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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팀의 반란은 8강서 끝, 그러나 "정말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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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팀의 반란은 8강서 끝, 그러나 "정말 많이 배웠다"
  • 김종빈 편집위원
  • 승인 2014.10.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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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U9 전국 아이스하키 대회② 두 번째, 세 번째 경기

[스포츠Q 김종빈 편집위원] 제1회 U9 전국 아이스하키 대회가 지난달 수원 탑동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U9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경기로, 토너먼트 방식이다.

우리 팀은 작년보다 저학년부의 전력이 강하지 않았지만, 여름합숙을 비롯해 열심히 훈련을 했으니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여 참가를 결정했다.

일요일 첫 경기에서 서울시 우승팀을 이긴 우리팀은 짜릿했던 승리의 기분을 가라앉히고 두 번째 게임을 위해 다시 수원으로 향했다.

이날은 이틀 전보다 조금 쉬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여, 전날 뛰지 못했던 선수들 위주로 조편성을 했다. 지난 경기에서 하지 못했던 전술을 몇 가지 사용하여 보기로 했다.

코치에게 선수들을 데리고 가서 몸을 풀도록 한 뒤 장비착용 후 경기에 임했다.

약팀과 경기하기 전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유 

 

내가 운동할 때 생각나는 기억은 약팀과 할 때 설렁설렁 경기하다 상무팀 감독으로 계셨던 변선욱 선생님께 매번 혼난 기억이 있다. 선생님께서 야단을 친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다음날 강팀과 경기하기 전 정신무장을 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일요일 게임에서는 편하게 대해 줬고, 이날 경기는 긴장을 풀지 못하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처음 시작부터 주력선수 2명을 빼고, 수비수 위치에 내년 수비를 해야 할 선수를 뛰게 했다. 공격수로 1학년 두 명과 3학년 한 명을 선발로 내보냈다. 예상대로 상대팀에 급격한 전력 상승이 있지 않아, 주력선수 없이 골도 넣고 재미있게 시합을 했다.

일요일에 시합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신나게 경기를 했다. 상대가 따라 붙을 때쯤 주력선수를 넣어 점수차를 유지시키는 운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모든 선수들이 즐겁게 경기를 해서 내 마음도 편했다. 한편으로는 생활체육인데, 성적에 급급해 일요일 경기에 주력선수만으로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 자책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경기는 8강전이었다. 전국에 초등학교 클럽이 50여개 있는데, 여기까지 올라 온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이날 맞붙는 팀은 분당에서 운동하는 팀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외국인학교 학생이다. 외국인학교 학생들은 중, 고등학교 때 미국 유학을 가서 기숙사학교에 들어갈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클럽운동 이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개인레슨을 2~3회 정도 받아 많게는 주에 5~6회 정도 운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대회는 분당 소재의 클럽들이 우승하고 있다. 우리 팀의 경우 클럽운동 이외에 개인레슨을 하는 학생은 1~2명뿐이다.

쉽지 않은 경기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1피리어드는 0-0으로 끝이 났다. 상대팀도 무명의 팀에 놀라기는 했겠지만, 첫 번째, 두 번째 경기 모두 스코어를 앞서는 상황에서 끌고 갔기 때문에 0-0의 상황이 나에게도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2피리어드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우리 팀이 첫 골을 허용했다. 체력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다시 경기에 들어갔는데 곧바로 두 번째 골을 허용하여 0-2가 됐고, 전술을 바꿔서 다시 1-2로 쫓아갔다.

그렇게 2피리어드가 끝이 나고 3피리어드에 들어갔는데, 또 한 골을 허용하여 1-3이 됐다. 이제는 승부를 볼 때라 생각해 수비수 한 명을 남겨 두고 전원공격을 했는데, 다시 한 골을 내주고 말았다.  곧바로 한 골을 쫓아갔지만 경기는 이미 기울었다.

'시간안배 실패' 8강전 패배 아쉬움 남아

 

이날 경기의 주된 패인은 체력안배의 실패였다. 2피리어드에 전술을 바꿔서 한 골 차로 쫓아갔을 때 처음에 했던 전술을 써서 체력을 조절했어야 하는데, 초보감독인 내가 성급해서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못한 것이다.

경기가 끝났다. 상대팀 선수들이 인사하러 왔을 때 "꼭 우승하라!"고 격려해 줬고, 풀이 죽어 있는 우리 팀 선수들도 격려하며 대회를 마쳤다.

경기 후 코치들과의 대화에서도 ‘내가 성급해서 경기에 졌다. 너희들은 잘 했다’ 했더니 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코치들이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지만, 아이스탑스 코치진과 선수들이 정말 많이 배운 대회였다.

무명 팀의 반란은 여기서 끝이 나서 아쉬웠지만, 선수와 가족 모두 전국대회 8강이라는 좋은 추억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무명의 '아이스 탑스', 서울시 우승팀을 이기다 도 함께 보세요^^

 

jongbi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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