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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인물] 박보검 매력 탐구, 선한 얼굴 속 숨은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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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인물] 박보검 매력 탐구, 선한 얼굴 속 숨은 심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12.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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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취재진과 배우들이 마주앉은 KBS 2TV '너를 기억해' 제작발표회 라운드 인터뷰. 눈이 마주친 박보검(23)이 아, 하더니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평소 인터뷰를 하며 인터뷰이의 기억에 남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일정을 소화하는 배우들에게 기억되기는 힘들 테니까. 그러니 '내일도 칸타빌레' 인터뷰 후 반 년 만에 만난 박보검의 눈썰미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야 박보검이 평소 기자들이며 스태프들을 기억하려 애쓴다는 것을 전해 듣게 됐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는 박보검의 섬세한 성격을 설명해준다. 

박보검 [사진= 스포츠Q DB]

"박보검은 착한 척하는 게 아니라, 뼛속부터 착한 유전자가 있다."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 함께 출연한 박철민은 박보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배우, 스태프 등 수많은 동료들이 전한 '미담'을 요약하면 위와 같은 문장이 될 것이다.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깍듯이 예의를 지키는데, 이는 꾸며내지 않은 배우 본연의 모습이란 것.

박보검의 '고운 심성'은 이미 유명하다. tvN '꽃보다 청춘'에서 차에 들이닥쳐 '납치'해 가는 제작진에게 "차가 좁아서 죄송하다"며 오히려 미안해하고, 인파로 어지러운 공항에서 팬의 휴대전화를 주워주고, 팬이 건네는 선물에 미안해 울상을 짓곤 하는 남자. 바쁜 스케줄로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상냥함. 비현실적일 만큼 반듯하고 선한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박보검이 스타로 떠오르게 된 작품은 tvN '응답하라1988'과 '구르미 그린 달빛' 두 편이다. 드라마의 인기가 배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응답하라'는 국민적 인기를 얻은 시리즈이고, '구르미 그린 달빛' 속 효명세자의 매력은 대단했으니. 

게다가 연예인의 각종 에피소드가 그의 인성을 결정하는 '웃픈' 시대에, 미담밖에 들려오지 않는 배우에게 호감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박보검의 '신드롬 급 인기'에는 성공한 작품 속 착한 배우가 사랑받는 것을 넘은 특별함이 있다. 20대 남자 배우의 팬 타깃 층을 넘어 남녀노소의 호감을 얻고 있고, 팬 사인회에 5000명의 팬이 모일 만큼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된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진=스포츠Q DB]

"따뜻한 심성과 대장부다운 기백이 넘치는 영락없는 성군의 상".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관상가는 어린 이영의 관상을 이렇게 평한다. 이는 배우 박보검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는 표현이다. 외유내강,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나 속은 단단하고 곧은 성미를 지닌 배우라는 것.

박보검에게 으레 '착한 배우'란 표현이 붙지만, 그를 '착해빠졌다'고 보는 건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친절과 배려가 묻어있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천진하다'보다는 '사려 깊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모여든 팬들로 공항 펜스가 무너진 이후 조심하게 됐다는 박보검은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지만, 사고가 생기거나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진다"고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풀어냈다. 

바쁜 일정에도 촬영장 다른 스태프들을 도운 것에 대해선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쓰시는지 아니까 저절로 감사하게 된다"며 담담히 답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수룩함이 아닌,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에서 오는 진심어린 사고와 행동들이다.

이런 박보검의 모습은 올해 연기한 작품 속 캐릭터들과도 상당히 닮아있다. '응답하라1988'의 최택은 바둑 외에는 모든 일에 서툴러 친구들의 챙김을 받지만, 동시에 고독한 승부를 펼치는 바둑천재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은 천방지축으로만 보이지만 불안한 궁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내야만 하는 힘겨운 인물이었다. 

시대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을 꿰뚫는 키워드는 '외유내강'. 박보검이 이를 소화해낸 데는 탁월한 연기력 외에도 본연의 모습이 상당수 반영됐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스포츠Q DB]

흥미로운 점은, 박보검의 외모에서도 이 외유내강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동그란 눈망울과 양 끝이 위로 올라간 듯 귀엽게 다물린 입매에선 소년의 싱그러움이 느껴지지만, 오똑한 코와 날렵한 턱 선이 만드는 단단하고 굳센 느낌은 그를 마냥 어리게만 보이지 않게 한다. 

한없이 선하고 물러 보이지만 '착해빠지지' 않은 현명함, 부드럽고 여려 보이지만 반듯하고 믿음직한 성미. 

그래서 박보검에게 가는 호감의 정체는 애정뿐 아니라 신뢰에 가깝다. 박보검이 데뷔 직후 떠오른 스타가 아닌, 2011년 연기를 시작해 한결같은 행보를 밟아 왔다는 점은 이 신뢰를 더욱 쌓아올린다.

'박보검 신드롬'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신드롬'은 본래 병적 증후군을 뜻한다. 전염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심한 중독 증세를 보이지만, 쉽게 사그라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유행처럼 누구나 빠져들었다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증세.

박보검의 기사를 쓰다, 망설이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신드롬'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증세라면 과연 박보검에 대한 신뢰를 '박보검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찬찬히 결을 쌓아올린 박보검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쉽게 식지 않을 터라, 그 유효기간을 정하기는 망설여지는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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