느끼는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모델 산업이 성장하니 모델 출신 연기자들도 생겨요. 그러니 모델 지망생들도 많죠. 하지만 모든 지망생들이 모델이 되는 건 아녜요. 열심히 하는 원석들 한, 두 명이 모델로 성공할 수 있죠."

김재범은 잔인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학생들에게 직시하도록 하는 것도 교육자의 의무라고 이야기했다. 

"모델은 청춘을 파는 직업이고, 그런 만큼 너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줘요. 모델은 몸을 쓰는 직업이지만 몸은 뇌로 움직이죠. 분석하고 파악하는 모델이 되라고 조언하죠. 물론 제가 말해도 아이들은 잘 안 들어요.(웃음)"

최근 모델 지망생들이 가지는 문제는 무엇일까? 김재범 교수는 "노력은 않고 욕심이 많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욕심이 많으면 노력도 함께 많아야 성취를 할 수 있죠. 모델은 자기 색깔 싸움이에요. 염색이 필요하면 하고, 성형이 필요하면 해야 하죠. 자신의 매력을 가다듬고 개성을 만들어야 해요."

◆ 김재범의 목표는? "모델 교육자로서 최고 되고 싶어"

김재범은 "교육자로 최고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재범은 과거 모델에 도전했던 20대 초반 시절처럼 이 악물고 교육자로서의 삶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제게 이제 남은 건 교육자로서의 목표죠. 모델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교육 전문인으로서 방송을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김재범은 닮고 싶은 모델로 모델 천진호를 꼽았다. 

김재범은 자신이 존경하는 모델로 천진호를 꼽기도 했다. 김재범은 "인간 자체가 멋있는 선배다"라며 천진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기 관리가 엄청나요. 저런 선배가 되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모델은 오래 하기 힘들다는 이미지가 있는 직업이잖아요? 근데 진호 형 같은 경우는 해외 무대에 진출에서 스스로 변화에 적응했어요. 쉽지 않은 일이죠."

김재범은 이제 곧 시작되는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전문인으로 참여한다는 김재범은 다시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참여한다면 주저 않고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젊으면, 또 기회가 있다면 나갈 것 같아요. 그때와 똑같이 열심히 하겠죠. 제 인생에 있어서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전환점이었어요. 그래서 제 인생의 추억이죠. 입상 이후 따라오는 것들도 많았구요."

◆김 재범 이력
2011년 제 20회 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
2012년 제7회 아시아 모델상 시상식 슈퍼모델상
現 호서예술전문학교 교수

[취재후기] 김재범 교수와의 인터뷰는 호서예술전문대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강의실까지 가는 도중 많은 제자들이 김재범 교수와 살갑게 인사를 나눴다. 제자들을 마치 친한 친구처럼 대하는 김재범 교수의 모습에서 그의 남다른 '제자 사랑'이 여실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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