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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로' 보내고 '루돌프' 품은 뮤지컬 디바 안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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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로' 보내고 '루돌프' 품은 뮤지컬 디바 안시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16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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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뮤지컬배우 안시하(32)에게 2014년은 특별한 해다. 데뷔 10년 만에 신인상(제8회 뮤지컬어워드)을 품에 안았는가 하면 대작 ‘프랑켄슈타인’ ‘조로’ ‘황태자 루돌프’의 여주인공으로 연이어 관객과 만나왔기 때문이다. 완벽한 디바 ‘굳히기’다.

◆ 올해 ‘프랑켄슈타인’ ‘조로’ ‘황태자 루돌프’ 여주인공 휩쓸어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이해심 많은 약혼녀 줄리아와 격투장의 하녀 카트린 1인2역(프랑켄슈타인),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영웅 조로에게 호감을 보이는 말괄량이 루이사(조로), 황태자 루돌프와 비운의 사랑을 함께하는 여인 마리 베체라(황태자 루돌프)는 안시하가 입어온 소중한 옷들이다. 특히 오는 26일 막을 내리는 ‘조로’와 지난 11일 개막한 ‘황태자 루돌프’는 그에게 한시적이긴 하나 겹치기 출연이라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한다.

 

거리가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날, ‘조로’의 공연장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그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늦게 떠올라 은은한 빛으로 무대를 밝히는 스타다.

“그런 성격과 발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아름답고 청초한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주로 해오다보니 고갈되는 느낌이었어요. 여러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고민하던 중에 때 마침 기회가 왔어요. 그동안은 여성성이 있는 캐릭터를 해왔지만, 루이사는 그와는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던 것 같아요. 마리는 사랑스러운데 무모할 정도로 당찬 면모를 간직한 여자고요. 청순하게 표현하기보다 또 다른 매력적인 결을 찾아내려하고 있어요.”

◆ 사랑스러운 왈가닥 루이사 검술장면 위해 펜싱 연마

루이사와 마리 캐릭터로 인해 절로 운동을 많이 하게 됐다. 딱 한 장면에 나오는 여검객 루이사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므로 펜싱을 1개월 반 정도에 걸쳐 연마했다. ‘황태자 루돌프’에서는 루돌프와의 스케이트장 데이트 신을 위해 인라인 스케이팅을 배웠다.

▲ '조로'의 루이사(왼쪽)와 '황태자 루돌프'의 마리

“펜싱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스포츠더라고요. 라인을 만들어내는 것과 팔목 손놀림이 어렵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멋진 선이 나와서 좋았어요. 남자배우들과 똑같이 훈련을 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검술, 안무, 연기연습을 정말 혹독하게 했던 것 같아요. 밑으로 가라앉히는 펜싱에서의 호흡은 노래와 비슷하더라고요. 극중 라몬과 검술 대결을 하는 거라 감정에 집중되다보니 호흡이 흐트러지는 점은 어려웠고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연기에 임하는 게 관건이었죠.”

연기, 노래, 춤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뮤지컬 배우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펜싱까지 덤으로 얹혀졌다. 게다가 루이사는 시종일관 뛰고 구르며 심지어 묶이거나 드러눕기까지 하는 등 몸쓸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1년 동안 흘릴 땀을 다 흘렸다.

◆ 유준상 안재욱 류정한 한지상 휘성 키 양요섭 등 남자스타들과 달달한 호흡

현실에선 고독한 싱글이지만 무대에서 만큼은 남자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프랑켄슈타인’ 때는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조로’에선 김우형 휘성 키 양요섭, ‘황태자 루돌프’에선 안재욱 임태경 팀과 달달한 호흡을 맞춘다. 20대부터 40대, 배우·가수·아이돌스타 등 ‘장르’도 다양하다.

“뮤지컬이 처음인 휘성씨와는 동갑내기예요. 서로 막 대하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너무 순수한 친구라 뭔가를 해주면 막 당황해요. 하하. 가수답게 역시 무대에서 빛을 발하더라고요. 어려움을 이겨낸 뒤 결국은 해내는 걸 보고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했어요. 배역 중에서 가장 신선했던 인물이에요.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우형 오빠는 알아서 리드를 하시니까 긴장할 필요가 없고요.”

