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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미래가치 그리는 스포츠산업, '자생력 키우고 틀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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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미래가치 그리는 스포츠산업, '자생력 키우고 틀을 깨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2.13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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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경기력 향상 위해 '스포츠 FTA' 제시, 구단 개인 운영 구조개선 제안도

[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손흥민의 환상 발리슛이, 박태환의 세계선수권 3관왕 부활이 실시간 검색어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도 스포츠는 이미 우리의 삶의 일부가 돼있다.

문제는 전체 스포츠의 발전 방향이 이렇듯 훌륭한 성적을 거두는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만을 중심으로 흘러왔다는 것.

지난 3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하는 대한체육회가 새로 출범하며 한국 체육도 스포츠 자체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왼쪽에서 3번째)가 13일 2016 대한민국 스포츠 비전 콘퍼런스 종합 토론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 주형욱 게임원커뮤니케이션스 대표, 홍 대표,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

이러한 흐름 속에 13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는 동아일보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최하고 스포츠엑스컴이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2016 대한민국 스포츠 비전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스포츠 관련 산학계의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선 가운데 청중 300여 명이 자리를 메워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프로스포츠의 활성화와 스포츠 신시장의 진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 NBA-EPL의 위협, 한국 프로스포츠가 살길은?

기조발표를 맡은 김영기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총재는 “KBL 시장규모는 NBA(미국프로농구)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이라며 “포브스에 따르면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19억 달러(2조2201억 원)의 가치가 있다. 게다가 연간 54%씩 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아시아 스포츠 시장은 잠자고 있다. 모기업으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하며 모기업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팬들은 NBA와 KBL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과 한국프로축구 K리그를 비교하는 상황이지만 경기력이 좋으면 자연히 수요는 커지기 마련”이라며 경기 품질 향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김영기 총재는 ‘스포츠 FTA(자유무역협정)’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총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단일 시장을 형성한다면 폭발적인 동반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도 그렇게 시장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총재는 이외에도 스포츠클럽을 통해서도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어야 한국 스포츠에 비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 김영기 프로농구연맹 총재가 13일 2016 대한민국 스포츠 비전 콘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전용배 단국대 교수는 프로스포츠의 작은 시장 규모에 동감하며 “한국 프로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다. 절박한 사람들이 구단을 운영해 재정 건전성을 키웠다”며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운영권이 돌아가야 한다. 대기업이 돈이 되지 않는 구단의 인원을 충원할 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업 규모가 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우 직원이 34~35명인 반면 재정적 상황이 비교적 열악한 넥센과 NC다이노스는 58~60명에 이른다”며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구단의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용배 교수는 리그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통합마케팅’을 소개했다. 선수 관리와 계약, 스폰서십, 방송중계권 등에 대해 통합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이런 시스템으로 비용절감, 수익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로스포츠의 해외 일자리에 대해 발표를 맡은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축구의 경우 최근 많은 선수들이 해외 무대로 진출하고 있고 중국슈퍼리그로는 지도자들도 진출하고 있어 이로 인해 에이전트, 통역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전했다.

조연상 사무국장은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개인 역량에 의한 것, 운도 따라야 한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고품질 중계와 데이터 분석 기술, 중계권 판매와 통합 마케팅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을 살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틀에 박힌 길은 그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

‘참여스포츠의 시장 확대’로 주제발표에 나선 주형욱 게임원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펀(FUN)’, ‘플랫폼’, ‘콘텐츠’ 세 단어를 키워드로 꼽았다

게임원은 동호인 야구대회의 기록을 제공하며 이를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동호인 선수들이 한 플랫폼에서 자신과 팀원들의 기록(콘텐츠)을 체크함으로써 더욱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구조다.

▲ 스포츠 비전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 주형욱 게임원커뮤니케이션스 대표,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 전용배 단국대 교수,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나경원 국회의원,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 김영기 프로농구연맹 총재,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노웅래 국회의원., 박영옥 스포츠개발원장.

주형욱 대표는 “나아가 실시간 영상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기록원이 한 타석의 결과를 입력함과 동시에 해당 타석의 결과를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며 “영상 사업이 시작되면 소액의 시청료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 가지 스포츠 콘텐츠를 담은 복합 스포츠시설을 운영하는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산업의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곤 하는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며 “약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몬스터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다양한 스포츠클럽을 통해 ‘어른들의 놀이터’를 지향한다. 홍성욱 대표는 “우리의 가장 큰 수익 모델은 티켓이다. 처음 3, 4만원을 지출할 때는 아깝다는 생각들을 하지만 막상 경험을 한 고객들은 SNS 등을 통해 만족감을 표시한다”며 “이에 대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것도 스포츠 산업의 과제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 번도 기대치 이하의 수익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미래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전문 인력의 해외진출 비전을 제시했다. 김중헌 사무총장은 “해외진출의 성공을 위해서는 비자와 영주권 획득, 전문성 보유 등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를 버텨낼 수 있는 헝그리 정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퍼주기식 지원을 통해 화초처럼 키워서는 성공할 수 없다. 생존 자생력을 확보해 잡초처럼 자라나도록 해야 한다”며 “‘잘 키운 사범 하나, 열 외교관 역할 한다’고 생각한다. 역경을 이겨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가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취재 후기]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CU@K리그’를 외쳤지만 그 열기는 결국 K리그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팬들의 부족한 열정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 이는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눈앞에 성과만을 바라보는 구단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산업도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뻔한 틀 안에서 당장 돈이 되는 것만을 찾으려는 태도로 일관한 경우가 많았다. 프로스포츠의 선진화와 스포츠 산업의 도약을 위해 이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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