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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Q] 박보검 송중기가 김유정 송혜교보다 잘 나가는 까닭은? (박영웅의 드라마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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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Q] 박보검 송중기가 김유정 송혜교보다 잘 나가는 까닭은? (박영웅의 드라마Q)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6.12.2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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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선 남자와 여자 배우 주인공 중 누가 더 중요할까?

[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알쏭달쏭한 질문 하나. 드라마 흥행을 위해 송중기 박보검처럼 미남의 남자배우가 도움이 될까 아니면 송혜교 김유정처럼 아름답고 귀여운 여자배우가 이로울까?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남녀배우의 케미 폭발이라는 것을 놓고 볼 때 다소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드라마 제작의 현주소를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보고자 한다면 그 답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성마른 독자들을 위해 미리 답을 공개한다면 요즘은 남자배우 주인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드라마 현장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왼쪽부터 배우 송중기 박보검 [사진=스포츠Q DB]

예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드라마 시장에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던 채시라, 김희애, 故 최진실 등 여배우들의 존재감이 빛났다. 이들은 시청률은 물론이고 모든 이슈를 생산, 장악하며 드라마를 주도하는 인기배우로 군림했다. '어떤 남자 배우를 데려다 놔도 이들의 저력을 당해낼 길은 없다'는 농담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등장한 인기드라마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질 않고 있다. 비록 최지우, 송혜교, 전지현, 김태희 등이 큰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현재 이들은 '주도자'라기 보다는 남성 배우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올해 드라마에서도 그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2016년 상반기 최고 인기드라마로 꼽히는 '태양의 후예'. 이 작품은 군 제대 후 재기를 꿈꾸던 송중기라는 배우를 한류스타로 만들었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방영 전에는 송중기가 한류스타 송혜교의 인기에 눌려 아무런 이슈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가 종영하자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모든 이슈와 인기의 중심에 서있는 배우는 송중기였다.

하반기 히트 드라마인 '구르미 그린 달빛'의 경우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극의 남녀주인공을 맡은 박보검과 김유정은 국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배우로 당연히 이번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신예 남녀 한류스타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재 톱스타로서 영향력과 폭발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은 박보검뿐이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달라진 남자배우들의 위상,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요인. 1 '드라마 투자 자본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이 같은 '남자배우의 인기주도' 현상은 비단 두 작품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중반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기점으로 송승헌, 김수현, 이민호 등이 연기 했던 드라마들이 모두 같은 양상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류 시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사’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들어낸 박찬율 감독은 "90년대 초반까지 한국드라마 시장에서는 채시라, 최진실, 김희애 등 톱 여배우들이 극을 주도하며 국민적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왔다"고 밝힌 뒤 “하지만 요즘 중국과 일본의 자본이 국내 드라마 시장에 투입되면서 대부분 여성인 한류 팬이 원하는 스타를 찾게 됐다. 실제 현장에서도 남성배우들을 먼저 생각하고 이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자본의 '해외투자 한류 배우 리스트'만 보더라도 10명 중 80% 이상이 남자배우"라고 분석했다. 

과거 80~90년대는 한류라는 것 자체가 없었으므로 국내 시청자들만을 위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며느리나 엄마 등 사회적 고난을 이겨내는 여성 이야기를 다룬 '여성 중심 생활형 작품'들이 많이 제작됐다. 당연히 여배우들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한류 열풍이 불자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시장을 노리게 됐고 특히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드라마를 제작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결국 드라마 성공 또는 흥행 방정식 또한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사진=스포츠Q DB]

◆경제적 요인.2 드라마 주 시청자인 여성들은 멜로를 좋아해

요즘 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전쟁' 수준을 방불케 한다. 더욱이 드라마에 투자되는 자본까지 커지면서 각 방송사는 시청률 사냥을 위해 드라마 주 시청자인 '여성공략‘에 발 벗고 나섰다.

방송사들이 여성 시청자 층 공략을 위해 내세운 하나의 전략은 멜로 소재의 드라마 제작이다. 결국 TV 속 드라마 대부분이 멜로 소재로 채워지면서 여성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남자배우의 중요성은 더욱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크게 히트하는 드라마 대부분은 멜로드라마다. 이것은 드라마 시청자 다수가 여성시청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당연히 여성들이 많이 보는 멜로드라마에서는 남자배우들이 극의 주요 포인트다. 자연히 멋있는 남자배우들이 더욱 주목받고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여성 중심의 한류 팬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드라마를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구매력도 높은 여성 시청자를 위해 남자배우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사진=스포츠Q DB]

◆사회적 요인 '힘겨운 시대일수록 남성이 주목받는다'

그밖에 드라마의 남자배우 주도현상은 고단한 현실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여전히 우리나라 사회는 여성이 제도적으로 성장은 했지만 (남성보다) 사회적으로는 주목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사회가 팍팍하고 덩달아 미래가 불안해지는 분위기까지 확대되면서 여성들은 남성에게 의지하려는 심리가 커질 수 있는데 방송은 이에 맞춰 강한 남자, 재력 있는 남자, 능력 있는 남자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남성 주도 드라마'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이 더 중요하고 더 잘 나가는 시대 상황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 지는 여전히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드라마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 역학 구도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박영웅 드라마/밴드 전문기자의 드라마와 관련한 소식은 '박영웅의 드라마Q' 분석Q, 초점Q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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