전작인 ‘프랑켄슈타인’에서는 특이하게 연인 빅터 못지않게 괴물 역 박은태 한지상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다.

 

“보통 배우는 상대 배우가 주는 호흡을 그대로 받아서 연기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은태씨와 지상씨는 너무 달랐어요. 지상씨와 연기할 때는 같은 걸 계속하기보다 계속 바꿔나가면서 디테일의 변화를 줬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약혼자인 빅터 역의 세 배우는 모두 다 독해요. 후후. 신에 대한 집요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보니 절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 8년 앙상블 끝에 ‘아이다’ 여주로 우뚝…제2의 배우인생 시작

2004년 ‘달고나’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오는데 10년이 걸렸다. 무대 위 주조연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앙상블 생활만 8년을 했다. ‘맘마미아’ 때는 여주인공 소피의 커버(대역)여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무대에 올라 주연의 맛을 살짝 보기도 했다.

행운이 자신을 비껴나가는 듯한 아쉬움에 서서히 지쳐갈 즈음이던 2012년 드디어 ‘아이다’의 여주인공 암네리스에 캐스팅됐다. 커튼콜에 나가는데 객석 3층에서부터 관객의 함성이 파도처럼 들려왔다. 희열에 몸이 떨려왔다. 그렇게 스타탄생이 이뤄졌다. ‘프랑켄슈타인’부터는 자신감이 붙어 유연하게 임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것 같아요. 오랜 앙상블 기간을 통해 단단해졌구요. 사람이나 작품을 대할 때 단박에 스타가 된 사람들하곤 다르겠죠. 하나하나가 감사하거든요. 또 무조건 독하게 열심히 해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요.(웃음)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봐요. 평상시에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잡게 되는 거죠. 결론은 연습량이 좌우해요.”

 

천금과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시하는 새벽 2~3시까지 호흡을 늘리기 위해 조깅을 했다. 발성이 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사를 할 때도 다리를 찢은 채 식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무식하게, 될 때까지 연습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 클래식 뮤지컬에 새롭게 도전 “여러 장르 소화하는 배우 되고파”

안시하는 웅장한 시대극의 아름답고 청초한 여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왔다. 하지만 목마름이 크다.

“팝 뮤지컬이 잘 맞아서 ‘아이다’처럼 온몸으로 질러주는 발성을 할 때 편하죠. 그런데 ‘황태자 루돌프’ 경우는 평상시에 쉽게 내는 소리가 아니에요. 클래식한 창법인 두성을 많이 사용해야 해서 힘들죠. 무서워서 그간 클래식 작품을 몇 차례 거절한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라 이번에 도전하게 했어요. 과거 하나의 소리만 가지고 공연을 해왔다면 지금은 여러 장르에 맞는 다양한 소리를 내야 하잖아요. 배우가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고요.”

안시하는 한계에 부딪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어떤 걸 맡겨도 다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기 위해 소리와 체력연마에 광적일 만큼 집착한다. 홍삼, 영양제, 러닝, 필라테스는 체력유지를 위한 필수품일 정도다. 이와 더불어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지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연기의 깊이를 위해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해요. 감성을 끌어내는 데 있어서 그만한 게 없으니까요”라며 도전과 긍정의 뜨거운 마음을 전했다.

 

[취재후기] 1982년생 배우들이 뮤지컬계를 휩쓸고 있다. 안시하는 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로부터 든든함을 느끼며 영감을 얻는다. 섬세하게 연기하는 전미도, 짱짱한 성대를 지닌 김선아, 솔풀한 느낌이 매력적인 차지연, 강철 성대와 풍부한 감성의 한지상…그런 배우들의 장점을 흡수하려 노력하고, 자극을 얻게 된다. 느리고 우직하게 연기의 계단을 올라온 디바 안시하, 도전과 긍정의 마인드로 똘똘 뭉친 에너자이저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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