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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진단] 최순실-김종 유탄 맞은 스포츠산업계,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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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진단] 최순실-김종 유탄 맞은 스포츠산업계, '울고 싶어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12.1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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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김종 예산' 감액... 대학원생 "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 볼멘소리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김종 관련 사업이요? 문체부에서 죄다 잘리는 거죠 뭐."

스포츠산업 실무자의 깊은 한숨이다.

이른바 ‘김종 예산’이 줄줄이 깎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대통령’으로 3년간 군림해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스포츠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는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창조경제'를 떠받치는 하나의 키워드로 떠오르더니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지는 현 시국에서는 ‘비리의 온상’ 쯤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예산 감축 등 불길한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야말로 울고 싶은 스포츠산업계다.

▲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사진=뉴시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던 김종 전 차관이 2013년 10월 문체부 차관으로 부임했을 때 국내 스포츠산업계 안팎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실제 김종 전 차관은 “2015년 41조원인 스포츠산업 시장규모를 2018년까지 53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2014년 195억 원이던 스포츠산업 관련 정부 예산이 2015년 633억 원, 2016년 1026억 원으로 대약진했다. 스포츠가 비로소 산업이 됐다고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포츠산업계의 전문가가 되겠다며 이 분야를 전공하는 이들도 늘었고 여기서 평생 직업을 찾겠다며 꿈을 키우던 취업 준비생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한데 ‘사상누각’이었다.

알고 보니 김종 전 차관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이권을 챙겨주는 창구 역할은 물론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보호해주는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최순실 조카인 장시호 등에게 ‘판다’ 아저씨로 불렸다는 김종 전 차관은 권력에 봉사했다. 고영태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처럼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의 '수행비서'나 다름없었다. 그가 기치로 내건 스포츠산업 발전도 도매금으로 넘어갔다.

▲ 스포츠산업계는 김종 전 차관의 전횡으로 쑥대밭이 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정재용 KBS 기자(왼쪽부터), 한남희 고려대 교수,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사진=스포츠Q DB]

문체부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한 ‘문제 사업 점검 및 조치계획’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산업펀드 조성지원 예산은 기존 3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스포츠산업 잡페어 예산은 기존 4억 원에서 2억 원으로 각각 감액됐다. 두 사업 모두 내년을 외연 확대 원년으로 삼았지만 올해와 동결 수준에 머물러 맥이 빠졌다.

연간 7000만원을 배정받았던 정기 스포츠산업포럼 예산도 내년부터 국고 지원이 끊길 참이다. 학계, 현장 실무자, 기업인들이 매달 머리를 맞대고 비전을 논했던, 107회 역사의 ‘스포츠산업 싱크탱크’가 존폐의 기로에 선 것.

한국스포츠산업협회 관계자는 “포럼의 규모가 크게 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뒤 “존속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 중”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의 스포츠산업대학원에 재학 중인 A 씨는 “김종 전 차관이 한 만행을 보고 대중들이 체육계를 나쁘게 여길 텐데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 게 뻔하지 않겠느냐”며 “구단이나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이고 스폰서십을 고려했던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당분간 안 할 것이라고 본다”고 울상을 지었다.

▲ 스포츠산업 잡페어 예산은 기존 4억 원에서 2억 원으로 감액됐다. [사진=스포츠Q DB]

일자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15년 청년 취업률은 고작 26.9%. 고학력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 즉, 학력은 높은데 학업이나 취업, 직업훈련 어느 것도 하지 않는 이들 비중이 무려 42.5%에 달한다.

“일할 곳이 없다”는 아우성이 더 큰 곳이 스포츠업계다. 매년 개최되는 스포츠산업 잡페어를 찾은 구직자 2만여 명 중 상당수가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창조경제를 주창한 박근혜 정부의 방침에 따라 김종 전 차관이 드라이브를 걸어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이젠 그 희망도 사라져 버리는 듯해 스포츠산업 ‘취준생’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수도권 대학 체육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B 씨는 “기업 운영에 있어 인건비야말로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채용 공고나 나올까 싶다”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워낙 베일에 싸여 있는 분야이다 보니 그나마 인턴십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예산 감액으로 그런 기회들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2000년 5월 스포츠산업육성 기본계획 수립으로 닻을 올린, 험난했던 16년 스포츠산업 역사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 2015년 3월 제88회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는 김종 전 차관. 스포츠산업펀드 예산도 4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줄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전문가들은 "이제 막 물꼬를 튼 스포츠산업 육성 기조가 최순실 국정농단, 김종 전횡으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악습을 털고 초심을 되찾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스포츠사회학장을 맡고 있는 박진경 가톨릭관광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스포츠산업의 가치를 냉철히 돌아보고 다시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주임교수 역시 “최순실 게이트로 스포츠산업이 정책 집행의 방향성과 미래 비전을 잃었지만 이를 다시 비상할 계기로 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 전 차관의 추락으로 덩달아 벼랑 끝에 몰린 스포츠산업, 이제는 남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자생’의 길을 절실하게 찾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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