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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진단] 2016 스포츠산업 결산,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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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진단] 2016 스포츠산업 결산, 잃은 것과 얻은 것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12.2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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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전 차관 전횡, 따가운 시선...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통합 대한체육회 성과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아무리 의도가 좋은 사업이라도 이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니 정말 답답합니다."

한 체육학과 교수가 한숨을 내쉬며 토로했다. 국내 스포츠산업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2000년 5월 스포츠산업육성 기본계획 수립으로 차분히 전진해오던 국내 스포츠산업이 암초에 부딪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수행비서’나 다름없었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농단이 드러나면서 그가 앞세웠던 스포츠산업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스포츠산업펀드 조성, 스포츠산업 잡페어, 정기 스포츠산업포럼 등 스포츠산업 관련 지원금은 ‘김종 예산’으로 분류돼 줄줄이 깎였다. 스포츠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창조경제의 첨병이 되겠다던 문체부의 호기로운 장담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더 쓰라린 건 스포츠산업 전체가 김종 전 차관 개인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무능한 집단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체육계는 당분간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특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비리와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 개입 등 각종 농단에 따른 깊은 상처를 안은 채 당분간 자숙해야 할 처지일 수밖에 없다.

병신년(丙申年) 스포츠산업을 포함한 한국체육은 잃은 것이 너무 많은 한 해였다.

그렇다면 올 한해 얻은 게 하나도 없는 것일까.

2016 한국 스포츠산업이 마냥 뒷걸음질 친 것만은 아니다. 어수선한 와중에도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현장에서는 성과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으로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지난 6월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스포츠산업진흥법 하위법령 개정을 위한 설명회. [사진=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제공]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발의와 통합체육회 출범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스포츠산업진흥법은 올 2월 3일 개정·공포돼 8월 4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구단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합리적인 비용에 경기장을 장기간 임대할 수 있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개정안 작업을 주도한 김대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스포츠산업진흥법 전부개정으로 구단은 시설투자 기반을 마련, 적자운영 경영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독자적인 사업은 관람 편의성 증대, 건전한 여가 제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희윤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장은 “문체부가 한국 스포츠산업의 해묵은 과제를 처리했다”며 “이젠 프로스포츠 단체와 지자체로 공이 넘어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으로 더 이상 ‘스포츠 강국’이 아닌 ‘스포츠 선진국’ 패러다임으로 향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탄탄한 생활체육 저변에서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고 엘리트 선수들은 현역 마감 후 지도자가 되는 시스템이다.

물론 김종 전 차관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은 과제다.

지난 10월 선거에서 당선된 이기흥 신임 대한체육회장은 “올해까지 두 단체의 ‘화학적 통합’을 위해 힘 쓰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에게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우수선수도 동시에 발굴하는 지역 거점 체육시설 K-스포츠클럽 확대도 약속했다.

최순실–김종의 체육계 농단으로 한국 스포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차라리 잘 됐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원정 도박, 프로축구의 심판 매수, 정유라의 이화여대 체육특기생 입시비리 등 체육계 어두운 곳에서 용인된 잘못된 관행들을 도려낼 기회라는 주장이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스포츠계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하니 ‘악의 무리’가 파고들어 곪아 터진 셈”이라고 밝힌 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시스템을 갖춰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남희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또한 “이미지 손상은 염려스럽지만 국민들도 알아야 할 부분이었다. 모두 드러내고 재평가를 받자”며 “평창 올림픽, 잠실 돔구장 등 시급한 현안이 많다. 김종 전 차관이 없다고 스포츠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게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왔다. 닭은 깨달음, 선언,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동물이다. 선견지명이 있어 미래에 대한 대처도 능하다고 평가받는다.

한국 스포츠산업이 붉은 닭의 정기를 받아 위기를 딛고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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