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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팔아야 산다' 강원FC-언더아머 CEO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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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팔아야 산다' 강원FC-언더아머 CEO의 공통점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12.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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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머스 컨퍼런스] 세일즈 주제로 성료,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 "영업은 고급과정"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팔 줄 아는 자, 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한국 스포츠산업은 그간 받아먹는 데 익숙했다. 구단은 모기업이, 협회·연맹은 정부가 내려주는 예산대로 지침대로 시키는대로 주로 일했다. 이젠 바뀔 때다. 직접 팔아야 한다. 세일즈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자 스포츠의 자생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가 16일 서울 양재 더케이 호텔에서 개최한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 Ⅲ(The Next Sport Agenda Ⅲ) 디머스 국제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최고의 스포츠 세일즈맨들이 출동, 파는 행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더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 컨퍼런스가 16일 서울 양재 더케이 호텔에서 개최됐다. [사진=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제공]

디자인(Design),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세일즈(Sales) 즉, ‘디머스’가 스포츠산업의 향후 20년을 책임질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하는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장은 “한국에는 스포츠 상품을 팔아본 사람이 없다”고 자리를 마련한 의의를 설명했다.

프로축구단 강원FC와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코리아의 수장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최근 스포츠산업계의 가장 핫한 기업으로 떠오른 두 곳의 공통점은 최고경영자(CEO)가 못 파는 것이 없는 ‘영업왕’ 이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 보험왕에서 강원FC 대표이사까지, 조태룡 “영업은 고급 비즈니스”

“우리나라는 영업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영업은 가장 수준 높은 비즈니스거든요. 뇌 근처에 주요 감각기관을 활용, 상대방을 설득해 납득을 받는 과정이잖아요. 가장 고급 아니겠습니까.”

최근 이근호, 오범석, 문창진 등 스타들을 폭풍 영입하며 K리그의 이슈를 독점하고 있는 시민축구단 강원FC의 수장 조태룡 대표이사는 “앉아서 기획, 전략을 짜는 게 마케팅이 아니다”라며 “상대가 밖으로 나와 악수하게끔 하는 과정”이라고 세일즈를 정의했다.

조태룡 대표는 금속공학과 출신임에도 푸르덴셜,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 대기업에서 ‘보험왕’에 올랐다. 그는 “자연공학을 공부한 나는 1+1을 2로 알고 살았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아니었지만 내가 가진 욕망에 도전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점장, 권역장을 거친 조 대표의 다음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야구단 넥센 히어로즈 단장이었다. 재벌이 운영하는 구단이 절대 다수인 KBO리그에서 넥센은 ‘영엽왕’의 노하우를 발판삼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는 한국형 스포츠산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는 "영업은 비즈니스 중 가장 고급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제공]

고척 스카이돔으로 입성한 첫 해인 2016년, 조태룡 대표는 단장직을 버리고 강릉으로 향했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스포츠를 구현하는 꿈을 꿨다”는 조 대표는 “콘텐츠 제작자, 오프라인 게임 제작자로 강원FC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조태룡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거울을 보고 스스로와 눈을 맞추고 ‘너는 행복하다. 잘 될 수 있다’는 대화를 하기 바란다”며 “많은 경험을 통해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세일즈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데이비드 송, “언더아머가 나이키를 위협하는 비결은...”

나이키를 위협하는 스포츠브랜드가 있다. 한국 팬들에겐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의 유니폼 스폰서십으로 잘 알려진 언더아머다. 데이비드 송(송호섭) 언더아머 코리아 대표이사는 나이키, 랑콤, 알러갠, 더블A, 바이오스틸, 스페셜라이즈드 등을 거쳤다.

스포츠용품, 화장품, 제약, 복사용지, 기능성 음료, 자전거까지. 안 팔아본 것이 없는 송 대표는 “나는 20개 지역에 살았고 9개 회사서 19개의 직무를 거쳤다. 15개 종목에 관심 있고 직접 운동한다”며 “세일즈에는 공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중 대다수가 대학생인 점을 고려해 송 대표는 개인적인 스토리를 주로 예를 들면서 “본인의 이력서에 무엇을 집어넣을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라. 나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생각해 본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라. 나는 그 길을 택했다”고 조언했다.

언더아머는 2014년 미국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제쳤고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39억6000만 달러(4조6150억원)를 달성했다. 26분기 연속 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 데이비드 송 언더아머 코리아 대표이사는 많은 것을 팔아 본 화려한 경력을 소개하며 언더아머의 전략을 소개했다. [사진=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제공]

송 대표는 언더아마의 도약 비결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자는 전략이 주효했다”며 “유통망을 새롭게 다지고 스포츠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을 정도로 다르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더아머가 보유한 슈퍼스타 미국프로농구(NBA)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메이저리그(MLB)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미국프로골프(PGA) 조던 스피스는 경쟁사 모델들에 비해 확실히 대중에 다가서는 친근한 느낌을 준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훌륭한 선수들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걸 크게 보여주자’는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소통의 시대에서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우리의 슬로건 ‘I will’은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의지”라고 덧붙였다.

[취재 후기] 컨퍼런스 종료 후에도 행사장은 북적였다. 강원FC와 언더아머 CEO들과 가까이서 한마디라도 나눠보기 위해 줄을 선 대학생들만 한참이었다. 세일즈는 대면으로 시작된다. 스포츠산업 오피니언 리더들과 호흡하려는 열정이 보기 좋았다. 조만간 이들이 한국 스포츠산업을 이끌어갈 역군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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